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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로 정자기증 받아 임신했는데..국적·학력 모두 거짓이었다

문지연 기자 입력 2022. 01. 15. 18:48 수정 2022. 01. 1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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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정자 기증을 둘러싼 사기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다. 한 부부에게 정자를 기증한 남성이 국적과 학력 등을 속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고, 부부는 아기를 보육 기관에 맡긴 뒤 현재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15일 FNN프라임과 닛테레 뉴스24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30대 기혼 여성 A씨는 2019년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자 기증자를 수소문했다. 둘째 아이를 갖기 위함이었다. 남편과의 사이에 아이가 있었지만, 둘째를 계획하던 중 남편에게 유전성 난치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고민 끝에 정자 기증을 결심한 것이다.

A씨는 지원자 15명의 메시지를 받았고 그중 5명과 직접 만나 면담했다. 그는 기증자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몇 가지 조건을 제시했는데, 먼저 명문 도쿄대를 졸업한 남편과 비슷한 학력을 희망했다. 또 윤리적 문제를 고려해 배우자가 없고, 의료적인 측면에서 적합성이 높은 일본인을 원했다.

최종적으로 낙점된 20대 남성 B씨는 자신을 대형 금융기관에서 일하는 국립대 졸업자라고 소개했다. 출신대학을 묻는 A씨에게 “교토대에서 공부했다”고 답했고 사원증을 보여주기도 했다. 2차례 가진 면담에서는 배움에 열정이 있는 편인지, 노력형과 천재형 중 어느 것인지, 가족 중 정신질환이나 암 환자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B씨의 조건은 모두 만족스러웠다.

이후 A씨는 기증자와 직접 성관계를 통해 정자를 제공받는 ‘타이밍법’을 10회에 걸쳐 시도했고 그해 6월 임신에 성공했다. 그러나 행복은 잠시였다. 몇 달 후 임신 후기에 들어섰을 무렵 B씨의 거짓말이 드러난 것이다. 그는 교토대가 아닌 일본의 다른 국립대를 졸업했으며 이미 결혼한 중국 국적의 남성이었다.

진실을 알게 된 A씨는 정신적 충격에 빠졌고 심각한 수면 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그 상태로 2020년 출산했고, 몸 상태가 허약해져 육아를 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아이를 복지기관에 맡겼다.

A씨 부부는 지난해 말 B씨를 상대로 3억3200만엔(약 34억6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B씨가 성적 쾌락을 목적으로 허위 정보를 전했다”며 “원하는 조건과 일치하지 않는 상대와의 성관계와 이에 따른 임신과 출산을 강요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이 아버지가 될 남성을 선택하는 결정권을 침해당했다”며 “정자 기증과 관련해 나와 같은 피해자가 또 나오는 사례를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에서는 매년 약 1만명의 아이가 정자 기증을 통해 태어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건으로 현지 언론은 소셜미디어 상에서 개인 간 정자 거래가 활발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가 차원의 규제가 없기 때문에 상당한 위험이 동반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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