사설칼럼
[경향신문]
기준금리가 5개월 새 0.75%포인트 올라 코로나19 직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본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상향한 연 1.25%로 결정했다. 지난해 8월과 11월에도 0.25%포인트씩 인상돼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는 기준금리는 앞으로도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가 연 1.5%로 된다고 해도 긴축으로 볼 수는 없겠다”고 밝혀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가계, 기업 등 경제주체들은 저금리가 상수(常數)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금리 상승 국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아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음에도 한은은 돈줄을 조이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금융불균형에 대한 공포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3%대를 기록하고, 연간 상승률은 지난해(2.5%) 수준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상승률을 2.0%로 예측했으나 최근 두 달 새 물가여건이 급속히 악화한 것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인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미국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통화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부추겼다.
금리 인상은 영세 소상공인과 서민 등 약자에게 큰 충격이다. 최근 5개월 새 오른 0.75%포인트가 대출금리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면 가계 이자부담은 연간 9조6000억원 늘어난다. 1인당 48만4000원을 더 내야 하는 셈이어서 가뜩이나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에 처한 취약계층은 허리띠를 더 졸라맬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중소기업은 기준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영업이익 대비 이자비용이 8.48%포인트 늘어난다. 지속된 금리 인상은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은 소비를 제약하고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 경제를 살리고 취약계층을 구제해야 할 재정당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통화당국의 금리 효과는 모든 경제주체에 영향을 미친다. 재정정책은 특정 대상에게 직접적이고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정부가 추경을 편성해 소상공인에게 방역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은 금리 인상의 보완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통화당국과 재정당국이 조화를 이루며 경제난국을 타개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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