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5% 성장 시대]한국 대중 수출 의존도 25%, 중국 성장 둔화 땐 직격탄

신수민 입력 2022. 1. 15. 00:20 수정 2022. 1. 1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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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중국 5% 성장 시대
“헝다 사태 등 중국 정부 규제로 건설경기가 위축되면서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시장에서 판매량이 감소하기 시작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이에 따른 매출 감소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계부품 판매사 현대제뉴인의 한 관계자는 “올해 중국시장의 수요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건설기계 판매시장으로 현대두산인프라코어·현대건설기계 등 국내 건설기계 제조업체들의 전체 수출액 중 30% 정도가 중국에서 나온다.

중간재 수출 비중 높아 부정적 영향 상쇄

하지만 지난해 헝다 사태로 불거진 부동산 불안이 올해 들어서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자자오예·화양녠·신리·당다이즈예 등 10여 곳의 대형 부동산 업체가 잇따라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고, 올 들어서는 중국 부동산 업계 14위 스마오가 사실상 디폴트에 빠졌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중국정부가 인프라 개발 등을 통한 경기 부양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헝다 여파로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22년 한국경제가 마주한 도전은 만만치 않다. 우선 지난해 한국경제의 성장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기저효과로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올해는 이같은 기저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저효과의 하락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닌데, 이는 곧 세계경제의 성장률 둔화를 의미한다. 수출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주요국의 성장률 둔화는 상당한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국제통화기금(IMF)의 2022년 세계경제성장률 최근 추정치는 4.9%이다. 이는 2021년 추정치인 5.9%보다 1% 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세계경제성장률의 저하로 올해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 중에서도 우리로서는 1, 2위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의 경제상황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특히 중국 성장률 전망치가 예사롭지가 않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중국 수출 비중은 25%를 상회한다. 중국의 가파른 성장률 둔화가 상당한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성장률 둔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부동산 경기 하락 그리고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의 강한 코로나19 대응(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소비위축이 지목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과 그 연관 산업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여러 전문가는 25% 내외 또는 그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어 부동산 부문의 침체가 중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만약 중국 부동산 부문의 부실이 헝다그룹에서 그치지 않고 추가 대규모 부실로 이어진다면 중국경제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출 측면에서는 철강, 건설기계·장비 등 품목들이 중국 부동산 경기 하락에 직접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강력한 코로나 방역 정책에 따른 민간 소비위축도 우리나라 수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근래 주요 대중 수출품으로 부상한 비누·치약·화장품은 중국의 내수시장 위축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 외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자동차 등의 최종재도 중국 소비 둔화에 따른 영향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중 간 무역구조를 고려할 때 그 부정적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대부분을 중간재가 차지하고 있다. 비중도 80%에 육박한다. 그 다음 높은 비중이 자본재로 14% 내외다. 소비재는 5% 중반에 그친다. 우리나라는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은 이를 활용해 최종재를 만들어 해외로 수출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므로 중국의 수출이 어느 정도 유지된다면 중국의 내수위축에 따른 성장둔화가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완화될 수 있다.

이같은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부동산 및 건설 부문을 제외한 타 산업의 중간재에 해당하는 품목들의 대중 수출은 중국의 올해 수출 성적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적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의 수출 증가세도 둔화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이지만, 그 정도에 대해서는 아직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1등 수출품인 반도체는 대중 수출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중 수출의 30%를 상회하는 반도체는 지난해와 같이 기저효과에 힘입은 폭발적 수출 증가세를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4차 산업혁명의 진전, 비대면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중국의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수출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혁신기업 몰려 있는 미국 수출 늘릴 필요

사실 반도체와 같은 전략상품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중국 경제 상황에 따른 수요 감소 리스크보다 중국 자국 반도체 성장에 따른 수요 대체의 리스크가 더 크다. 중국은 2020년 대대적인 반도체 자급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막대한 투자를 동반하는 ‘반도체 굴기’를 주창했다.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를 보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트는 2024년까지 중국 반도체 자급률이 20.7%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구조변화의 세계적 트렌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기술력, 그리고 중국과 같은 후발주자와의 격차 등을 고려할 때 반도체는 대중 수출뿐만 아니라 전체 수출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와는 달리 중국의 자급률 증진정책에 따라 대(對)중국 수출 여건이 악화되는 우리나라 주력 수출산업 중의 하나는 석유화학이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글로벌 수요 증가에 대응해 생산설비 증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중국도 대규모 설비 증설로 맞서고 있다. 따라서 석유화학의 대중국 수출은 중국의 자국 생산제품과의 경쟁이 중장기적으로 더 큰 위협 요소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경제 패권 전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주요 산업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로부터 사실상 경제봉쇄를 당하더라도 중국 자국 산업의 생산만으로도 소비 충족이 가능함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많은 품목에서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므로 반도체와 같이 높은 기술 격차를 유지하지 못하는 품목의 중국 수출 비중은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중국은 정책적으로도 자국 제품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때문에 이같은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앞으로 중국이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경제적, 군사적 압박이 단기에 끝나지는 않을 것이므로 중국경제의 불확실성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며 이는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높은 대중국 수출비중은 다른 시장에서의 수출 증대를 통해 점진적으로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세계 주요 혁신기업이 몰려있고 성장률도 선진국 중 매우 높은 편인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 향후 미·중 패권 경쟁의 승자는 미국이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수민 기자 shin.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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