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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약관 위반" 구독 공유 짝 찾는 플랫폼까지 있지만..OTT들이 뒷짐지는 까닭은

김세인 입력 2022. 01. 1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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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한자리 구해요" 구독 공유하는 이용자들
파티원 쉽게 모집할 수 있는 '중개' 플랫폼도 등장
WAVVE 측 "약관 위반 행위, 개선책 마련할 예정"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들의 로고. 각 플랫폼 홈페이지 다운로드

"실수로 카톡방이 초기화됐어요. 2년간 함께하던 넷플릭스 결제방 찾습니다."

한 대학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자신의 실수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나가 버렸다'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매달 나눠서 결제했던 이들을 찾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OTT 서비스가 동시접속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한 계정을 함께 사용하는 '구독 공유' 사용자들이 늘고 있다. 익명 커뮤니티나 중고거래플랫폼을 통해 구독 공유자들이 늘며 헷갈리는 상황도 벌어진다. 심지어 이런 혼란 때문에 애를 먹고 있는 이들을 겨냥해 구독 공유 파티원(함께 계정을 사용할 사람)을 맺어 주고 결제 관리를 해주는 플랫폼까지 나왔다. 일부 누리꾼들은 OTT의 약관을 어기는 것 아니냐며 문제 삼고 있다.


OTT 사용자 중 87.2%, 가족 또는 다른 사람과 공유

익명 커뮤니티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서비스 구독을 함께 공유할 사람을 모집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OTT를 함께 구독할 사람을 구한다는 글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모 대학 커뮤니티에는 아예 '멤버십' 게시판이 따로 생기기도 했다. OTT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고자 하는 이들을 쉽게 찾기 위해서다. 실제로 5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디지털 전환시대 콘텐츠 이용 트렌드 연구'에 따르면, 본인이 이용료를 지불하더라도 혼자 단독으로 쓰지 않고 가족 또는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이용자가 87.2%에 달했다.

개인과 개인이 익명성을 보장받은 채 계정을 공유하다 보니 사기 등 피해를 입기도 했다. 2020년 11월에는 한 계정주가 400여 명을 대상으로 계정 공유를 약속하고 미리 1년치 요금을 송금하도록 한 뒤 서비스를 해지하고 잠적한 사건이 일어났다. 피해액은 1,500만 원. 실제로 비슷한 방식의 사기를 당했다는 글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최근까지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한 달쯤 계정을 썼는데 갑자기 요금이 결제되지 않아 이용을 못하는 상황"이라며 "석 달치 요금을 계정주에게 미리 보내줬는데 번호도 없고 오픈 채팅방도 없어졌다"고 호소했다.


구독 공유 '중개'해주는 플랫폼 등장

OTT 서비스의 구독 공유를 중개하는 한 플랫폼의 화면. '그레이태그' 홈페이지 캡처

계정 공유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자 OTT 구독 공유를 중개하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피클플러스', '그레이태그', '링키드' 등이 그 예다. 이러한 플랫폼들은 수수료를 받고 계정을 공유하는 이들을 연결해주는 '중개자' 역할을 하고 있다. 계정 공유를 원하는 이용자를 매칭해 하나의 파티를 만들고, 요금을 매달 자동으로 정산한다. 기존 정산 과정에서 생겼던 번거로움과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플랫폼들은 편리한 파티원 모집과 안전한 정산 시스템을 서비스 이용의 장점으로 강조하고 있다. 가장 많은 이용자 수를 보유한 '피클플러스'는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하고 1년 만에 이용자 10만 명을 달성했다.

'구독 공유 중개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견은 갈리는 모양새다. SNS에는 "피클플러스 벌써 파티원 다 매칭됐다. 너무 편하다"(@pugi***), "디즈니 플러스 파티를 링키드 이용해서 구했는데 확실히 편하다. 결제도 알아서 해주고 보증금도 따로 있어서 파토날 걱정도 덜었다"(@AYOTHI******)는 긍정적인 평가가 올라왔다.

그러나 한 누리꾼은 "모 앱을 통해 넷플릭스를 쉐어했는데 매칭되고 하루 늦게 프로필을 잠갔더니 찜 목록에 각종 성인물이 들어가 있었다"(@hardnes******)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플랫폼도 계정을 공유하며 나타난 문제점을 완벽히 보완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지적이다.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도 있다. 파티장(계정을 공유하는 사람)은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파티원들에게 공유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는 정보가 알려지는 걸 감수할 수밖에 없다. 한 플랫폼은 파티장에게 수수료 면제 등 혜택을 추가로 주고 있다.


OTT 서비스의 약관 위배라는 지적도

'구독 공유 중개 플랫폼'의 OTT 서비스 약관 위반에 대해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러한 구독 공유 중개 플랫폼들이 OTT 서비스의 약관을 위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OTT 기업들은 가족이 아닌 타인과의 계정 공유를 약관으로 금지하고 있다. 본사의 서비스를 상업적 용도의 사용 및 재판매하는 것도 금지한다. 그러나 OTT들은 아직까지 타인과 계정 공유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는 않다. OTT 서비스의 확장 초기 단계인 만큼 이용자를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금 한국에 있는 제3자와 공유하는 서비스들은 전부 약관 위반이다. 암묵적으로 넷플릭스가 눈감아 주는 거다"(사**), "나중에 OTT들이 고소하는 거 아니냐"(geh***), "사업화하면 문제가 될 것 같다"(악성**)는 반응들을 볼 수 있다.

실제 OTT에 문의해 본 결과 "약관 위반이 맞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14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복수의 프로필은 한 집에서 여러 명의 가족들이 동시에 다른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함"이라며 "가족 구성원이 아닌 개인과는 공유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약관을 통해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서로 알지 못하는 타인과 계정을 공유하다가 서비스 이용에 차질이 생기거나 의도하지 않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OTT 플랫폼 웨이브(WAVVE) 관계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저희 약관에 제3자가 본사의 이용권을 통해 이윤을 취하는 행위는 불가능하다고 명시가 되어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된 상태는 아니지만 각 플랫폼들도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고 앞으로 개선책을 마련하려 한다"고 밝혔다.

김세인 인턴기자 kimsein28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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