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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속으로] 6살 짜리에게 "법정 나와서 증언해라"..위헌 결정 후폭풍

조재영 입력 2022. 01. 15. 20:25 수정 2022. 01. 1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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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지난 연말, 헌법 재판소가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는, 법정에 나올 필요 없이 진술 녹화본만 내도 된다는 법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가해자의 방어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데요.

헌재의 결정으로, 피해자는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진술 녹화를 했는데.

법정에 나와야하고, 변호사, 판사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해자를 마주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6살짜리 아이에게 법정에 나와 성폭력 피해를 진술하라고 통보가 됐습니다.

사건속으로, 조재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수현씨는 7살 때부터 오빠에게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아버지가 재혼해 생긴, 배 다른 오빠였습니다.

집을 나온 18살 수현씨는 오빠를 고소했습니다.

전문 상담기관인 해바라기센터에서 10년 넘는 고통을 진술했고, 결국 가해자를 법정에 세웠습니다.

[수현(가명)] "사실 그 진술 녹화 자체도 되게 큰 스트레스거든요. 다시는 이거 안 해도 되니까 이번 한 번만 참자, 진짜 그거 하나로 버텼어요."

진술이 녹화돼 증거로 제출되면서, 법정에서 가해자를 마주칠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일부 성추행을 인정한 가해자가, 끝내 성폭행은 부인하면서, "녹화된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한 겁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자발적으로 증인석에 선 고등학생 수현씨, 수년이 지나도록 변호사의 질문들을 잊지 못합니다.

[수현] "질문의 강도들이 너무너무 제가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그 당시에 어떤 속옷을 입고 있었고, 몇 번째 손가락이었는지 이런 걸 다 물어봐요. 어린 아이가 어떻게 기억해요? 그냥 아프고 싫었다는 것만 기억하지, 누가 그걸 보고 있냐는 말이에요."

판사는 어렸을 때 성폭력을 당하던 구체적인 상황을 언급하며 "어떻게 붙잡혀 있었길래 못 빠져나왔는지 자세히 설명하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수현] "엄청 울었어요. 그냥 (법정에) 서지 말걸 그랬나‥ 너무 배려가 없다고 느껴졌거든요. 판사조차도 그래요. 판사조차도‥"

수현씨는 자발적으로 증인석에 섰지만, 앞으로는 가해자가 녹화된 진술을 부인하면 어린 피해자들도 예외없이 법정에 불려나올 것 같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진술 동영상만 내면 아이들은 법정에 안 나와도 된다"는 법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피고인에게도 물어볼 기회는 줘야 한다는 겁니다.

한 번만 녹화화면 다시는 끔찍한 기억을 떠올릴 필요 없다고, 피해자들을 설득해 온 해바라기센터는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정명신/서울해바라기센터 부소장] "너무 놀랐어요. 당장 내일부터라도 불려나갈 친구들이 있을 텐데, 그 친구들은 이제 이 사태를 알고서는 '멘붕'에 빠지는‥"

헌재 결정 불과 3주가 지났는데, 재판 현장 분위기는 벌써 달라졌습니다.

한 6살짜리 피해 아동은 "3살 때 겪은 성추행 피해를 법정에 나와 진술하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오선희/변호사(6살 피해아동 변호)] "(검사가) 안 그러면 증거가 없는 셈이니 기소를 못하겠다‥ 아동이 어리면 어릴수록 이런 낯선 환경에서 낯선 어른들한테 '너 제대로 말해, 정확하게 말해봐'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말할 수 없을 개연성이 더 높아져요. 결과적으로 증거가 없어서 무죄가 될 거거든요. "

아동 성폭력 사건은 가족이나 선생님 등 가까운 어른이 가해자인 경우가 많은데, 그 어른을 다시 마주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박아름/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권력관계도 굉장히 크고 그 가해자가 피해자의 취약성을 굉장히 잘 알고 있는 경우들이 많거든요. 압박감,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거죠."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은, 위헌 결정에 반대해 소수의견을 냈습니다.

"어린 피해자는 특별히 보호해야 하는데, 피해자를 공격적으로 반대신문할 경우 수치심과 공포의 2차 피해만 생긴다"는 겁니다.

법원과 법무부가 급히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제도가 정비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증인석에 불려나가야 할지 모릅니다.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영상 취재 : 박주일·이준하 / 삽화: 정연규 / 영상 편집: 권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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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취재 : 박주일·이준하 / 삽화: 정연규 / 영상 편집: 권지은

조재영 기자 (jojae@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333175_357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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