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금지法 후 직장 내 괴롭힘 줄었지만..양극화는 여전"
'갑질 경험' 44.5%→28.5%..16%포인트↓
노동 환경 양극화, 직장 갑질 양극화로 이어져
"5인미만 '사각지대'도 적용, 예방교육 의무화"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갑질금지법)이 시행된 지 2년 6개월 동안 근로자들의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5인 미만 사업장 등 노동 환경 격차에 따른 양극화는 여전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장갑질119는 지난달 3~10일 직장인 10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갑질금지법이 시행 후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28.5%가 폭행·폭언과 모욕·명예훼손, 따돌림·차별, 업무 외 강요, 부당지시 등의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했다. 이는 2019년 7월 갑질금지법이 시행된 후 10월 조사(44.5%)보다 16%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직장 내 갑질을 당한 이들은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고 한 응답은 33.0%로 나타났다. 일터의 약자인 150만원 미만(48.3%), 비정규직(36.8%), 비노조원(33.9%)은 500만원 이상(31.3%), 정규직(30.7%), 노조원(28.8%)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 법 시행 후 괴롭힘이 ‘줄어들었다’라는 응답은 57.6%로 높게 나타났지만, 150만원 미만(46.0%), 여성(50.1%), 5인 미만(51.6%)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500만원 이상(71.4%), 남성(63.2%), 공공기관(68.7%) 등과 큰 차이를 보였다.
직장에서 교육 경험도 차이를 보였다. 직장인들은 50.7%가 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했지만, 비정규직(29.8%), 5인 미만(21.7%), 150만원 미만(18.5%)은 20%대 안팎에 그쳤다. 정규직(64.7%)과 공공기관(68.0%), 300인 이상(76.8%), 500만원 이상(85.0%) 근로자와 큰 격차가 나타났다.
갑질금지법 개정으로 작년 10월부터 가해자가 사용자 또는 사용자가 친인척일 경우 과태료 부과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이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27.8%로 낮게 나타났다. 특히 비정규직(20.3%), 5인 미만(19.6%), 150만원 미만(14.5%)은 더 낮았다. 직장갑질119는 “정부가 법 개정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일터에서 상대적 약자들은 새해에도 희망을 품지 못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은 59.9%로 긍정적인 의견이 절반을 넘었지만, 여성(53.4%)과 20대(51.1%), 비정규직(55.3%), 5인 미만(53.3%), 150만원 미만(50.8%)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일터의 양극화가 직장 갑질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직장갑질 119는 “비정규직, 5인 미만, 150만원 미만, 여성 노동자들이 심각한 직장갑질을 겪고 있는데, 갑질금지법이나 개정 근로기준법을 모르고 있고, 법 시행 이후에도 괴롭힘이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새해에도 직장 갑질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A씨는 “협박, 신체적 위협, 욕설, 퇴사 강요 등 사장의 갑질이 너무 심하다”며 “녹음과 카톡 증거를 보냈는데 5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안 된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회사 규모나 고용형태에 따라 월급이 적을 수는 있지만, 누구도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당하면서 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사각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과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원청의 갑질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형식적인 예방교육이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조직문화 점검과 예방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이 직장갑질을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이소현 (ato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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