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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부족한데 방은 늘어나는 청년가구 수수께끼

한겨레 입력 2022. 01. 15.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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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이원재의 경제코드][한겨레S] 이원재의 경제코드 | '방 빈곤층' 감소의 역설
가족 쪼개지며 주택 부족 심화
1인 평균 소유 방 수는 되레 늘며
'방은 남고, 주택은 부족한' 역설
단칸방 거주자 상대적 박탈감 커져
집은 부족한데 방은 남아도는 부동산 구조의 역설은 쉽사리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한 청년이 서울 관악구의 한 고시원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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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 문제다. 지하방, 옥탑방, 고시원의 첫 글자를 딴 ‘지옥고’의 열악한 현실이 화제에 올랐다. 단칸방에 혼자 사는 사람들, 특히 일자리를 구하러 도시로 와서 열악한 방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마음 아파했다.

최근에는 ‘공부방 계급론’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어린 시절 자기만의 공부방을 갖고 있던 사람들과 갖지 못했던 사람들 사이에 경제적 격차가 생긴다는 이야기다. 즉 부모의 경제적 상태가 자녀의 성적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다.

두 이야기를 합치면 ‘방’을 매개로 한 불평등 대물림의 서사가 완성된다. “어릴 때 방이 없던 사람은 자라서도 방이 열악하다. 방이 열악한 사람이 일자리도 소득도 불안정하다. 그런 사람의 자녀는 다시 자기만의 방이 없이 지내야 한다. 이런 아이는 다시 ‘88만원 세대’가 된다.” ‘청년’이라는 말을 사회문제의 영역으로 끌어낸 <88만원 세대>(박권일·우석훈)까지 이어진다.

1인당 사용 방은 되레 늘었지만…

이런 상황이니 사상 최저의 출산율도, 늦어지는 혼인 연령도 모두 이해가 된다. 집도 못 구하고 방도 못 구하는데, 아이 갖기를 주저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다른 한편에서는 부동산 시장에 ‘집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대세를 이룬다. 대선 후보 정책에서도 빠짐없이 ‘공급폭탄론’이 등장한다.

‘우리 청년들’은 방도 열악하고 집도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절망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이 이야기를 연결해보면 어딘가 허점이 보인다. 우리나라는 저출생이 문제인 나라다. 인구는 이미 줄기 시작했다. 사람은 줄어드는데 집이 부족한 것일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인구가 줄어도 가구가 늘어나면 집이 부족해진다. 문재인 대통령도 “가구수 증가를 생각하지 못했다”며 주택공급 정책에 대한 반성을 하기도 했다.

확인해보자.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표본조사 데이터를 보면 된다. 인구주택총조사는 전수조사와 표본조사로 진행되는데, 전수조사는 행정데이터로 이뤄지며, 표본조사는 전국 가구의 20%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인구주택총조사 표본조사 결과를 보면, 2015년 27%이던 1인가구 비중은 2020년 32%까지 높아졌다. 가족은 점점 더 쪼개져 살고 있다. 그러니 가구수가 늘고, 늘어난 가구만큼 더 많은 집이 필요해졌다.

한 가지 더 확인해봐야 한다. 그러면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던 ‘방 문제’는 어떻게 되었을까? 가구가 늘어나서 집이 부족해졌다면, 한 사람이 사용하는 방은 더 많아지지 않았을까? 그러면 ‘지옥고 단칸방’이나 공부방이 부족한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을까?

아니나 다를까, 1인당 사용 방 수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모든 세대에서 그렇지만, 20대 가구주 가구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난다.

지옥고의 청년은 크게 줄었다. 가장 최근 조사인 2020년 결과를 보니 5년 전과 사뭇 달라졌다. 2015년 20대 1인가구 3분의 2는 단칸방이었다. 대다수는 방이 부족했고, 소수만 방이 충분했다.

하지만 2020년에는 다르다. 거실과 부엌 포함 세 칸 이상을 점유한 20대 1인가구가 세 명 중 한 명이다. 방 두 개 가진 20대 1인가구도 세 명 중 한 명이다. 여전히 단칸방에 사는 20대 1인가구도 세 명 중 한 명이다. 청년 1인가구의 3분의 1은 방이 남는 집에 살고, 3분의 1은 여전히 지옥고다.

소수의 ‘방 부자’와 다수의 ‘방 빈곤층’이 살던 20대 주거 풍경은, 5년 만에 상중하로 나뉜 삼국지 형태로 바뀌었다. 좀 더 넓은 집에 사는 청년 가구가 늘어났다는 점은 바람직하다. ‘방 문제’는 이렇게 해결되어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청년 내 계층의 골은 더 깊어졌을 것이다. 여전히 지옥고를 벗어나지 못한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졌을 것이다. ‘나는 내 몸 누일 방 한 칸도 없는데, 다른 사람들은 방이 남아도는 집에 살고 있다’고 느끼는 청년이 급격히 늘어났을 것이다.

물론 방이 여럿인 집에 산다고 해서 주택 소유자인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방 3~4개 주택 소유 1인가구 비중도 비슷한 방향으로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집값 폭등 탓에 열심히 벌어도 집 한 칸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는데, 방이 남아도는 집을 이미 구매해둔 청년들이 주변에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또한 이 모든 것이 대물림의 결과라는 추측을 하게 될 것이다. 스스로 재산을 모아 20대에 방 세 개 이상의 집을 장만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려받은 재산으로 마련한 방을 보며 세대 내 갈등과 좌절은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다.

물론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 세대별로 소유한 부동산 자산을 살펴보면 정말로 청년들의 주택 자산이 늘어났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통계청에서 매년 2만여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 원자료를 가공해보면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조사에서 30대 가구의 평균 부동산 자산액은 1억3500만원이었다. 당시 50대는 2억8000만원대였다. 5년 전 30대가 보유한 평균 부동산 자산은 50대의 절반에 못 미쳤다.

꼬일 대로 꼬인 부동산 구조

그런데 2020년 30대 가구의 평균 부동산 자산액은 2억1000만원이다. 50대는 3억5000만원이다. 30대 가구의 부동산 자산이 커지면서 50대의 60% 수준까지 쫓아갔다. 20대 가구도 금액은 작지만 방향은 같다. 평균이 그렇다는 것이니, 상위층의 증가 속도는 더욱 빨랐을 것이다.

인구주택총조사와 가계금융복지조사 두 가지를 합쳐 생각해보면, 20~30대 가구 중 상위계층이 부동산 자산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전통적으로 부동산 자산이 가장 많은 50대와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세대 간 차이는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20대, 30대 세대 내에서는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단칸방 월세 거주자들의 박탈감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원인이 무엇일까? 1가구 1주택 소유를 장려하는 다양한 제도가, 상위층 20~30대 1인가구가 부모로부터 가구를 분리하면서 더 큰 주택을 구매하도록 만든 것일까? 다주택자 규제가 강력해지니, 이를 피하기 위해 상위층 부모들이 자녀를 일찍 분가시키면서 주택을 자녀 명의로 구매하는 것일까? 1인가구는 속절없이 늘어나고 이들도 과거처럼 단칸방에 살 수는 없는데, 공급되는 주택 구조는 과거와 비슷해서 끊임없이 공급 부족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모두가 도시에 살고 싶어하고, 가구는 점점 더 많아지고, 집은 방 세 개의 폐쇄적인 아파트 구조가 표준으로 자리잡은 상태에서는 이런 상황을 수용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집은 부족한데 방은 남아도는 역설도, 평생 월급을 모아도 집을 살 수 없다면서 점점 더 많은 20~30대가 분가해 집을 장만하는 역설도, 여전히 지옥고에 사는 20대 1인가구 문제와 당장 집을 사겠으니 대출을 더 내놓으라는 청년 가구의 문제가 공존하는 역설도 쉽사리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이는 구조다.

LAB2050 연구활동가 wonjae.lee@lab2050.org

연구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연구활동가. 다음세대 정책싱크탱크 ‘LAB2050’ 대표. <소득의 미래>,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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