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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꿈 '대표님' "밤잠 설치게 생겼습니다"

한우람 입력 2022. 01. 1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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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중대재해법 시행에
주주 대표소송 압박 더해
"회사서 일어나는 일 다 알 수도 없는데"
[사진 = 연합뉴스]
과거 직장인의 유일한 낙이자 꿈이 '임원 승진'이었다면 앞으로는 '만년 부장'이 꿈이 될 분위기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의 민형사상 책임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대상으로 형사처벌하는 법이다. 산업재해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원인으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발생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로 정의된다.

안전의무를 소홀히 해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징역 1년 이상 또는 벌금 10억원 이하의 형사처벌이 이뤄진다. 보통 형사처벌은 징역 상한이 규정돼 있는 반면 중대재해법은 징역 하한이 규정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처벌의 최대 강도가 아닌 최소 강도를 규정해 강도높은 처벌을 내리겠다는 입법 취지다.

문제는 안전의무가 모호하고 처벌 대상 역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로 모호하게 규정됐다는 점이다. 사고가 나면 필연적으로 형사 다툼에 들어갈 수 밖에 없고, 처벌 대상이 누구인지도 가리기 위해 기업 임원을 비롯해 광범위한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간단히 말해 기업 안전과 관련된 임원진 모두는 사고가 발생하면 조사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재계 관계자는 "사고 수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경영진들이 사고 수습보다 형사 처벌 대비쪽에 에너지를 더 쏟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문제는 사업 현장에서 아무리 안전을 강조해도 현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경영진이 알 도리가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 기업 최고경영자는 "대표가 되고 나니 언제 어디서 사고가 터질 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너무 강하다"며 "현재도 대표이사가 회사를 대표해 다양한 경영 책임을 지고 있는데 점점 책임이 무거워지고 있어 불면증이 찾아왔다"고 토로했다.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은 분명 많은 혜택과 권리가 주어진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급부인 책임이 규제입법 강화로 무거워지다보니 승진이 더 이상 '남는 장사'가 아니라는 풍토가 기업체에서 점점 번지고 있다.

이같은 형사 리스크에 더해 상법 개정을 통해 추가된 다중 대표소송제는 경영진이 짊어져야 할 대표 민사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모기업 지분 1%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모기업 지분율 50% 초과 자회사, 손자회사 경영진에 대해서도 대표 소송을 낼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선진 경영을 위해 진작부터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왔다. 이같은 지주사 체제는 지주사를 정점으로 자회사, 손자회사로 연결되는 구조기 때문에 다중 대표소송제의 주요 타깃이 된다. 문제는 국내 지주사들이 자회사 배당에 의존하는 순수 지주사의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량 계열사를 압박하기 위해 저평가된 지주사 지분 1%를 싸게 사들인 뒤 계열사 전반에 걸쳐 영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영을 잘하면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소송을 당해본 이들은 안다. 내가 잘못한 점이 없더라도 상대가 소송을 걸면 이에 대응하는 스트레스 자체가 만만찮다는 점을 말이다.

다중 대표소송 등 대표소송은 소송 당사자가 기업이 아니라 경영진 개인이다. 소송에서 지면 개인이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토해내야 한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손해배상금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위원회에 대표소송 여부 결정을 맡기려드는 움직임을 보이자 재계는 적극 반발에 나서고 있다.

결론적으로 임원은 그동안의 법적 책임에 더해 중대재해법과 대표소송이라는 추가 법률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만년 부장으로 정년퇴직하는 것이 더 속편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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