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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인사이트] "태양에도 특허를 낼 건가요?"..코로나 백신 '특허 포기' 씨앗이 된 말

김수형 기자 입력 2022. 01. 15. 14:27 수정 2022. 01. 1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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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속도에만 집착한 미국…살아남기 위한 'mRNA 몰아주기'

코로나 백신은 인류 역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mRNA라는 최신 백신 기술이 때마침 일정 수준에 도달해 있었고, 트럼프라는 역대급 대통령의 재직 기간 코로나가 터지면서 초스피드 백신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은 코로나가 팬데믹으로 확산하면서 사실상 패닉 상태였습니다. 개인의 자유를 심하게 옥죄는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는 공화당 정권에서 강제하는 것은 명백한 한계가 있었고, 트럼프 개인도 방역 전문가들의 조언과는 항상 반대로 움직이는 기묘한 개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트럼프는 자신이 백신 회의론자이기는 했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그나마 백신이 코로나를 해결해줄 수 있는 가장 빠르고 믿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물론 초반, 말라리아 약에 헛된 믿음을 가져 많은 혼선을 빚기도 했습니다.) 초고속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임상 시험과 백신 생산을 동시에 하는 사상초유의 일이 진행됐는데, 실패하면 천문학적인 세금이 사라지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절차와 과정을 꼼꼼하게 따지는 미국이지만, 트럼프는 관료제 타파를 이유로 백신을 빨리 승인하라며 정부 부처를 험하게 몰아세웠습니다. 트럼프는 임상 결과가 발표가 되기도 전에 참모들한테 한 두 마디 주워듣고도 대성공이라는 자화자찬을 늘어놨고, 전문가들은 이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몇 개 후보 백신에 몰아주기 지원을 했고, 그렇게 해서 결승선을 제일 먼저 통과한 게 화이자, 모더나의 mRNA 백신이었습니다. 2020년 10월까지 미국 정부는 120억 달러, 14조 원 넘는 엄청난 돈을 백신에 쏟아부었습니다. 트럼프는 자신의 재선을 위해 이런 엄청난 모험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 재선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됐습니다, 코로나 백신은 델타 변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 바이든 정부가 코로나 해방을 선언할 수 있게 하는 일등 공신이 됐습니다.
mRNA 백신 기술은 비유하자면 속도 빠른 스포츠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신 디자인을 갖추고 속도까지 엄청나 모든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지만, 탑승인원이 많지 않았습니다. 항상 공급은 부족했고, 미국은 국방물자 법까지 동원하며 백신을 쟁여두고 백신 미국 우선주의를 펼쳤습니다. 사실 사람들을 많이 태우려면 좀 흔들려도 버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혁신과 속도만 집착하다 보니 그럴 경황이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변이가 계속 출현하면서 인류를 위협했기 때문에 정신이 더 없었던 게 사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출현한 지 2년이 지나면서 옛날 기술을 활용한 대형 버스가 세상에 하나둘씩 나오고 있는 모습입니다. 옛날 버스 같은 게 코르베백스, 노바백스 같은 단백질 재조합(유전자 재조합) 방식의 백신입니다. 이 기술은 1980년 대 B형 간염 백신을 만드는데 활용돼서 인류에게 친숙합니다. 보관과 운반이 편하고 무엇보다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게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지식 재산의 부가가치를 인정해달라며 가격을 높여서 매기면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코르베백스는 이런 움직임에 완전한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연구팀이 백신에 대한 특허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마치 이 버스는 '공짜 버스'니 아무나 올라타서 지옥 굴부터 탈출하자고 외치는 버스 기사를 보는 느낌입니다. 돈 없는 사람들은 그동안 스포츠카는 탈 생각도 못했는데, 어디서 나타난 공짜 버스인지 어리둥절한 상황입니다.
 

보드카 회사 종잣돈으로 시작한 백신 개발…"우리는 돈 원하지 않는다"

코르베백스를 만든 연구 책임자인 피터 호테즈 교수와 마리아 보타치 베일러 의대 교수는 제약업계 주류가 보기에는 이단아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허를 주장하지 않는 백신을 만든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업계의 암묵적인 룰을 깨는 트러블 메이커로 비춰질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미국 의회 후원금의 2/3가 제약업계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진 제약회사들에게 매장당할 각오를 해야 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무모한 걸 감행하는 배짱을 가진 사람은 어떤 인물일까 궁금해서 인터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호테즈 교수는 백신 관련해 미국 TV 뉴스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전문가 가운데 한 명입니다. 나비넥타이에 수염이 텁수룩한 모습이어서 인상적인 데다, 하도 방송 출연을 자주 해서 자신의 책상에 봉 마이크까지 준비했던 게 더 특이해 보였습니다.

그가 이끄는 베일러 의대 백신 연구팀은 사실 사스 전염병 때부터 백신을 준비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제품이 나오려고 했을 때 이미 사스의 위협은 사라졌습니다. 몸 만들어서 경기장 들어갔더니 이미 게임이 끝난 셈입니다. 하지만 그 기술은 고스란히 이번 코로나 백신에 적용됐습니다. 하지만 백신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개발 비용을 조달해야 했지만, 대선 전에 나올 백신을 찾던 미국 정부에 코르베백스는 적절한 지원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미국 정부의 외면을 받은 베일러 의대팀을 도와준 건 민간 자선 기업들이었습니다. 텍사스의 보드카 회사가 1백만 달러를 지원한 게 종잣돈이 됐습니다.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코르베백스는 미국이 아니라 인도에서 일단 결승선을 넘었습니다. 지난달 28일, 인도 정부가 긴급 사용 승인을 내리면서 인간 세상에서 접종을 시작할 수 있는 백신으로 등장한 것입니다. 이미 인도 제약사 바이오로지컬 E는 1억 5천만 회 분량의 백신을 출고해 준비를 마친 상황입니다. 이 제약사는 한 달에 백신을 1억 회씩 생산할 예정입니다. 인도 정부도 3억 회 사전 구매를 마친 상태입니다.
 


화이자, 모더나는 올해만 백신 판매로 111조 원을 벌어들일 거라는 전망이 나와 있습니다. 조 단위 돈이 왔다 갔다 하는 백신 시장에서 특허 포기는 결코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호테즈, 보타치 교수에게 정말 돈을 한 푼도 못 받는 게 맞냐고 물어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호테즈 교수는 "우리는 돈 벌고 싶지 않다"고 응수했습니다. 그는 백신을 하루 빨리 전 세계가 접종해 이 끔찍한 팬데믹에서 벗어나기를 원하기 때문에 특허 없이 백신을 내놓은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보타치 교수는 "백신 불평등이 계속 변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자신들의 문제의식을 설명했습니다. 부자 나라 접종률은 76.8%지만, 가난한 나라는 8.9%에 불과하다는 건 통계적 수치로 잡히는 현황입니다. 아프리카는 접종률이 여전히 10% 미만이고. 인구가 2억 명이 넘는 나이지리아 접종률은 2.5%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백신 공급은 한숨 돌렸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여전히 백신이 없어 코로나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된 사람들이 많은 것입니다. 이들이 감염되면서 변이가 계속 생겨나기 때문에 인류가 팬데믹의 공포에서 해방될 수 없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미 델타 변이, 오미크론 변이에 크게 당하면서 인류가 충분히 겪었던 일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담대한 생각은 정부 단위의 의사 결정에서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이든 정부도 전 세계 백신 접종을 강조했지만, 미국 제약사로부터 백신을 사서 기부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올해 말까지 미국 정부는 10억 회 분량의 백신을 기부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여전히 천문학적인 예산을 백신 회사에 지급하면서 백신을 사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건 미국 내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지적했던 부분입니다. 지난해 톰 프리든 전 CDC 국장도 우리나라가 백신 허브국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도, 미국 외 국가에서 현지 생산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mRNA 제약사들은 몰려드는 주문을 감당할 수 없는데도, 기밀을 강조하면서 기술을 틀어쥐고 꽁꽁 숨겨놓은 상황입니다. 바이든도 사실 백신 생산을 미국 내 일자리 문제로 접근하는 측면이 컸습니다. 지난 해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미국 내 백신 생산으로 일자리가 늘어날 거라는 의도를 숨김없이 발설하기도 했습니다. 보수진영에서는 바이든이 최신 mRNA 기술을 빼서 중국에 주려고 한다는 선제적인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었고, 미국 정부는 백신사들에게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대신 하던 대로 기부 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화이자, 모더나 mRNA 백신사들의 공급은 수요를 따라잡을 수가 없습니다. (반면 코르베백스를 만드는 인도 제약사는 한 곳에서만 한 달에 1억 회를 생산 계획으로 잡았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사실 어떤 조건도 붙이지 않고 가난한 나라에 백신을 기부한다고 말은 했지만, 백신을 주면서 미국의 영향력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의도를 부인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물론 중국처럼 미국이 노골적으로 백신을 정치적 영향력 확대의 기회로 삼는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호테즈 교수는 개략적인 계산만 해도 백신이 얼마나 필요한지 나온다고 설명해줬습니다. 백신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프리카에서는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10억 명, 동남아시아 빈곤국가 10억 명, 남아메리카와 캐리비안 일대 10억 명을 더하면 30억 명이라는 것입니다. 2회 접종을 감안하면 적어도 60억, 부스터까지 생각하면 90억 회 백신이 필요하다는 게 그냥 산수로 나옵니다. 미국 정부가 올해까지 기부하겠다는 10억 회에 다른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다 합쳐도 올해 전 세계 백신 부족은 너무나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호테즈 교수는 mRNA 백신이 너무 잘 나왔고 그 효능도 전혀 문제가 없지만,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지적했습니다. mRNA에만 의존하기에는 인류 전체의 위험 요소가 너무 크기 때문에 단백질 재조합 방식의 옛날 방식 백신도 대량 생산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포츠카로만 사람을 실어 나르기 어려우니 버스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이었습니다.
 

값싸고, 안전성 높고, 운반 편한 '옛날 백신'…검증 작업이 관건

코르베백스는 특허가 없기도 하지만, 생산 단가도 다른 백신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호테즈 교수는 인도 생산 백신은 2달러 정도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대략 잡으면 화이자, 모더나의 1/10 정도 수준입니다. 인도 제약사가 3천 명이 참여하는 임상 3상 시험을 두 차례 마쳤는데, 보타치 교수는 "우한에서 유래한 코로나에는 90%, 베타와 델타에는 80% 예방 효과를 보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오미크론에 대해서는 아직 결과가 안 나왔습니다. 호테즈 교수는 "다른 변이에 대한 결과를 놓고 봤을 때 오미크론에 대해서도 결과를 낙관한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일반 냉장 보관이면 충분하기 보관과 운반도 편리하고 단백질 재조합 기술을 가진 제약사가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생산이 가능합니다. 보타치 교수는 인도에서 코비실드라는 이름으로 나온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다 부작용 보고 사례가 절반에 불과했다고 말했습니다. 호테즈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에 mRNA 백신 맞기 싫다면서, 당신들 백신이 나오면 맞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가 매일 배달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백신 음모론자를 중심으로 mRNA에 대한 불신이 상당한 편인데, 차라리 이 백신이 안심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백신 음모론의 진원지로 자주 인용되는 브레이트 바트나 OAN같은 미국 극보수 매체에서도 이 백신에 대해서 긍정적인 기사를 실어줬다는 것입니다. 진보 매체들도 특허 포기 백신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 바 있습니다. 좌우에서 환영받는 백신이 나온 건 처음이라며 호테즈 박사가 농담처럼 트위터에 관련 기사를 올린 적도 있습니다.
다만 코르베백스는 아직까지 인도에서만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직 인도 제약사가 진행한 임상 결과가 공개되지 않아 학자들 사이에서 검증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다만 이 과정은 시간 문제이기는 해서 조만간 전체 자료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국제보건기구, WHO가 코르베백스의 유용성과 안전성에 대한 검토 작업을 진행하는 중입니다. WHO에서 긴급사용승인 도장을 찍어준다면 코르베백스는 글로벌 유통이 가능한 백신으로 한 번 더 승격될 것으로 전망입니다. 호테즈 교수는 WHO와 긴밀하게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과 파트너 관계 원해…제조 과정에 대한 자료까지 공개"

호테즈, 보타치 교수에게 한국 관련 질문을 후반부에 하려고 준비했었는데, 말을 하다가 중간에 한국 얘기가 쏟아졌습니다. 예전 톰 프리든 전 CDC 국장이 백신 허브국가 한국이 돼야 한다고 인터뷰 할 때 그가 자신의 머릿속이 한국 생각으로 꽉 차있다고 한 적이 있는데, 이들도 한국 얘기를 너무 하고 싶었던 눈치였습니다. 호테즈 교수는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보츠와나에서도 코르베백스를 생산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는데, 한국도 생산에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아주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호테즈 교수는 한국 과학 기술 수준이 아주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한국 대학 이름을 줄줄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연구실에는 한국에서 학부를 졸업한 연구진도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나라가 많지 않다면서 한국이 그래서 특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보타치 교수는 한국 기업 가운데 희망하는 곳이 있다면, 연구 자산은 물론 제조 과정에 대한 정보를 모두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을 가진 한국이 나서 준다면 전 세계적인 백신 생산에 큰 힘이 된다는 취지였습니다.

유엔개발기구가 설립을 주도해 우리나라에 본부를 두고 있는 비영리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 제롬 김 사무총장에게도 문의를 해봤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예일대 출신의 미 육군대학 의대 교수를 지낸 인물로 백신의 특성은 물론 미국 내 백신 전문가들을 두루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단백질 재조합 방식의 백신이 오래된 방식이라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접종할 때 안심할 수 있고, 백신의 효과가 통상적으로 더 오래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런 장점이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관심을 보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백신 글로벌 허브를 목표로 백신 생산에 대해 정부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 상황입니다. 국내 바이오 기업이 생산하는 다양한 백신 가운데 하나로 단백질 재조합 방식의 코르베백스를 넣는 것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것 같습니다. 국내 전문가 가운데는 WHO에서 긴급사용 승인이 나올 때쯤에는 우리 기업 가운데 일부 희망자가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는 분도 있었습니다.
 

"태양에도 특허를 낼 건가요?…베일러 연구팀은 21세기의 소크 박사가 될 수 있을까?

1950년 대 소아마비 백신을 특허 없이 출시한 조너스 소크 박사는 인류의 은인 같은 인물입니다. 지금이야 소아마비를 걱정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만, 1921년, 39살이었던 루스벨트 대통령도 소아마비를 앓고 하반신 장애를 얻었을 정도로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질병이었습니다. 소크 박사의 결단으로 소아마비는 사실상 박멸됐고, 미국 내에는 소크 재단이 만들어졌을 정도로 그를 의인으로 기리고 있습니다. 특허를 포기한 베일러 연구팀의 행동은 소크 박사와 비슷한 점이 많았습니다. 호테즈 교수에게 물어봤더니 소크 박사는 어린 시절 영웅이었다면서 그가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 보타치 교수와 함께 찾아가 반나절 시간을 같이 보낸 적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백신에 대한 여러 관심사를 서로 얘기했는데, 그때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방송이 나가고 댓글에 이들을 "어릴 때 영웅을 따라 한 영웅. 이제 그를 따르는 영웅이 또 생기길 기원한다"는 내용이 달렸는데, 세상에 뿌려진 선한 영향력은 씨앗이 돼 나중에 누군가의 행동으로 다시 꽃 피울 수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호테즈 박사는 과학은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것은 우리의 책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쟁 같은 팬데믹을 겪으면서 과학이 돈벌이로 전락한 거 같아서 취재하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는데, 과학의 본래 목적은 돈벌이가 아니라 세상을 좋게 만드는 데 있다는 걸 확인하게 해줘서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 "돈 원하지 않아"…특허 포기한 첫 코로나 백신, 왜?
[ https://youtu.be/PvvAoh1E-9I ]

김수형 기자se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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