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한국인' 겨냥 증오범죄 기시다 책임론 부상.."단호한 메시지 내야"

김예진 입력 2022. 1. 1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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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재일한국인 겨냥 범죄 잇따라…인터넷선 '2차가해'도 진행중
문제는 정부 무관심·방치…"국가·지자체 반대 입장 표명 필요"

[도쿄=AP/뉴시스]지난 5일 일본 수도 도쿄 소재 총리 관저를 들어가기 앞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2022.01.13.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결코 용서해서는 안 된다."

일본의 진보 성향 아사히 신문은 지난 10일자 "'재일(在日)'의 피해 증오범죄를 용서 못한다"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신문은 "재일 코리안(재일 한국·조선인) 관련 시설을 방화하거나 훼손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며 "수사 도중의 사건도 포함되지만, 민족 등 특정 집단에 위해를 가하는 헤이트크라임(증오범죄)로 보인다"며 이를 용서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재일 한국인 등을 겨냥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재일 한국인을 향한 위협이 커지자 더 이상의 증오범죄를 멈추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호소가 나오고 있다.

방화·유리창 파손…잇따르는 재일 한국인 겨냥 범죄

가장 최근 사건은 지난해 12월 오사카부(大阪) 히가시오사카(東大阪)시 민단의 히라오카(枚岡) 지부 유리창 파손 사건이다. 파손된 출입구 현관 근처에는 해머가 떨어져 있어 경찰은 누군가 해머를 던쳐 유리창을 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해 8월 재일조선인 집단 거주지인 교토(京都)부 우토로 마을 빈집 방화 ▲지난해 7월 나고야(名古屋)시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건물 방화 등 사건이 잇따랐다.

아사히는 "일련의 사건 배후에 재일 코리안에 대한 증오와 차별이 있다고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사이타마(埼玉)공업대학 인문사회학부 강사이자 비평가로 활동하는 후지사키 마사토(藤崎剛人)도 지난달 뉴스위크에 칼럼을 기고해 "일련의 범행은 민족 마이너리티(소수자)를 겨냥한 증오범죄라고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범죄를 방지하고 처벌하는 법은 없었을까?

사실 일본에서는 재일 한국인 등을 겨냥한 헤이트스피치(특정 민족·인종에 대한 증오 표현)이 심각해지자 2016년 헤이트스피치 해소법이 시행된지 약 5년이 됐다.

하지만 '처벌'이 없기 때문에 유명무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름을 공표하는 데 그치는 정도다.

증오범죄를 처벌하는 법도 없다.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반대도 크기 때문에 입법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후지사키는 설명했다.

아사히는 해당 조례 등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배려로 벌칙이 없는 이념법이 된 경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각한 증오 행위가 계속된 가와사키(川崎)시 정도에서만 형사적인 벌을 가하는 조례를 실시했다.

게다가 헤이트스피치 대책으로 길거리에서의 피해는 줄었으나 인터넷 상에서의 헤이트스피치는 여전하다.

아사히는 "길거리에서의 노골적인 (헤이트스피치) 행동은 줄었지만 인터넷 등에서의 차별적인 언동 근절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후지사키에 따르면 우토로 마을 방화 등의 인터넷 기사 댓글에는 "방화를 당하고 싶지 않으면 국가(한국)으로 돌아가면 된다" "방화는 좋지 않지만 범죄인을 동정한다“는 헤이트스피치, 이른바 악플이 달렸다.
[도쿄=AP/뉴시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지난해 7월 15일 일본 도쿄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만나 회담 중 발언하고 있다. 그는 작년까지 5년 연속 1923년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에 대한 추도문을 거부했다. 2022.01.13.

문제는 일본의 방치와 무관심, 그리고 '차별 조장'…총리, 국가가 나서야

잇따르는 증오범죄의 원인은 일본 정부의 무관심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사히는 우토로 방화사건을 둘러싸고 지난해 말 교토시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가장 무서운 것은 사회의 무반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고 전했다.

후지사키는 1923년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학살된 사건을 일본의 민족소수자에 대한 학살사건으로 들었다. 심각한 증오범죄라고 했다.

당시 일본에서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로 조선인이 희생됐다.

특히 후지사키는 "최근에는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의 역사 자체를 부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東京)도지사가 작년까지 5년 연속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거부한 사실을 들었다.

그는 "이런 증오범죄의 역사를 부정하는 움직임은 재일 코리안에 대해 차별 선동을 조장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무관심과 방치가 차별 조장이 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그는 국가가 나서 단호하게 재일 한국인 증오범죄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후지사키는 증오범죄가 "본질적으로는 차별이 문제인데 차별의 문제가 제쳐지고 논의는 이런 범인 같은 '불쌍한 다수자'를 어떻게 보살피느냐의 이야기로 변질된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일본에서 확산한 재일 코리안에 대한 차별 감정을 잡아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더 이상의 증오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범인의 심리 분석이 아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 문제를 남의 일로 취급하지 않고 소수자의 책임으로서 인권을 지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잇따르는 재일 한국인을 겨냥한 범죄에도 기시다 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 그 누구도 성명을 낸 바 없다. "대기업 언론의 보도가 적다는 문제도 있다"고 후지사키는 지적했다.

그는 일본이 인종차별 철폐조약을 비준하고 있다면서 "그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도, 인터넷에서의 2차가해를 멈추기 위해서라도 우선은 기시다 총리가 이 사건에 관해 어떤 코멘트를 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촉구했다.

거듭 "기시다 총리는 인권차별에 단호히 반대하는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아사히도 "지역과 지방자치단체, 국가가 협력해 헤이트스피치·범죄를 거절하는 단호한 의사를 계속 나타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애초부터 재일 코리안이 정착한 배경에는 징용공 문제(강제징용 문제) 등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어려움을 겪으며 긴 세월을 함께 살아 지역에 뿌리내린 파트너로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ci2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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