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띄운 'e스포츠 지역연고제'..지역 활성화 기여할까

이정후 기자 2022. 1. 1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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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e스포츠 산업 확장에 도움 될 수 있어"
e스포츠 구성원인 팬덤이 반길지는 미지수
리그오브레전드 프로리그인 LCK(League of Legends Champions Korea)가 열리는 'LoL파크'(라이엇게임즈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e스포츠도 프로야구처럼 지역연고제를 도입하겠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2일 '게임산업 발전 공약' 중 하나로 e스포츠 지역연고제를 발표했다. 수도권 중심의 e스포츠 산업을 지역으로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역에 e스포츠경기장을 건립하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e스포츠 지역연고제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수년 전부터 논의되던 이야기지만 그동안 뾰족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윤 후보의 공약도 아직은 공약일 뿐이다.

이번 공약으로 e스포츠 지역연고제는 제대로 논의될 수 있을까.

◇'반쪽짜리' e스포츠경기장…종목사는 자체 운영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보고 싶어도 서울에 가야만 볼 수 있어요. e스포츠에 지역연고제가 도입되면 서울까지 안 가도 되니까 좋을 것 같아요."

광주에 사는 임광국(27·남)씨는 리그오브레전드 프로리그인 LCK(League of Legends Champions Korea)를 즐겨 본다. LCK의 상징 '페이커'가 있는 프로게임단 'T1'을 응원하는 그는 선수들의 경기를 눈앞에서 보고 싶지만, 경기를 보기 위해 서울까지 가야 하는 부담이 있다.

지역에도 e스포츠경기장은 있다. 부산, 광주, 대전은 수십억의 예산으로 경기장을 짓고 운영 중이다. 진주시와 성남시도 각각 2022년, 2024년 개관을 목표로 e스포츠경기장을 짓고 있다.

하지만 지역 e스포츠경기장에서 프로리그를 보는 건 어렵다. e스포츠 종목으로 선정된 게임의 운영사들이 종목사 자격으로 프로리그를 직접 운영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e스포츠 특성상 대규모 경기장이 필요 없어 경기장도 자체적으로 운영하거나 대관해서 리그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게임단은 대부분의 프로리그가 열리는 수도권에 있는 게 수익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견해다. 지난해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1 이스포츠 정책연구'에 따르면 일부 게임단은 대부분의 e스포츠 소비가 수도권에서 이뤄지고 있어 지역 이전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수도권을 중심으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 상황에서 지역에 e스포츠경기장을 만든다고 e스포츠의 지역 활성화가 이뤄질 리는 만무하다. 지역연고제가 논의되는 배경 중에 하나다.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지스타 2019'를 찾은 사람들 © News1 여주연 기자

◇"지역 e스포츠 활성화 기여"vs"팬들 반발 우려"

게임 산업 관계자들은 대체로 지역연고제가 시행되면 e스포츠의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경기도 아마추어 게임단을 지원했던 경기게임문화센터의 한 관계자는 "지역연고제가 지역 e스포츠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각 지자체에 프로축구 구단이나 프로야구 구단이 있듯이 시·도민 대상으로 문화 향유 기회를 늘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연고제를 기반으로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식 스포츠로 인정을 받게 되면 대한체육회가 주최하는 전국체육대회에 참여할 수 있고 각 시·도 지자체에 실업팀을 꾸릴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프로게임단의 팬덤이 이미 전국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지역연고제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021 이스포츠 정책연구'에 따르면 "리그 출범 시부터 지역연고제를 기획했다면 문제가 없지만, 지역연고제가 아닌 상태에서 기존에 형성된 팬덤들이 지역연고제로 전환할 때의 반응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광주 이스포츠 오픈대회 포스터.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제공) 2021.6.30/뉴스1

◇"지역 아마추어 리그 육성도 함께해야"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역 연고제 도입도 좋지만 지역의 아마추어 리그를 지금보다 더욱 활성화하고 육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게임문화센터 관계자는 13일 "국내 e스포츠 산업이 프로 무대는 구축이 잘 돼 있는 반면, 프로를 위한 아마추어 기반은 열악한 상황"이라며 "지자체에서도 프로 구단 유치보다 아마추어 육성 쪽으로 조금 더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에 프로게임단만 유치한다고 해서 저절로 흥행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프로 무대를 받쳐주는 아마추어 리그와 제도를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지역연고제와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남수 전남과학대학교 e스포츠전공 교수는 "지역연고제가 활성화되려면 e스포츠의 학원 스포츠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그래야만 현재 프로 선수들이 겪는 학업 중단과 같은 여러 문제가 해결되고 지역 아마추어 리그가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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