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 곤란'에 백신 못 맞는 이를 위해..마트에 갔다[남기자의 체헐리즘]

남형도 기자 2022. 1.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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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통증, 심장 조임 등 '부작용' 심해 백신 못 맞은 이들..방역 패스 힘겹고 차별적 시선에 고통, "백신 맞고 숨진 지인, 저도 죽을까 봐 무서웠습니다"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내를 다녀 봤습니다. 장애인들 심정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생전 안 보였던, 불편한 세상이 처음 펼쳐졌습니다. 뭐든 직접 해보니 다르더군요. 그래서 체험해 깨닫고 알리는 기획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입니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체험과 저널리즘(journalism)을 하나로 합쳐 봤습니다. 사서 고생한단 마음으로 현장 곳곳을 몸소 누비겠습니다. 깊숙한 이면의 진실을 알리겠습니다. 소외된 곳에 따뜻한 관심을 불어넣겠습니다.

1차에 백신 부작용이 심해, 2차를 못 맞은 아영 씨(가명)의 장을 대신 보기 위해, 광진구의 대형마트를 찾았다. 입구에서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고 있었다./사진=남형도 기자

지난해 9월, 모더나 백신 1차를 맞고 나흘째 되던 날 낮이었다. 아영 씨(가명)의 심장이 갑자기 쿵쾅거리며 너무 빨리 뛰었다. 맥박을 재봤더니 분당 120~150회(정상 맥박수 60~100회)까지 올라 있었다. 매우 격렬한 운동을 했을 때와 비슷했다. 그 상태가 몇 시간씩 계속됐다.

밤 9시가 되어서야 나아졌지만, 이내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시작됐다. 자려고 누우니 전기가 찌릿한 느낌이 들어, 잠이 확 깼다. '이러다 죽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됐다. 심장 내과에서 초음파 등 정밀검사까지 했지만, 수치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아영 씨는 백신 2차 예약을 해놓고 두려워졌다. 주사 맞는 날짜를 한주 미루고 기다렸다. 그런데 주사 맞기 하루 전날, 친구 남편이 백신 접종 후 사망했단 연락을 받았다. 그 역시 1차를 맞고 아영 씨처럼 가슴 통증이 있었는데, 괜찮단 말에 2차를 맞고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했다.

아영 씨는 결국 백신 접종을 마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방역 패스는 이렇듯 백신을 '못' 맞은 사람들에게도 대다수 예외를 두지 않았다. 백화점도, 마트도, 식당도 다 갈 수 없게 됐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길 들어보고 싶었다. 그들이 삶에서 갑작스레 '잃어버린 무언가'를 대신 전해주면서. 그렇게 백신 미접종자 세 분을 만나러 갔다.

아영 씨가 잃은 것 : '단골 식당에서의 행복'
돼지갈빗집에서 포장한 돼지갈비와 반찬들. 평소 좋아하는 음식인데, 방역 패스가 강화된 뒤 외식을 잘 못했다고 했다./사진=배고픈 남형도 기자
아영 씨를 만나러 가기 전, 먼저 들른 곳은 경기도의 한 돼지갈빗집이었다. 여기는 아영 씨가 자주 가던 단골 식당이라고 했다. 방역 패스 때문에 이젠 가지 못하게 됐지만. 그의 설명이 이랬다.

"가족들끼리 항상 먹으러 가던 외식 음식이었어요. 집에서 구워 먹으면 냄새도 나고 하니까요. 배달도 안 되고, 혼밥도 어려워서 못 먹고 있네요."

함께 가서 구워 먹는 맛은 아니겠으나, 포장이라도 해서 전해주고 싶었다. 고기와 반찬이 정갈히 담긴 비닐봉지를 차에 싣고, 아영 씨를 만나러 갔다.

"4개월 지나도 가슴 통증…부작용 확률 로또겠지 했는데"

아영 씨의 집에 들어가니 개 3마리가 날 반겼다. 녀석들은 돼지 갈비가 담긴 봉지에 다가가 킁킁, 하고 냄새를 맡았다(개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놓고 이야길 나눴다.

부작용이 자신에게 생길 줄 몰랐다고 했다. 아영 씨는 "1차 맞을 때, 부작용에 걸릴 확률이면 로또가 됐겠지, 이러고 맞았다"고 했다. 그런데 실제 통증을 겪고 나니 너무 무서웠단다. 사촌인 심장 내과 의사가 아영 씨에게 "안 맞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고.

가슴 통증은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개들을 산책시키다 가슴이 조이는 통증에 "아이고"라 하고, 홈 트레이닝도 가슴 압박감이 심해 바로 멈췄단다.

그렇지만 방역 패스에서 부작용을 인정받을 엄두도 못 냈다. 아영 씨는 "보건소에 내라는데, 보니까 검사도 다 건강하게 나오고 의사도 써줄 말이 없을 것 같아서"라고 이유를 들었다. 그보다 더 심한 부작용이 뚜렷한 사람도 방역 패스 예외로 인정받지 못하는 걸 본 것도, 그를 더 위축되게 했다고.

저녁에 돼지갈비를 맛있게 먹었다며, 아영 씨가 보내준 사진./사진=아영 씨 제공

아영 씨를 만나고 온 뒤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돼지갈비를 모처럼 구워 먹은 사진과 함께였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기자님, 식당에서 먹던 맛 그대로예요. 감사합니다!"

가람 씨가 잃은 것 : '마트서 장 보는 즐거움'
가람 씨가 평소 쓰는 물건을 사기 위해, 대신 마트에서 장을 봐줬다./사진=무인 계산대에서 헤매는 남형도 기자
두 번째 만나기로 한 가람 씨(가명)는, 백신을 못 맞은 뒤 마트를 갈 수 없게 됐다. 그의 말이 이랬다.

"마트가 가까워서 일주일에 한 두세 번쯤은 장 보러 갔었거든요. 채소와 과일, 음식 재료들을 샀었어요. 그런데 방역 패스 때문에 못 가게 된 거죠. 직접 보고 사는 재미도 있고, 마감 세일도 참 좋은데…."

쇼핑 앱으로 주문하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전통시장은 멀어서 가기 힘든 데다 카드를 안 받는 곳이 있어서 다소 불편하단다.

가람 씨가 부탁한 물건은 주방세제와 물티슈. 가성비 좋은 노브OO 제품을 되게 좋아해서, 그걸로 사고 싶다고 했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대형마트에 가니, 입구에서 방역 패스 인증을 해야 했다. "접종 완료자입니다"란 기계 음성이 나왔다. 가람 씨가 원한 물건을 찾아 담았다.

"1차 맞고 호흡 곤란, 죽는 게 아닌가 싶었죠"
카페에서 만나기 위해, 가람 씨가 PCR 검사를 한 뒤 '음성확인서'를 내는 모습. 직원이 그게 가능한지를 잘 몰라서, 수차례 설명해야 했다./사진=남형도 기자
가람 씨와 카페에서 만났다. 카페에 오기 위해, 하루 전 PCR 검사를 했단다. 대기가 길게는 1시간씩 걸린다고 해서, 죄송했다. 유효 시간은 48시간이니, 검사받은 것 아까워서라도 오늘 맘껏 다닐 거라고 했다.

그 역시 백신을 못 맞은 이유가 있었다. 지난해 추석 때, 1차를 맞고 부작용이 무척 심했다. 토요일 오전 11시에 맞았는데, 오후부터 명치가 답답했다. 그러다 다음날 새벽부터 심해졌다.

"자는데 갑자기 숨이 턱턱 막히는 거예요. 폐가 30%만 열린 느낌이랄까요.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병원에 가서 약을 먹어도 안 낫고요. 이러다 숨 못 쉬어서 죽는 것 아닌가, 그런 불안이 컸습니다. 처음에는 맨날 울었어요."

심한 호흡 곤란 증상을 3주 겪었다. 관절통도 심했다. 병원에선 "원래 있던 게 백신을 맞으며 심하게 올라온 것 같다"고 했지만, 백신 맞기 전까진 건강했단다.

불안해서 정신건강의학과에 갈 생각도 했다. 콜센터에서 일하는 터라 피로감이 굉장히 심했다. 빨리빨리 전화를 받아야 하는데, 건수가 현저히 떨어졌다. 최근에야 나아졌지만, 지금도 호흡 곤란을 한 달에 한 번씩은 겪는다고.

부작용이 두려워 2차를 포기했지만, 방역 패스로 인한 대가는 컸다. 동네에서 제일 친한 친구 모친이 돌아가셨지만, 장례식장에 못 갔다. 친구에게 무척 미안했단다. 직업을 바꾸기 위해 자격증 공부를 해야 하지만, 도서관도 갈 수 없었다. 윗집 층간소음이 심한 집에서 공부해야 했다. 좋아하던 두부 식당이 있었는데, '미접종자나 1차 접종자는 혼자 와도 안 됩니다'라고 아예 붙여놓았다.

가람 씨는 부작용보다 더 두려운 게, 백신 미접종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했다. 그는 "부모님조차도 '여태껏 2차 백신 안 맞고 뭐 했냐'고 한다. 부작용 있다고 해도 이해를 못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라는 이야기를 했다.

"방역 기준이 모호한 게 제일 힘들어요. 마트는 안 되고 종교시설은 되고, 이해가 안 되는 게 많고요. 기준을 확실하게 정해주시고요. 또 백신을 못 맞는 예외적인 상황을 더 널리 받아들여, 완화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정부가 너무 귀를 막고 있는데, 좀 열었으면 싶습니다."

성하 씨가 잃은 것 : 선배와의 식사, 아니 '배움의 경험'
마지막으로 성하 씨를 만나기로 했다. 그는 한 방송사에서 인턴 기자를 하고 있었다. 인턴을 하며 가장 중요한 건 경험과 이야기일진대, 선배들과 식사를 못 하고 있다고 했다. 백신을 못 맞아서였다. 함께하는 다른 이들은 백신을 다 맞았다고.

"선배들께 업무 정보나 인사이트를 많이 얻고 싶었거든요. '성하 씨, 언제 밥 먹어요'라고 하시는데, 백신 미접종자여서 PCR 음성 확인서를 준비하지 않으면 함께 식사할 수 없어요. 저 때문에 점심 시켜 먹을 때도 있는데 너무 죄송하고요."

그래서 성하 씨가 백신 미접종으로 줄어든 배움의 기회를, 내가 조금 더 채워주기로 했다. 10년 넘게 기자를 하며 얻은 경험을 소소하게나마 들려주기로. 다행히 그는 좋다며 흔쾌히 응했다.

"가슴 두근거림, 부정맥…핫식스 세 캔을 원샷한 느낌"
성하 씨가 백신 1차 접종을 한 뒤, 의사에게 받은 소견서./사진=성하 씨 제공
성하 씨는 지난해 10월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했다. 심지어 그는 백신을 맞기 전까진 '백신 찬성론자'였단다. 그러나 1차 접종 후 심한 부작용이 시작됐는데, 이랬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는 거예요. 엄마도 옆에 오면 제 심장 소리가 들릴 만큼요. 이러다 심장마비 걸리는 거 아닌가 싶었죠. 명치 부근이 아프고, 답답하고, 현기증도 심해 구토도 했고요. 쉽게 말씀드리면, 핫식스(에너지 음료) 세 캔을 원샷한 느낌이었습니다."

일주일간 증상이 심했고, 한 달은 계속됐다. 회사를 조퇴하고 응급실에 가기도 했다. 의사는 "심근염까진 아닌데, 심장에 무리가 간 건 확실하다"며 소견서를 써주기도 했다. 그리고 2차 접종은 권고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맞지 못했다. 심지어 그는 2차를 꼭 맞고 싶었음에도.

방역 패스로 인한 불편이 시작됐다. 언론사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데, 당장 다니던 학교 도서관에서 "1인 사용도 안 된다"며 거절을 당했다. 이용하려고 PCR 검사를 계속 받기엔 대기줄이 너무 길어 힘들었다. 성하 씨는 "점심에 여의도 선별진료소에 갔더니, 대기 인원만 266명이었다"고 했다.

사회적인 소수자 심경을 알 것 같다고 했다. 도서관에서 출입 불가를 알리는 '띵동' 소리가 울렸을 때, 공부하던 이들의 시선이 성하 씨에게 쏠렸다. 뭔가 잘못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단다. 그런데 그는 "부작용을 안 겪어 봤으면 저도 그랬을지 모르는데, 겪은 뒤 마음이 반전이 됐다"고 했다.

들려준 이야기를, 부지런히 적어내려갔던 성하 씨./사진=뿌듯한 남형도 기자

인터뷰 시간을 제외하고는, 성하 씨에게 기자 생활의 경험을 부지런히 들려줬다. 그는 "잠시만요"하더니, 수첩을 꺼내놓고는 한 마디도 빼놓지 않고 열심히 적었다. 성하 씨가 백신 때문에 잃어버린 게 무엇인지 알았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후기를 전해주었다.

"제 꿈을 명사형에서 동사형으로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부작용도, 기저질환도 인정 안 돼…백신 못 맞는 사람들의 '고통'
연일 백신 접종률 몇 %란 말이, 성과로만 기록되는 사이 보이지 않던 그늘이 이랬다. 수치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냥 '미접종자'가 아닌, 미접종자일 수밖에 없었던 각자의 이야기를. 그런 그들에게, 방역 패스가 어떤 식으로 작용했는지를.

희은 씨는 첫째 아들(5살)의 엄마이고, 둘째를 임신 중이다. 첫째 임신 전 난소 수술을 두 번 받았고, 둘째를 시험관으로 어렵게 가졌다. 그러니 백신 부작용인 부정출혈, 생리불순 등이 너무 위험하게 느껴졌다. 안전하다 하는 약 한 알도 조심하는 터였으니. 미접종자인만큼 외출도 자제했고, 개인 약속도 1년에 한두 번 잡을까 말까였다.

그런데 방역 패스가 첫째 아이의 기쁨을 앗아갔다. 호기심도, 에너지도 많은 아이가 박물관, 식물관, 과학관을 가는 게 낙이었는데, 그마저 못하게 됐으니. "코로나가 끝나야 갈 수 있을 것 같아"라고 하자, 아이는 대성통곡을 했고, 엄마는 그저 고개만 숙였다. 반 친구들이 어디 갔다 왔다며, 우린 언제 가느냐고 묻는 아이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한 요즘이란다.

하은 씨는 지난해 8월, 화이자로 1차 접종을 한 뒤 극심한 두통과 가슴 통증이 왔다. 무려 한 달이나 이어져서, 결국 2차 접종을 하지 못 했다. 그래서, 군대 가는 남자친구와 데이트 할 장소도 없어서, 지하철 벤치에 앉아 얘기하고 헤어졌단다. 그는 "강제접종과 다름없는 분위기 속에, 미접종자 딱지를 이마에 붙이고 사는 모든 게 불편하고 힘들다"고 했다.

기저 질환자 얘기도 그랬다. 갑상선암 환자에, 림프절에 전이된 영우 씨(가명)는 몸이 너무 힘들어 백신을 못 맞았다. 보건소에 가서 "의학적 예외 사유에 해당하니 인정해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항암치료를 안 받아서 안 된다는 거였다. 영우 씨는 대학교 기숙사에 들어가려 했지만, 접종 증명서가 없다며 거절당했다.

QR 찍으면 '딩동', '땡땡땡'…작아지고 위축되고
심리적인 위축도 심하다고 토로했다. 백신 미접종자가 소수자가 되고, 정부 정책이 이들을 배제하면서 사회적으로 받는 시선, 차별, 소외 등으로 인한 경험 때문이다.

지운 씨(가명)는 1차 접종 뒤 두 달 동안 전신 두드러기 부작용을 겪었다. 밤낮없이 간지러워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 피가 날 때까지 긁었고, 편히 잘 수도 없었다. 그런데 방역 패스 시행 뒤 지인과 식당에서 QR을 찍었을 때, '땡땡땡' 소리가 울렸다. 직원이 출입을 못 하게 했다. 지운 씨는 "정말 작아지고, 위축되고, 당당하지 못한 버러지 같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난임 때문에 백신을 못 맞고 있는 유정 씨(가명)는 회사에서 점심시간마다 난감하다. 팀원들끼리 다 같이 나가서 밥을 먹었었는데, 유정 씨 때문에 바깥에 못 나가고 구내식당에서만 먹어서다. 팀장 의견으로 따로 먹지도 못 하는 상황이라 팀원들도, 유정 씨도 불편하단다. 1년 넘게 그런 상황이라 자신을 미워하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밖에도 사회 안에서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차별당한 사례가 참 많았다. 대학생 진우 씨(가명)는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2주마다 PCR 검사를 안 받으면 출근하지 말란 얘길 듣고, 의사 준호 씨(가명)는 직장에서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권고사직을 당했으며, 취업준비생 소현 씨(가명)는 면접 내내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가 백신 안 맞았다는 말에 불합격했다고 했다.

무탈하게 함께 잘 지내던 이들의 삶이, 어느샌가 보이지 않는 벽으로 이쪽과 저쪽으로 갈라진 건, 과연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지.

조두형 교수 "백신 안 맞는 선택 존중, 중증 환자에 집중하는 유연한 방역 필요"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사진=뉴스1
방역 패스 효력 집행정지를 위해 정부에 집단 소송을 건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46)의 이야길 들어봤다. 그는 백신을 안 맞으려는 선택을 존중해야 하며, 백신 효과도 통계를 근거로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령, 임산부의 98%가 미접종자인데, 그 선택 역시 스스로 판단하는 거니 존중하잔 거였다. 조 교수는 "백신을 맞아서 얻는 이득과 건강 위해성을 따져서, 본인과 태아 건강을 위해 선택한 건데, 정부 정책은 그걸 존중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다 맞으라는 것"이라고 했다.

백신의 효능도, '안전성'을 함께 고려해 따져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와 중환자, 백신으로 인한 사망자와 중환자를 함께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백신 사망 신고 건수가 1월 6일 기준 1600건이 넘고, 중증 부작용자가 1만 5000명 정도인데, 통계학적으로 효과가 없다고 나왔다"고 했다.

"중요한 건, 확진자 수가 아니라 검사 양성률(검사 건수 대비 확진자 수)인데, 지난해 1~2월 검사 양성률이 0.5~0.6%에서 12월 말 2.5~2.6%로 올랐다"고 했다. 국민 백신 접종률이 지난해 계속 올랐음에도, 검사 건수 대비 확진자 수는 계속 늘었단 의미다.

조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약해지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방역 정책이 유연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통상 바이러스가 시간이 가면서 감염력은 높아지고, 독성은 줄어드는 쪽으로 간다. 코로나19도 알파, 델타 등 초기엔 많이 사망했지만, 오미크론은 약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 "확진자 수는 필연적으로 늘어나니 연연하지 말고, 유연성 있게 중증 환자를 돌보는 쪽으로 의료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대부분 경증이나 무증상 환자로 넘어가고, 50대 미만 치명률이 0.1%가 안 되니, 오미크론도 치명적일 수 있는 65세 이상 고령자나 기저질환 있는 이들에게 방역 자원을 투입해야 한단 얘기였다.

자유냐, 통제냐, 해외 사례는…
끝으로, 정부 방역 정책이 앞으로 더 유연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해외 현지에 사는 교민들 이야기를 취재한 걸 남겨놓으려 한다. 정답을 한쪽으로만 생각 말고, 우리 실정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하길 바라며.

미국 뉴욕 : "백신을 맞으면 받을 수 있는 카드와 핸드폰 앱으로 받을 수 있는 백신 여권(Excelsior Pass)이 있습니다. 현재는 식당들에만 의무적으로 백신 여권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고, 마트나 다른 곳은 없어도 자유로운 편입니다. 여긴 코로나19 감염자가 주변에도 너무 많습니다."

"네일살롱에서 일하고 있는데, 마스크 미착용인 손님에게 마스크 착용을 부탁하면, '나는 백신 맞았다'라고 합니다. 음식점에 들어갈 때, 백신 접종 확인서 보여주면 되고, 그 외엔 평상시와 같으니 위기의식이 없는 것 같아요.

미국 워싱턴 근교 : "백신 여권을 이번에 만들어 실시한다고 합니다. 워싱턴 DC는 최근에 시작했고요. 메릴랜드는 아직 논의 중인데, 여권 없인 레스토랑도 못 들어간다고 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에선 백신 레코드를 보여줘야 음식점에 들어갈 수 있지만, 중소도시에선 그렇게까지 요구되진 않아요. 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2시간 정도 남쪽에 있는 도시에 사는데, 백신 접종 증명은 실내 공연장인 콘서트홀에서만 요구합니다. 극장, 식당도 증명 없이 가능하고요."

미국 LA 외곽 : "실내 공연, 전시회, 박물관은 백신 카드나 코로나 음성 결과를 체크해 들여보내 줍니다. 영화관, 쇼핑몰, 마트는 체크하지 않고요. 식당은 백신 카드 보여줘야 갈 수 있는 곳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에선 백신카드 제출이 의무인데, 못 맞는 경우 주치의 소견서가 있으면 괜찮습니다. 한국만큼 강제하진 않아도, 다들 불만이 많은 분위기입니다."

미국 하와이 : "모든 곳에서 백신 증명서와 신분증 확인 후 입장 가능했어요. 모두 마스크 착용이고, 특정 고급 레스토랑은 최대 수용 인원을 제한해 예약이 힘들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안 쓰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캐나다 BC주 : "대부분 QR코드로 백신 여권을 가지고 다니고 있어요. 3차 접종과 관련해선 안내된 바가 없고, 1, 2차 접종에 관해 적용되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아직까진 미국보단 백신에 호의적인 편입니다. 3차 부스터샷부터는 의견이 조금 갈리는 것 같고요. 백신 접종률이 꽤 높은데도, 줄어들 기미가 없어 사람들이 많이 지쳐 보입니다. 그래도 생활에 필요한 걸 구매하는 데 있어선 미접종자의 불이익이 크지 않아요."

일본 도쿄 : "방역 패스가 없습니다. 어딜 가든 접종 이력에 대해 물어보는 곳이 없고, 건강검진 할 때 물어보는 정도고요. 지자체 접종 증명서도 해외여행용입니다. 대체로 평화로운데, 요즘 확진자 수가 폭증해 스스로 다시 조심해야겠다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방역 패스가 거의 없다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가게 들어갈 때 체온 카메라, 손소독제 정도만 있고요. 그마저도 복잡한 곳 등은 그냥 들어가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마스크 미착용자도 꽤 많고요. 스스로 조심하고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 파리 : "방역 패스가 없으면 식당, 박물관, 미술관, 음악회 같은 공공장소에 갈 수 없습니다. 15일부터 백신 부스터샷만 접종으로 인정하고, 음성 확인서는 인정이 안 된다고 합니다.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시선 압박은 대부분 없어요. 다만, 생활에 제한이 있는데도 소신껏 안 맞는 걸 대단하다고 여기는 편입니다."

프랑스 르아브르 : "방역에 민감한 편은 아니고요. 확진자 수, 사망자 수 등 코로나19 사태에 큰 관심이 없어 보여요. 백신은 잘 맞지만, 마스크를 정말 안 쓰고 다닙니다. 식당 점원들이 턱에 마스크를 걸치기도 하고, 코로나 검사하는 줄에서도 담배 피우고, 마스크 안 쓰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출입 시 QR을 확인하긴 하는데, 대형마트는 검사를 안 하고요."

영국 : "뮤지컬이나 축구 경기장처럼 큰 공식 행사에선 백신 패스를 요구해요. 나머지 식당이나 일상에서 필요한 장소에는 백신 패스를 요구하지도, 마스크를 착용하지도 않습니다."

"자가테스트 결과를 온라인에 직접 등록하고, 문자와 메일이 오면 공공장소에 들어갈 때 보여줍니다. 그런데 허위 신고를 할 수 있을 만큼 허술하고요. 자가테스트 결과를 확인하는 곳도 학교, 극장 등 제한적입니다. 영국은 백신 접종률이 높고, 위드 코로나가 한창이라 자유를 누리려면 백신을 맞아야 안전하단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습니다. 길에도 마스크 안 쓰는 사람이 많아요."

독일 : "독일은 불시에 차표를 검사해서 2차 접종을 안 했거나, PCR 검사 유효 기간이 지났으면 내리게 합니다. 식당 못 들어가게 하는 건 기본이고요. 독일이 방역에 있어선 한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한국보다 덜 하진 않아요. 그러나 한국이 더 꼼꼼하게 검사하는 것 같습니다."

"독일은 무조건 가드 직원이 입구에 있습니다. 한국처럼 백신 QR을 찍어서 확인하는데, 신분증까지 보며 이름과 일치하는지 꼼꼼하게 확인해요. 카페, 도서관, 박물관, 성당은 기본이고, 꼼꼼한 직원은 어떤 백신 종류를 맞았는지까지 확인합니다. 백화점에서도 들어갈 때 한 번, 원하는 스토어에 갈 때마다 확인한 뒤 입장시킵니다."

스웨덴 : "백신 패스는 존재하지도 않고, 마스크 착용을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강제적 조치보단 스웨덴 국민의 자발적 책임과 행동이 더 효과가 있을 거란 생각에서 마스크 착용 권고, 불필요한 여행 자제 정도의 메시지만 있고 개인의 자유를 존중해줍니다. 노년층 사망은 막을 수 없었지만, 대부분은 코로나에 걸리면 집에서 휴식하고 완치돼 출근하거나, 증상이 심할 때 병원에 가는 정도입니다. 덕분에 사회적 기능이 잘 유지되고 있고, 필요 이상으로 경제가 위축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코로나에 크게 관심이 없고, 집단면역이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검사받는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코로나 관련 규제가 하나도 없다가, 오미크론 변이 이후로 요즘 다시 실내 대규모 집합 금지는 시작했습니다. 다만 일반 식당이나 카페라기 보단, 백화점, 아울렛에 갔을 때 각 가게마다 최대 인원 수를 제한해요."

싱가포르: "백신 2차까지 안 맞으면 백화점도 못 가고, 외식도 못 합니다. 곧 부스터샷까지 맞아야 완전한 백신 접종으로 인정해준다고, 슬슬 뉴스가 나오고 있고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 "백신을 안 맞으면 식당, 백화점에 입장할 수 없습니다. 어플로 QR코드 인증해서 들어갈 수 있고요. 지난해 8월부터 적용됐습니다. 저도 백신 거부하다가 두 달 동안 아무 곳도 못 가서, 결국 접종했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몰 문화라 거기에 못 가면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 한국보다 강도가 심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 아부다비 : "엑스포가 현재 열리고 있는데, 들어가려면 백신증명이나 PCR 증명이 필요합니다. 그 외 생활에서는 백신패스를 확인하진 않고 증명서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다른 토후국인 아부다비는 방역이 가장 강력한데, 앱으로 백신 접종을 확인하고 주기적으로 PCR이 동반돼야 슈퍼마켓이나 몰 입장이 가능합니다."

호주 시드니 : "방역 패스라기보단, 백신 접종 확인서가 기본입니다.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로는 백신 접종 유무와 관계없이 모두 동일하게 생활하고 있어요. 다만 1000명 이상 모이는 콘서트나, 특정 직군 종사자는 모두 백신을 맞아야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에필로그(epilogue).

지난해 6월 얀센 백신을 맞고,
새해 첫날 화이자 부스터 샷을 맞았다.

솔직히 걱정이 많이 됐다.

얀센을 맞고 감기몸살이 심했고,
타이레놀을 깔 때마다 차도가 왜 없나 고민했고,
48시간을 재며 나아졌나, 안 나아졌나를 확인했다.
이게 부작용일까 아닐까를 불안해했다.

화이자 부스터 샷을 맞고,
병원에서 기다리는 15분 역시 무척 길었다.
몇 년 만에 편도선염이 찾아왔고,
허리통증이 심해져 누워만 있었다.

그러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화이자 부스터 샷 부작용' 같은걸
검색하며 두려워했다.

실제 사망한 이들 기사가 보였다.
그들은 아마도,
그리 숨지리라 생각 못 했을 터였다.

또 맞을까 조마조마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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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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