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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여왕 "재판 중인 아들 '전하'라 부르지 말라"

김수경 기자 입력 2022. 01. 1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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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성폭행 혐의 재판 중인 차남 앤드루 왕자의 지위 박탈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으로 재판받고 있는 차남 앤드루 왕자의 군 직함을 박탈하고, ‘전하(His Royal Highness)’라는 호칭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영국 왕실은 13일(현지 시각) 성명을 내고 “앤드루 왕자(요크 공작)의 군 직함과 왕실 후원이 여왕에게 반환됐다”며 “더이상 공적 임무를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인 앤드루 왕자. 앤드루 왕자가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미국에서 재판받게 되자 여왕은 아들의 군 직함을 박탈하고“‘전하’라고 더 이상 부르지 말라”고 했다. /AFP 연합뉴스

앤드루 왕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네 자녀 중 차남으로, 여왕이 가장 아끼는 아들로 알려져 있다. 여왕은 아들의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선제적으로 직함을 박탈했다. 여왕은 앤드루 왕자를 윈저성으로 소환해 45분간 면담을 가졌고, 앤드루 왕자도 여왕의 결정에 동의했다고 한다. 찰스 왕세자와 윌리엄 왕세손 등 왕실 구성원들도 이 문제를 놓고 장시간 폭넓게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더 타임스는 “이번 결정은 여왕이 가장 아끼던 차남에게 드디어 인내심을 잃었다는 걸 말한다”고 했다.

이번 결정은 앤드루 왕자가 부인해온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에 대한 소송을 앞두고 나왔다. 전날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은 민사소송을 기각해 달라는 앤드루 왕자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앤드루 왕자는 민간인 신분으로 미국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앤드루 왕자는 지난 2001년 미국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함께 당시 17세 미성년자였던 미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를 런던과 뉴욕 등에서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2019년부터 대외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2020년 자신의 딸 베아트리스 공주가 결혼할 때는 공식 결혼사진에서도 빠졌다.

앤드루 왕자의 군 직함이 박탈되면서 그가 맡았던 역할은 모두 여왕에게 돌아간다. 왕립 아일랜드 연대 대령, 왕실 창기병 총사령관 등 그에게 속해 있던 8개의 군 직함과 역할은 이후 다른 왕족들에게 재분배될 예정이다. 다만 ‘전하’라는 칭호는 박탈한 것이 아니라, 공식적으로만 불릴 수 없게 했다. 왕실에서 독립한 해리 왕손과 메건 마클 왕손 부인도 칭호는 유지하되 공식적으로 ‘전하’라는 칭호로는 불릴 수 없다.

여왕의 결정을 두고 “올해 즉위 70주년인 여왕의 행사를 앞두고 왕실 전체가 앤드루 왕자의 성추문으로 굴욕을 겪는 일은 피하고자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왕실 언론 담당 비서를 지낸 디키 아비터는 “여왕이 매우 슬퍼하고 있겠지만 실용적인 사람이기도 하다”며 “이건 왕실의 이해 보호와 관련된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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