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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나경원 "젠더갈등 근원지 된 여가부, 제역할 못한 것..尹과 입장 다르지 않아"

한기호 입력 2022. 01. 15. 21:40 수정 2022. 01. 15.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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羅 "'여가부 존재 이유' 말한 건 '일부 기능 존속' 얘기"
"부처 없앤다고 여성·성폭력·가정폭력 정책 폐지는 아닐 것"
"가족·인구 특임부 필요한 시대..여가부 폐지성 개편해야"
2018년 발의 비동의간음죄법에 "세심하지 못했다" 시인
지난 1월13일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가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을) 지역단체인 노들발전포럼의 회원들과 연탄 배달 봉사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나경원 전 국회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1월7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여성가족부 폐지' 한줄 공약이 8일 뒤인 15일 오후 기준 4만명 이상의 호응을 얻고 있다.[윤석열 대선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국민의힘 옛 선거대책위원회(현 선거대책본부) 산하 청년본부 양성평등특별위원회에서 지난 2021년 12월30일 발표한 성명.,[국민의힘 선대본부 제공]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가 제20대 국회의원 시절인 2018년 9월6일 '안희정 미투 재판' 등을 계기로 대표발의한 비동의간음죄법(형법일부법률개정안)내 신·구 조문 대비표.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 혐의 성립 요건으로 기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조문을 '상대방 의사에 반하여'로 고친 부분으로 인해, 일반 남녀관계에서 '명시적 동의'를 확인 할 수 없는 성관계는 모두 강간으로 처벌당할 수 있다는 비판을 불렀던 대목이다.[의안정보시스템 자료 갈무리]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가 윤석열 당 대선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지금 이 시대에 여가부라는 특임부처가 (존재하는 게) 맞느냐는 입장에선 내가 후보와 다른 게 없다"며 궤를 같이 했다. 여가부 자체를 두고도 "어찌 보면 '젠더 갈등'의 근원지가 됐다면 본연의 역할을 못한 게 사실"이라고도 했다. 요컨대 가족·인구 문제 등 시대적으로 시급한 현안이 바뀌었으므로, "발전적으로 폐지성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제20대 국회 시절 야권 주도로 발의했던 비동의간음죄(형법개정안, 임기만료 폐기됨)에 관해서도 이른바 '안희정 미투'라는 정치적 사건이 계기였다면서 "다소 세심하게 만들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15일까지 두차례 걸친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최근 "개인적으로 여가부가 아직도 존재할 이유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발언한 배경 △지난 2018년 9월 대표 발의한 '비동의간음죄' 법안에 2030남성층의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한 입장을 조심스레 밝혔다. 그동안 유독 '젠더 갈등' 이슈에 소극적 입장 표명을 해온 그는 "우리 사회 갈등이 너무 심해진다. 때로는 한쪽(페미니즘 운동)의 목소리가 너무 컸고 때로는 반대쪽(안티 페미니즘) 목소리가 크다"며 "내가 (논쟁장에) 들어가면 오히려 더 불을 붙이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우선 나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윤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페이스북 7자(字) 공약에 관해 "저 개인적으로 여가부가 아직도 존재할 이유가 있지 않느냐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해 반대를 표명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른 바 있다. 다만 이는 페미니즘-안티페미니즘 대결의 연장선에서 부처 존립 찬성·반대에만 치우친 논쟁이 이뤄져선 안 된다는 관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그는 "윤 후보는 (여가부 폐지 후) 다른 임무를 포괄하는 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정의당 이런 쪽에선 (폐지 자체로) '안티페미다'라고 가는데 이것이 정치권 스스로 논의하면서 '젠더 갈등 이슈'로 가선 안 된다"고 했다. 또 "여가부 폐지 논의 자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과거 이명박 정부 출범시기부터 정부 개편 논의와 함께 반복돼왔다"며, 타 부처로의 기능 흡수 등을 열어놓고 "건설적인 논의로 가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나 전 원내대표는 최근 통화에서 "'지금 여가부가 그대로 있어야 한다'는 건 아니었고, 폐지란 말을 쓰든 안 쓰든 여가부 업무 일부의 '기능적 존속'을 얘기했던 것"이라며 "그동안 잘못해왔으니 실질적 정책 집행 효율성에서 검토해봐야 한다는 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가부 폐지를 한다고 해도 '여성정책'이 없어질 것도 아니고 '성폭력', '가정폭력' 정책도 해야 할 것 아닌가"라며 "윤 후보가 말하는 것도 여가부 폐지라고 하지만 이런 '기능'을 없앤다는 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가부 폐지를 결정한다면 가족 기능을 보건복지부로 환원하고 여성정책 이관 부처를 찾는 등 대안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도 봤다. 나 전 원내대표는 '혈세로 운영되는 여가부가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 가해자로 다루는 사례가 나오는 등 기능뿐만 아니라 취지까지 어긋났다는 비판도 나온다'는 지적에도 "여가부가 사실상 본연의 역할을 못한 것도 맞다"며 "젠더 갈등의 근원지가 됐다면 역할을 못한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시대에 여가부가 특임부로 존재하는 게 맞느냐는 점에선 사실 내가 후보와 다른 게 없다. 가족이나 인구 문제를 포함한 부처가 필요할 것"이라며 "특임은 '그 시대에 필요한 것'을 하는 건데,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여성특위→여성부 순으로 신설하며) 여성문제만 들어갔다면 지금은 저출생·인구·청소년 등을 해야 하니까 '폐지성 재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정리했다.

실제로 윤 후보는 지난 1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을 재확인하면서 "(부처가) 많은 국민이 기대했던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며 "설립 당시 국민이 기대했던 부분은 다양한 국가의 행정 수요에 부응하게 빈틈 없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아동·가족·인구 등 사회 문제를 다룰 부처 신설을 추진하겠다며 "조금 더 큰 관점에서 우리 사회 문제를 폭넓게 보고 대응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나 전 원내대표는 비동의간음죄법에 관한 입장도 밝혔다. 앞서 지난해 말 윤 후보가 직접 간담회 후 영입한 2030청년들로 이뤄진 선거대책위원회(현 선거대책본부) 청년본부 산하 양성평등특위는 12월30일자 성명에서 "'신지예 사태'의 여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새시대준비위(현 정권교체동행위)가 조배숙 전 민생당 의원을 영입하겠다 한다. 조 전 의원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비동의간음죄를 입법 추진해 극심한 젠더갈등을 유발하는데 동조한 조력자"라며 조 전 의원 영입 철회를 새시대위에 요구했다.

이 때 양성평등특위는 "비동의간음죄는 성관계에 명시적으로 동의한 것이 아니라면 해당 성관계를 강간으로 규정한다.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내몰고 '허위 미투'를 장려하며 수많은 무고죄를 양산할 가능성이 농후한 악법"이라며 "윤 후보의 '무고죄 처벌 강화' 공약과도 정면 대치된다"고 주장했다.

이 성명은 몇시간 만에 새시대위가 조 전 의원 영입을 보류할 만큼 당내에서 여파가 컸다. 올해 들어 3일부터 선대위 전면개편론이 급물살을 타기 직전 새시대위에서 신지예 수석부위원장이 사퇴를 선언하고, 그를 공들여 영입한 김한길 위원장도 사의를 표명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양성평등특위가 지적한 법안은 지난 2018년 9월6일 발의된 것으로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나경원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같은 당 김승희·김정재·김현아·송희경·신보라·윤종필·이은재 의원, 바른미래당 김삼화·김수민·신용현 의원,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서명했다.

총 13명의 여야 4당 여성 의원이 동참했던 이 법안은 한국당 여성 의원들이 2018년 8월 중순부터 여론전을 개시한 뒤 약 보름 만에 발의됐다. 앞서 같은 해 3월5일 폭로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여비서 미투' 사건 재판에서 안 전 지사에 대한 '위력에 의한 성폭행' 무죄 판결이 나온 것 등이 계기였다.

실제로 당해 2월까지 '백장미 퍼포먼스'와 함께 정치권에 미투 이슈를 적극 끌어들인 건 민주당이었으나, 안희정 전 지사 사건 이후 여권이 수세에 몰린 상황을 반영한 듯 남 의원 1명만이 비동의간음죄법 발의에 동참했다. 여당과 제1야당 의석 수만으로도 가능했을 입법도 실제 20대 국회 내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입법 논의 단계에서 여론의 반발이 거셌던 탓으로 보인다. 해당 법안은 이른바 'No means no rule', 'Yes means yes rule'을 구현하려는 노력 차원에서 형법 제303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조항에서 '업무상 위력' 부분을 '업무상 관계'로 수정하고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하여 명시적 동의 없이 간음한 사람"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밖에 모든 경우에 있어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한 간음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형법에서 선행되는 조항인 297조(강간)에서 '폭행 또는 협박으로' 문구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로, '강간'을 '간음'으로 고쳐 강간죄 처벌 요건을 지나치게 확대했다는 논란을 불렀다. 297조의2(유사강간), 298조(강제추행) 조항에서도 기존 '폭행 또는 협박으로' 문구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로 개정한다고 밝혀두면서 이른바 '명시적 동의' 없는 모든 성관계가 강간으로 규정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나 전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사랑하는 '일반 남녀'를 (관계 동의 서약서가 없다는 등 이유로) 다 비동의간음죄로 집어넣겠다는 것은 아니었다"며 "입법목적은 상하관계나 지휘·감독관계에 있는 남녀라든지 지위 자체가 위력이 될 수 있는 '비정상적인 남녀 관계'에서 발생하는 간음 부분에 대해 규율하려는 것이었는데, 법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다소 세심하지 못하게 만들어진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밖에 그는 신지예 전 새시대위 수석부위원장(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과 이수정 전 선대위 공동위원장(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을 둘러싸고 이대남(20대 남성) 여론 중심으로 영입 논란이 일었던 것에 대해 "신지예씨는 그런 부분(페미니즘 활동)이 심했고 상징성이 있어서라지만, 이수정 교수까지 (강성 페미니스트로) 엮는 건 '안티페미'가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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