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서 민중총궐기 대규모 집회.."약자 목소리 사라진 대선"
[경향신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진보단체들이 15일 서울 영등포 여의도 일대에서 1만5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진보단체들로 구성된 전국민중행동은 이날 오후 2시쯤부터 여의도 문화마당(여의도공원)에서 ‘2022 민중총궐기’ 사전집회를 시작하고 오후 2시36분쯤 개회선언과 동시에 본집회를 진행했다. 2017년 이후 5년 만에 열린 이번 민중총궐기 집회에는 전국에서 참가자들이 모여 여의도공원을 가득 메웠다.
전국민중행동은 오는 3월9일 열리는 제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주택·의료·교육·돌봄·교통 공공성 강화,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 확대,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강력 촉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불평등을 갈아엎자” “기득권 양당체제 끝장내자” “자주평등사회 열어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임을 위한 행진곡>를 제창했다.
주최 측은 촛불 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일자리가 대규모 사라지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불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고 지적했다. “주 120시간 노동”과 “투자활동이 어려워지면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검토하겠다”는 점을 언급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거론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불평등과 양극화는 견딜 수 없을만큼 심화돼 우리의 삶을 처참하게 파괴하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를 빌미로 양질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고용도 임금도 노조도 보장하지 않는 최악의 일자리만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누가 더 비호감이고 누가 더 부족한 사람인지 다투는 대선판에서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노동자 민중의 생존과 삶”이라고 했다.
현장에서 코로나19 방역수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집회 참가자 간 물리적 거리는 1m 이내였다. 주최 측은 금연 공지를 내렸지만 여의도공원 곳곳에서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벗고 흡연을 했다. 경찰은 대회 내내 수차례 해산 명령 방송을 했으나, 물리적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주최 측은 이날 오후 12시30분쯤 집회 장소를 기습적으로 공개했다. 앞서 서울시와 경찰 등 정부기관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주최 측이 신청한 집회를 모두 불허했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전국민중행동 관련 단체는 전날까지 서울역 등 도심권에 44건(8013명)의 집회 신고를 했다.
앞서 민주노총이 대규모 집회를 예고함에 따라 경찰은 이날 총 136중대를 동원해 대응했다. 경찰은 집회 장소가 발표된 직후 여의도공원을 둘러싸는 차벽을 세우고 여의도공원 출입구마다 경력을 배치했다. 앞서 경찰은 오전 10시부터 집회 참가 목적의 관광버스와 방송·무대차량을 차단하기 위해 서울시청 앞과 광화문 등 10곳에 임시검문소를 운영했다. 이날 여의도 일대 지하철과 버스는 정상 운행했다.
경찰은 불법 집회를 강행한 집행부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경찰청은 “금일 여의도 공원에서 대규모 불법집회를 강행한 주최자 및 주요 참가자 등에 대해 집시법 및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한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다만 앞서 경찰청 인권위원회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헌법상 보장된 권리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적극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난해 11월 경찰청장에게 표명했다. 전국민중행동도 이날 성명을 통해 “집회 자유 보장에 대해 협의하기 위해 국무총리 등 정부 당국에 면담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했다”며 “실내 공간보다 감염확산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실외 집회를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소외받은 사람의 목소리를 틀어막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지난해에도 집회가 불허되자 7·3 전국노동자대회(서울 종로), 10·20 총파업 투쟁(서울 서대문), 11·13 전국노동자대회(서울 동대문) 등을 기습 단행한 바 있다. 7·3 전국노동자대회 등 대규모 불법집회를 주도한 혐의(집시법 위반 등)로 재판에 넘겨진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법원으로부터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뒤 같은달 석방됐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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