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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또 순직..50년 된 전투기에 20·30 공군 언제까지 태우나

권혁철 입력 2022. 01. 15. 09:06 수정 2022. 01. 1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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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민 소령의 순직이 남긴 것
설계수명 넘긴 F-4, F-5 100여대, 2000년 이후 17명 순직
위험 알면서 조종사 죽음 방치..심 소령 영결식 애도 속 진행
공군 F-5E 전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고 심정민 소령(공사 64기·추서 계급)의 영결식이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고인의 유족과 동기생, 동료 조종사 및 부대 장병이 참석한 가운데 부대장으로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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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F-5E 전투기 사고로 순직한 심정민 소령의 영결식이 14일 오전 고인의 소속 부대인 경기 수원 제10전투비행단에서 열렸다. 유족과 공군사관학교 64기 동기들, 서욱 국방부 장관,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대장으로 치러진 영결식은 유족과 동료들의 울음 속에 침통하게 진행됐다. 고인의 공군사관학교 동기회장인 김상래 대위는 추도사에서 “우리 중 너의 밝고 따뜻한 말 한마디에 위로받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은 너처럼 우리도 남은 몫까지 다하겠다”며 울먹였다. 공군은 고인의 계급을 대위에서 소령으로 추서했다. 유해는 이날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본부장단회의에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심정민 소령의 명복을 빌면서 “사고 난 F-5는 30여년 전에 도입된 낡은 전투기로 안정성이 떨어지지만 여전히 80여대가량 운용하고 있다”며 “세계 6위 군사강국 대한민국으로 부끄럽다. 군 당국에 무기 체계를 대대적으로 점검하라고 촉구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F-5 전투기를 대체할 KF-21 양산 및 인도 절차가 조기에 이뤄지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KF-21을 만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전투기 1986년 도입, 고인 1993년생

사고 전투기는 1986년에 도입됐다. 고인은 1993년생이다. 숨진 조종사보다 비행기가 7살 많다. 수원 제10전투비행단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강릉 제18전투비행단, 광주 제1전투비행단에는 1970년대 중반에 도입된 F-5E/F 전투기들이 남아 있다. 이 전투비행단에서는 20·30대 조종사들이 50년 된 전투기로 비행한다.

공군은 1965년 F-5A/B 100여대를 도입하기 시작해 1974년에 남베트남 공군이 사용하던 F-5E/F를 미군한테서 넘겨받았다. 1982년부터는 F-5E/F를 국내에서 생산해 ‘제공호’라고 불렀다. 전투기도 군인처럼 시간이 지나면 퇴역해야 한다. 1960년대 도입한 A·B형은 퇴역했다.

30~40년이 넘은 E형과 F형을 아직 80대가량 사용하고 있다. 이 전투기 설계 수명을 31년으로 잡는다. 1970년대 후반에 도입한 F-4 팬텀 전투기도 퇴역 시간이 지났지만 20여대 사용 중이다. 원래는 퇴역해야 하는데 공군이 사용 중인 F-4, F-5 전투기가 100여대가량 된다.

공군은 수명이 지난 전투기를 퇴역시키는 대신 인위적으로 수명을 늘렸다. 공군은 전투기 기골(뼈대) 보강 사업으로 F-5 계열 전투기의 수명을 최초 설계수명 4천시간 대비 최대 7천시간까지 늘려 최대 12년 연장시켰다. 이렇게 F-5 계열 전투기의 수명은 31년에서 최장 43년까지 연장됐다. 공군은 개발 중인 국산 전투기 KF-21 사업으로 새 전투기를 도입할 때까지 F-5E/F를 사용할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KF-21이 2026년부터 2032년까지 단계적으로 120대가 공군에 들어온다. 낡은 전투기를 최대 10년은 더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애초 노후 전투기를 대체할 사업이 김대중 정부 때 시작됐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업 방식 등을 둘러싼 논란으로 세월을 보내느라 사업은 계속 늦어졌다. 낡은 전투기를 대체할 KF-21도 아직 개발이 끝나지 않아 애초 계획대로 120대를 2026~32년까지 도입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억지로 전투기 수명을 늘려놓으면서 발생하는 문제도 한둘이 아니다. 너무 오래된 전투기라 부품이 단종돼 부품을 마련하기 위해 정비사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퇴역한 전투기 기체를 뜯어 부품을 얻고, 그래도 부품이 없으면 멀쩡한 다른 전투기에서 부품을 빼와 돌려 막는다. 이런 부품 돌려막기를 ‘동류전환’이라고 부른다. 그래도 못 구한 부품은 정비사들이 직접 만든다.

F-5E/F 전투기는 냉전시대 소련 미그기와 맞섰는데 서방에서 현재까지 사용하는 나라는 드문 편이다. 냉전시대 유물로 남은 F-5E/F의 실제 비행 모습을 보려고 코로나19 이전에는 외국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국내 공군 전투비행장 근처를 방문했다고 한다.

엔진 성능 등이 떨어져 F-4, F-5 전투기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2000년 이후 F-4, F-5를 합쳐 모두 15대가 추락했고, 조종사 17명이 순직했다. 2000년 이후 F-4, F-5 사고가 잊을 만하면 벌어져 2010년부터 ‘사고 단골 전투기’란 말이 붙었다. 한때 이 전투기의 비상탈출 좌석이 조종석에서 분리돼 공중으로 솟구치는 구형이라 추락 때 탈출을 못 하고 조종사들이 계속 숨졌다. 이에 공군은 F-5 비상탈출 좌석을 F-16 전투기와 동일한 신형 사출좌석으로 바꾸기도 했다.

언제까지 사고위험 안고 비행해야 하나

공군이 F-4, F-5를 100대가량 유지하는 것은 430대 안팎으로 잡는 전투기 적정 보유 대수 때문이다. 유사시 공군 전투기들이 지정된 북한의 표적을 타격하도록 한미연합사령관이 정해둔 공군 전투기 출격 횟수가 있다. 이에 맞출 수 있는 전투기 대수가 430대라고 한다. 성능이 처지는 F-5는 유사시 스크램블(비상출격) 같은 초계 임무를 주로 담당한다. 공군이 F-4, F-5를 100대를 유지하는 다른 이유도 있다. 100대가 모두 퇴역하면 공군 조직 4분의 1이 없어진다. 공군 조직 논리상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대책으로 미국이나 유럽에서 중고 전투기를 빌리거나 사오자는 제안도 나왔다. 실제로 공군이 이 방안도 검토했지만, 현실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는 전투기를 짧은 기간 동안 임시로 쓸 수밖에 없고, 미국은 ‘부자 나라인 한국은 값싼 중고 전투기를 사지 말고 제값 주고 새 전투기를 사라’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30대 조종사들에게 언제까지 사고 위험이 높은 F-4, F-5의 조종간을 잡으라고 명령할 것인가. 공군 전투기 적정 보유 대수도 전투기 성능 향상에 따라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와 군 지휘부,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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