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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오늘 文대통령 따라 뉴딜펀드 샀는데.. [왕개미연구소]

이경은 기자 입력 2022. 01. 15. 10:50 수정 2022. 01. 1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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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20년 7월에 제7차 비상경제회의를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 형식으로 열고,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을 통해 선도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연합뉴스

“그냥 가만히 있을 걸, 괜히 갈아탔네.”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 펀드 통장을 꺼내 보면 이런 생각이 들 것 같다. 1년 전 바로 오늘(15일), 문 대통령은 총 5000만원을 5개의 뉴딜펀드에 1000만원씩 나눠 가입했다. 뉴딜펀드는 문 정부가 코로나 이후 달라진 경제·사회에 대응하고 위기를 극복하겠다면서 내놓은 ‘한국판 뉴딜 정책’의 일환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성과는 어떨까. 1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지난해 1월 15일 가입한 5개 뉴딜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5.4%로 집계됐다. 총 5000만원을 넣었으니 현재 270만원 가량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도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이 7.2%라는 점을 고려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20년 9월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엔 이낙연(맨 왼쪽)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비롯해 윤종규 KB금융 회장 등 금융지주회사 회장들이 참석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이 가입한 펀드는 삼성액티브운용의 ‘삼성뉴딜코리아펀드’, KB운용의 ‘KB코리아뉴딜펀드’, 신한BNPP의 ‘아름다운SRI그린뉴딜1′, 미래에셋운용의 ‘TIGER BBIG K-뉴딜 ETF’, NH아문디운용의 ‘HANARO Fn K-뉴딜디지털플러스 ETF’ 등 5개다. 신재생 에너지, 친환경 미래차, 디지털 플랫폼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내 기업들에 투자한다.

펀드에 가입했던 경험이 없다고 했던 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8월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하는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5000만원을 넣었다. 펀드명은 NH아문디 필승코리아펀드.

코로나 이후 국내 증시가 급등세를 타면서 펀드 수익률이 크게 좋아졌고, 마침내 지난해 1월 수익 실현에 나섰다. 추정 수익률은 약 95%. 이때 원금 5000만원은 그대로 두고, 수익금(약 4750만원)만 빼냈다. 문 대통령은 펀드 수익금에 돈을 약간 더 보태 5000만원을 만들고, 현 정부의 중심 정책에서 나온 뉴딜 펀드를 매수했다.

5개 뉴딜펀드는 펀드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가장 성과가 높았던 것은 삼성액티브운용의 ‘삼성뉴딜코리아펀드’였다. 지난 달 기준 펀드 내에서 삼성전자 보유 비중이 11%로 가장 높았고,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순이었다. 성과는 가장 빛났지만, 설정액은 397억원으로 5개 펀드 중에 가장 몸집이 작았다.

덩치가 가장 큰 것은 미래에셋운용의 TIGER BBIG K-뉴딜 ETF인데, 설정액이 3000억원을 넘었다. SK이노베이션, LG화학, 엔씨소프트, 삼성바이오로직스, 넷마블 등의 종목들로 구성돼 있다.

상장지수펀드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실시간으로 거래되는데, 공교롭게도 지난 1월 14일 장중 주당 1만595원을 찍으면서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 장중 1만4270원까지 올랐었으니, 최고점과 비하면 25% 하락했다.

NH아문디운용의 HANARO Fn K-뉴딜디지털플러스 ETF는 -17.3%의 수익률로 가장 부진했는데, 알고 보니 펀드 내 주요 상위 종목 중에 LG화학과 셀트리온이 있었다. LG화학은 자회사(LG에너지솔루션) 물적 분할 이후 기업 가치가 하락할 것이란 우려로 주가가 빠졌고, 셀트리온은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약세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중요한 정책 중 하나로 내놓은 것이 ‘뉴딜’이었고, 금융과 뉴딜을 결합해서 나온 상품이 ‘뉴딜펀드’인 만큼, 지금 당장 단기 성과는 다소 부진하더라도 문 대통령이 ‘뉴딜꽃’이 제대로 필 때까지 보유하고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2019년에 가입해 작년 1월 수익금만 빼낸 NH아문디운용의 필승코리아펀드는 여전히 5000만원 원금이 남아 있는데, 최근 1년 동안 4.4% 수익률을 올렸다.

이렇게 계산해 보면, 총 6개 펀드를 보유 중인 문 대통령의 펀드 통장 잔고는 약 995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오는 5월 퇴임 시점까지 펀드 계좌 잔고가 이 정도 수준을 유지한다면, 문 대통령의 예상 수익률은 약 90%대로, 역대 대통령 중 펀드 투자 수익률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역대 대통령 중 펀드에 가입해 대박을 쳤던 투자자는 DJ(김대중 전 대통령)였다. 그는 1998년 외환 위기 당시 ‘주식 갖기 운동’에 참여하면서 현대투신(현 한화운용)이 출시한 ‘경제살리기 주식 1호’ 펀드에 가입했다.

김종필 국무총리와 고건 서울시장 등 당시 고위 공직자들도 펀드에 많이 가입했지만, 국민 호응은 신통치 않았다. 국가 부도가 날 수 있다는 일촉즉발 위기 상황이었기 때문인지, 펀드에 모인 돈은 고작 20억원이었다. 하지만 이후 한국 경제는 빠르게 회복되었고 1년 후인 1999년 펀드 해지 시점에 김 대통령은 70%대의 고수익을 손에 쥐었다.

운용사 임원 A씨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펀드나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 등을 보면 정부 주도의 관제펀드는 임기 후에 수익률이 부진해 지는 경우가 많아 걱정된다”면서 “그래도 고사 위기에 처해 있는 공모펀드 시장에서 문 대통령이 성공 사례를 만들고 퇴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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