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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커지자 버려졌다.. 대형견 '단지' 철창살이 4년 [개st하우스]

이성훈,김채연 입력 2022. 01. 15.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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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 직전 구조.. 동호회서 임시보호
후원자 덕분에 안락사 위기 넘겨
매너 좋고 영리해 반려견 자질 충분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찾을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영미권에서 가정견으로 인기가 많은 스태포드셔불테리어 종인 5살 단지가 지난 4일 취재기자와 함께 차량에 탑승한 모습. 국내 동물보호법에선 맹견으로 분류되지만 단지는 다른 동물과 잘 어울리고 낯선 취재진과 산책하는 등 사회성이 뛰어나고 교감하는 데 익숙하다. 양주=김채연 인턴PD

“백구야입양가자(가칭)는 유기동물을 돕는 온라인 동호회였어요. 직장인 5000여명이 10년 가까이 동물 구조, 치료비 모금 등을 함께했어요. 그런데 갈수록 참여자도 줄고 재정적으로 큰 위기가 왔죠. 2017년에 아직 입양 못 간 20마리를 회원들이 나눠 입양하면서 활동을 중단했는데 유일하게 남은 아이가 대형견 단지였어요. 순하고 영리한 아이가 벌써 4년째 위탁보호소 철창에 갇혀 지내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사연을 제보합니다.”(유기동물 구조단체 팅커벨프로젝트 황동열 대표)

국내에는 유기동물을 돕기 위한 시민 동호회가 100여곳 있습니다. 시민들이 온라인카페에 모여 모금을 하고 직접 구조에 나서는 등 동물구조단체에 준하는 활동을 합니다. 하지만 생업과 구조활동을 병행하는 건 힘든 일이어서 90% 이상은 5년 내 활동을 중단합니다. 회원들이 구조한 유기견을 나눠 입양한 뒤 해산하는 곳이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끝내 거처를 마련하지 못한 유기견은 안락사가 시행되는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로 가야 합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26㎏ 불테리어 단지도 그럴 운명이었지요. 하지만 기적처럼 후원자가 나타났습니다. 대모 이미선(가명)씨입니다. 30대인 미선씨는 입양의 희망을 놓지 않고 매달 30만원씩 위탁 및 의료비를 내놨습니다. 2017년부터 미선씨가 단지에게 후원한 금액은 1000만원이 넘습니다.

미선씨는 “수입이 불규칙한 자영업자라 몇 달 치 위탁비가 밀린 적도 있다”면서 “가족이 없는 단지가 짠해서 꾹 참고 후원을 이어갔다”고 말했습니다.

성견 되자 26㎏…버림받은 불테리어

단지는 영미권에서 마당 딸린 가정집의 반려견으로 흔한 스태포드셔 불테리어 견종입니다. 듬직한 외모와 달리 순한 성격으로 인기가 많죠. 생후 3개월 퍼피는 3㎏ 내외로 작지만 1년 뒤 20㎏ 넘는 대형견이 됩니다.

단지의 이전 보호자는 20대 초반의 카페 사장이었어요. 2017년 1살 단지가 대형견으로 성장하자 유기를 시도했어요. 동호회 회원들이 견주를 설득했지만, 오히려 ‘단지를 안 데려가실 거면 그냥 시 보호소로 보내겠다’는 대답을 듣습니다. 미선씨는 “견주는 유명 견종인 단지를 그저 장식용 트로피처럼 여겼다”면서 “견종에 대한 고민 없이 무턱대고 기르는 태도에 화가 났다”고 말합니다.

덩치가 커진 대형견이 유기되는 일은 흔합니다. 동물구조단체 팅커벨프로젝트 황동열 대표는 “구조된 대형견은 사회성이 우수한 경우가 많다”며 “어린 시절 가정견으로 길러지다 몸집이 커지면서 버림받았을 거라고 추측된다”고 설명합니다.

2017년 9월, 견주가 소유권을 포기하면서 단지는 동호회의 임시보호를 받게 됩니다.

단지를 4년간 지켜준 대모

단지를 구조한 동호회는 회원이 5000여명이나 되지만, 명목상 숫자일 뿐 구조나 정기후원에 참여하는 회원은 100여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한때 불법 강아지 공장으로 출동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했으나 7년 차에는 후원자 수가 20명대로 급감해 존폐 위기에 놓입니다.

황 대표는 “동호회 대표가 생업에 종사하는 와중에도 자택서 10마리씩 임시보호하고 거액의 사비도 보탰지만 결국 운영난 위기를 넘지 못했다”면서 “100명 넘는 열성 회원과 수천만원의 출연금을 확보해 비영리민간단체 혹은 사단법인으로 성장하는 동호회는 5%에 미치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합니다.

동호회가 관리하던 20마리의 유기견 가운데 중소형견을 회원들이 나눠 입양하면서 동호회는 사실상 활동을 종료합니다. 하지만 26㎏의 대형견 단지는 임시보호자조차 나타나지 않았죠. 현행법상 맹견으로 분류되는 견종이라 입양자를 찾는 게 무척 어렵기 때문입니다.

미선씨는 단지가 반려견으로서 부족함 없는 자질을 갖췄다고 판단했습니다. 입양자가 나타나는 그 날까지 월 30만원의 위탁비용을 후원하기로 합니다. 수입이 불규칙한 자영업자여서 몇 개월치 위탁비가 밀릴 때도 있었지만 4년 넘게 꾸준히 후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구조단체 팅커벨은 회원 50인 이상의 책임후원을 받아 단지를 돕기로 결정합니다. 황 대표는 “몇 년간 후원을 이어가다 결국 잠적하는 딱한 분도 많은데 미선씨의 책임감은 대단했다”며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책임에 한계가 오고 있어 단체 차원에서 돕기로 했다”고 전합니다.

‘모범견’ 단지의 가족을 기다립니다

취재진은 지난 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단지를 만났습니다. 현장에는 유기견 재활훈련 전문가 나비쌤(41)이 동행해 단지의 사회성을 평가했습니다. 단지는 취재기자와 함께 차량 뒷좌석에 앉았습니다. 반려견에게 흔한 차멀미 없이, 그저 쓰다듬어달라며 큼직한 얼굴을 들이밀더군요.

교육장소에 도착하자 나비쌤이 단지의 목줄을 잡았습니다. 공격성을 확인하려고 얼굴 배 엉덩이 등 예민한 부분을 건드려도 단지는 그저 미소만 지었습니다. 산책길에 푸들부터 리트리버까지 다양한 개를 마주쳤지만 가쁜 호흡, 줄 당김 등 공격성은 전혀 없었죠. 산책줄이 팽팽해지면 뒷걸음질 쳐 인솔자를 배려하는 모습으로 “얘를 입양하는 분은 정말 로또 당첨됐다고 보면 된다. 모범적인 견공”이라는 칭찬도 받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스태포드셔 불테리어는 맹견으로 분류됩니다. 외출 시 목줄 및 입마개를 착용해야 하지요. 나비쌤은 “정부가 공인한 전문가가 개체 별로 공격성을 평가해야 맞는데, 오로지 견종만으로 맹견을 골라내는 황당한 상황”이라며 아쉬워합니다. 물론 단지는 입마개를 착용한 산책에도 익숙합니다.

황 대표는 “단지는 실내 반려견으로도 손색이 없는 아이다. 매너 좋고 영리한 단지를 보듬어줄 수 있는 가족을 만나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순둥이 단지를 입양하고 싶은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 정보를 확인해주세요.

■꿀단지같은 묵직한 매력~ 단지가 가족을 기다립니다.
-스태포드셔 불테리어/ 5살/ 암컷(중성화O)/ 26㎏
-사람을 잘 따르고 애교 많음. 입마개 착용에 능숙
-대형견, 소형견 가리지 않고 교감 우수. 공격성 없음-간식과 산책을 좋아함. 장난감은 즐기지 않음

■단지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89번째 견공입니다(현재까지 68마리가 입양을 완료해 입양률은 76%입니다).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tinkerbell0102@hanmail.net로 메일을 보내주세요.

고양·양주=이성훈 기자, 김채연 인턴PD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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