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내고 끊은 전화가 마지막은 아니지? 아빠 미안해"

조보경 기자 2022. 1. 1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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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처참한 현장을 실종자 가족들은 직접 손으로, 호미로 파내고 싶은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짜증내고 끊은 전화가 아빠와의 마지막 통화가 될까 봐 겁이 나는 막내딸도, 닷새째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들의 목소리를 조보경 기자가 담아왔습니다.

[기자]

사고 당일 뉴스를 본 막내 딸은 정신없이 현장을 찾았습니다.

[A씨/실종자 가족 : 아빠를 찾았는데. 아빠가 아무리 찾아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사고 현장 주변을 다 돌아다녔어요. 아빠 같은 사람 있나. 아빠가 있나]

건물 실리콘 작업을 하던 아빠는 그날 가장 늦게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A씨/실종자 가족 : 그쪽 현장을 갈 날이 아니었어요. 근데 빨리 해달라고 재촉을 하니까 다른 현장에 있다가 가신 건지. 이제 거기만 하고 다음 날에는 또 다른 데로 옮기겠다.]

추운 날씨, 더딘 구조작업.

속이 타들어가고 스스로를 많이 원망했습니다.

[A씨/실종자 가족 : 마지막 전화도 짜증을 내고 끊어가지고. 미안하다고. 그동안 못해줬던 거 그냥 다 잘해주고 싶어요. 어디 다쳐도 되니까 살아만 계셨으면 좋겠어요.]

답답한 마음에 직접 구조에 나서겠다는 가족들도 있습니다.

[B씨/실종자 가족 : 그냥 나에게 로프를 달라 안되면. 가끔 나이드신 이런 분들이 그런 얘기해요. 안되면 우리가 가서 벽돌이라도 치우자고. 손으로 파내고 호미로 파내자고]

조금이라도 더 가족 가까이에 있고 싶어 현장 텐트를 떠나지 않습니다.

[B씨/실종자 가족 : 어떤 편한곳에서 쉬기를 원하진 않아요. 그래서 저 텐트에서 현장 근처에서. 가능하다면 이렇게 가까이 가서 보기라도 하게 해달라]

가족을 너무나 찾고 싶지만 그렇다고 구조하는 분의 희생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A씨/실종자 가족 : (처음엔)상황이 위험한지 몰랐고 당장 구조대원이 투입이 되면 안 되는 것도 몰랐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빨리 가족을 찾아야 되니까. 근데 구조대원들이 다치는 걸 원하지 않고]

[B씨/실종자 가족 : 그게 제일 걱정되어요. 절대 저희는 인원을 무리하게 투입하는거는 반대입니다.]

정말 무섭고 화가 나는 건 같은 일이 또 반복돼…그 희생자가 가족이 됐다는 사실입니다.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하면 견디기 어렵습니다.

[A씨/실종자 가족 : 작업하다가 그냥 아무 잘못 없이. 일하다가 무너져가지고 다친 거잖아요.]

[B씨/실종자 가족 : 그 전에 학동참사도 마찬가지고. 기억하는 자가 사라지면 진실은 묻히는거잖아요.]

실종자 가족에게 힘을 보태는 건 정작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보다 시민 봉사자입니다.

[이정희/급식 봉사자 : 내가 직접 들어가서 내 신랑 구해오겠다고 했을 때 그 마음이 어떻겠어요. ]

[박성준/교통 관리 봉사자 : 현장을 지켜보고 있으면 아무래도 빨리빨리 구조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봉철준/급식 봉사자 : 실종자들이 다 이렇게 가족의 품으로 오고. 10일이든 20일이든 저희들 계속 봉사를 하고 있을 겁니다. ]

모두 한 마음으로 기적을 바라고 있습니다.

[A씨/실종자 가족 : 외벽이 무너지면서 부서지면서 이렇게 좀 틈이 생겨서 그 안에서라도 숨 쉴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희망을 놓고 싶지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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