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까지 경매에"..'재정난' 간송미술관 소장품 40억·45억원에

오현주 입력 2022. 1. 15. 00:02 수정 2022. 1. 1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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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 금동삼존불감 등 국보 2점
27일 케이옥션서 국보 최초 경매 오르는 불교유물
이태전 '보물 불상' 2점 경매 출품했던 간송미술관
재정난 극복 못해 "어렵게 내린 결정..혜량해주길"
국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 케이옥션이 올해 첫 메이저경매로 여는 ‘1월 경매’에 추정가 32억~45억원으로 출품했다. 높이 17.7㎝로, 563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사진=케이옥션).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국보’가 미술품 경매에 나왔다. 사상 처음이고 국내 최초다.

경매에 오를 국가지정문화재 ‘국보’는 2점. 국보(제72호)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과 국보(제73호) ‘금동삼존불감’이다. 모두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불교 문화재다.

케이옥션이 올해 첫 메이저경매로 여는 ‘1월 경매’에 출품한 이들 국보 2점은 각각 추정가 32억~45억원(‘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과 추정가 28억~40억원(‘금동삼존불감’)을 달고 나선다.

국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은 6세기 초반 동아시아에서 호신불로 유행한 금동삼존불상이다. 높이 17.7㎝. 한 광배 안에 주불상과 양쪽으로 협시보살을 새긴 일광삼존 양식이다. 광배 뒷면에 ‘계미년’이라고 새겨져 있어 백제 위덕왕 10년(563)에 제작한 것으로 짐작한다.

국보 ‘금동삼존불감’은 11~12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18㎝ 높이에 사찰 내부 조성한 불전을 그대로 축소한 듯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불감은 불상을 모시기 위해 나무나 돌, 쇠 등을 깎아 만든 작은 건조물. 그 안에 들인 불상뿐 아니라 당시 건축양식·조각수법 등을 함께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서도 가치가 크다.

2020년 ‘보물 불상’ 2점 이어 ‘국보 불교 문화재’ 2점도

간송미술관이 국보급 문화재를 경매에 내놓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20년 5월 간송미술관은 82년 동안 소장해온 ‘보물 금동불상’ 2점을 경매에 내놔, 온나라를 발칵 뒤집어놨더랬다. 당시 출품작은 통일신라시대 불상인 ‘금동여래입상’과 신라시대 불상인 ‘금동보살입상’. 하지만 시작가 15억원씩에 새 주인을 찾아나섰던 보물들은 유찰됐고,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이 2점 모두를 사들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금액은 30억원 안쪽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국보 2점 역시 얼마에 팔려 어디로 갈 것인가가 다시 뜨거운 관심사가 됐다. 지난 선례에 비춰볼 때 당시 경매에 간송의 보물이 유찰된 것은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부담감에 ‘큰손’ 개인컬렉터나 기업문화재단 등이 선뜻 나서지 못했던 이유가 컸다. 때문에 시선은 다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하게 됐다. 참고로 국립중앙박물관이 한 해에 유물 구입에 쓸 수 있는 비용은 약 40억원이다.

경매에 문화재가 등장하는 경우는 왕왕 있다. 하지만 국보는 처음인데다 ‘간송’이란 프리미엄이 붙은 터라 관심이 쏠린다. 경합이 치열해지면 문화재 경매사상 최고가 기록도 예상할 수 있다. 역시 지난 보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보를 경매에 내놓을 수 있는가’가 다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인이나 사설기관이 소장한 국보·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의 경우 해외로는 판매할 수 없지만 국내 거래는 문화재청에 신고한 뒤라면 가능하다. 기존 문화재 경매 거래 최고가 기록은 2015년 서울옥션에서 35억 2000만원에 낙찰된 보물 ‘청량산괘불탱’이 가지고 있다.

국보 ‘금동삼존불감’. 케이옥션이 올해 첫 메이저경매로 여는 ‘1월 경매’에 추정가 28억~40억원으로 출품했다. 11∼12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 높이 18㎝(사진=케이옥션).

누적되는 재정난 극복 못한 간송미술관, 계속 발목 잡혀

이태전 보물에 이어 이번 국보까지, 간송미술관이 문화재를 경매에 계속 내놓는 이유는 재정난 때문이다. 간송미술관은 사업가 간송 전형필(1906~1962)이 1938년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보화각(1966년 간송미술관으로 개칭)이란 이름으로 세운 한국 최초의 사립미술관이다. 일제강점기 전 재산을 들여 일본에 유출되는 문화재를 사들였던 간송의 수집품을 정리·연구·관리해왔다. 국보 ‘훈민정음’, 신윤복의 ‘미인화’ 등 도서화·도자기·고서를 망라한 국보·보물 포함, 간송미술관이 보유한 최정상급 문화재는 5000여점에 달한다.

간송이 타계한 이후 간송미술관은 간송의 장남 전성우(1934∼2018) 전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장과 차남 전영우(82)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장, 간송의 장손인 전인건(51) 간송미술관장까지 3대에 걸쳐 간송이 했던 ‘문화재 지킴이’ 역할을 이어왔다. 하지만 누적되는 재정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2018년 전 전 이사장이 별세한 뒤 발생한 상속세까지 떠안게 되자 지난번 ‘보물 불상’에 이어 이번에는 국보 불교문화재까지 매각하기로 결정한 듯 보인다. 간송미술관은 14일 입장문을 내고 “구조조정을 위해 소장품 매각이란 어려운 결정을 다시 할 수밖에 없어 송구한 마음이 크다”며 “간송의 미래를 위해 어렵게 내린 결정이니 너그러이 혜량해 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결국 문화재를 지키려고 국보를 파는 아이러니는 반복되게 됐다. ‘국보’ 2점의 운명을 바꿀 경매는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열린다.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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