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소상공인도 이 나라의 국민입니다

설성인 사회부장 입력 2022. 1. 15.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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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성인 사회부장

“소상공인도 이 나라의 국민입니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커피숍을 운영하는 4인 가족 가장의 가슴 아픈 사연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어려운 상황에도 아내와 대학생 아들이 맞교대하며 이를 악물고 열심히 버텨왔다”면서 “처음엔 얼른 코로나가 없어지길 바라며 좀 힘들더라도 정부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맞다 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의 말처럼 이 땅에 살고 있는 순진한 소상공인들은 코로나가 창궐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정부의 방역대책을 철석같이 믿고 따랐다. 하지만 돌아온 대가는 허무했다.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한 대가로 가족과 함께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일은 이제 요원해졌다.

작은 식당을 운영한다는 소상공인은 국민청원에 “내 자식들 입속에 따뜻한 밥 한술 먹이며 평범하고 소소하게 (살고) 싶었던 시민”이라며 “이제 다리에 버틸 힘이 없어 주저앉으려 한다”고 남겼다.

정부는 지난 14일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시간제한(밤 9시)은 그대로 두고, 인원 제한(4명→6명)만 3주(1월 17일~2월 6일)간 완화하기로 했다. 혹시나 했던 기대는 이번에도 실망과 배신감으로 바뀌었다. 소상공인들의 희망은 나락에 떨어졌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K-방역’ 타령을 하면서 “오미크론이라는 새로운 적에 맞서는 새로운 전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달간 계속된 고통을 외면할 수 없어 최소한의 인원 제한을 푸는 결정을 내렸다. 부족하나마 300만원의 방역지원금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영업시간 확대 등을 강력히 주장해 왔으나 생존을 위한 주장이 수용되지 않았으며, 특별방역기간에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낮에는 안 걸리는 코로나, 밤에만 걸리는 코로나’라는 이해할 수 없는 정부의 방역대책에 소상공인들은 한숨만 내쉰다.

그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나. 최저임금 인상, 임대료 폭등에 이어 정부의 방역대책에 속수무책으로 고통받고 있다. 성난 자영업자들은 급기야 ‘분노의 299인 삭발식’으로 항의하고 “영업시간제한이 철폐되지 않으면 2차 촛불집회, 3차 단식투쟁 등 저항운동을 실행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봐야 할 것은 누구의 잘못으로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나이다. 정부는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를 강행해 상황이 겉잡을 수 없이 됐고, 소상공인들은 연말 특수도 날린 채 희생만 강요당하고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표 떨어질까 두려워 뿌리는 선심성 방역지원금이 아니다. 피해를 100% 온전히 보상하지 못할 바엔 소상공인들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생업에만 전력투구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어쩌다가 정부와 각을 세우고 추운 한파에 거리로 내몰리게 됐나.

의사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는 지난달 “방역은 철저하게 과학적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면서 “정치방역으로는 감염병 재난을 막을 수 없다. 국민 여론을 보고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특정인들만 피해를 보는 방역대책에 메스를 대야 한다. 방역조치의 단계별 기준을 정하고, 기준을 넘을 때마다 정부의 대응을 미리 명확하게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의료계의 말에만 귀를 기울이지 말고 필요하다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불러 모아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코로나라는 위기를 함께 헤쳐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소상공인들은 이 나라의 국민들로서 지금 이 순간에도 외치고 있다. “저희 좀 봐주세요. 저희도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너무 힘이 듭니다.” 그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않고 경청할 정부와 지도자는 정말 이 땅에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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