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ye] '한 사람만', 한 사람도 놓쳐선 안될 명대사 9

김지호 2022. 1. 17. 10: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Dispatch=김지호기자]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여자와, (삶이) 죽어 있던 한 남자가 있다. 두 사람은 어느 비 내리는 밤, 쓰레기장에서 우연히 만난다. 

둘은 목적이 같다. '나쁜 놈'의 삶을 빼앗으려는 것. 

여자는 동네 꼬마를 살리려, 그 아이의 아빠(가정폭력·아동학대범)을 죽이는 데 가담한다. 남자는 이 가정폭력범을 죽이러 온 살인청부업자였다. 

둘의 매일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다. 동시에,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해 삶을 건다. 그래서 둘의 사랑은 순수하면서도 애달프기 그지 없다.  

JTBC '한 사람만'(극본 문정민, 연출 오현종). 이 휴먼 멜로 드라마는, 한 편의 문학과 같은 울림을 준다. 특히 문정민 작가는 매회 가슴 저미는 명대사로 시청자를 울린다. 

한 사람도 놓쳐서는 안 될, '한 사람만'의 명대사 명장면 9가지다. 

① 2회 : 표인숙(안은진 분)은 호스피스 동기들인 성미도(박수영 분)·강세연(강예원 분)과 함께 하용근(백현진 분)을 죽이러 갔다. "죽기 전에 나쁜 놈 한 사람만 데려가자"는 것.

용근은 동네의 소문난 가정폭력범이다. 산아는 그의 어린 딸로, 아빠가 언젠가 자신을 죽일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경찰은 (당연히) 아이를 돕지 못한다.

인숙은 비오는 날, 용근에게 골프채를 휘둘렀다. 그리고, 용근을 죽이러 온 살인청부업자 민우천(김경남 분)을 만났다. 우천은 그런 인숙에게 한 눈에 반한다.

문 작가는 둘의 강렬한 만남을, 2부의 '채송화'에 빗대 표현했다. 우천은 용근의 시체 뒤 시멘트 사이로, 악착같이 핀 그 채송화를 바라본다.

우천에게 그 채송화는, 인숙 아닐까.

우천 : 여름이 끝난 지 오랜데, 시멘트 사이로 죽자고 피어 있는 그 꽃이 너무 예쁘더라고. 

② 4회 : 경찰은 '채송화 살인사건'을 추적한다. 우천을 데리고 있는 '나래청정' 대표 신태일(안창환 분)은 "이쯤에서 상황 정리하자"고 말한다. 인숙을 자수하게 하자는 것. 

이 제안에 우천은 '백구' 이야기를 꺼낸다. 버려졌다가 진짜 주인을 만나, 소유욕과 집착이 생겨버린 동물. 그건, 인숙을 만나 사랑에 빠진 자신의 이야기였다. 

우천 : (자신의 백구를 보며) 얘. 떠돌이 개였어. 누가 버린 거겠지. 여기저기 털이 다 뜯기고, 다리도 절뚝이고 더럽고 냄새난다고 사람들은 돌 던지고. 그러다가 보호소에서 안락사를 앞두고 있었는데, 내가 데려왔어. 너무 순하고 착하더라고.

태일 : 가.. 갑자기 무슨 소리야

우천 : 그런데 집으로 데리고 왔더니, 별별 짓을 다 하는거야.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으르렁대기도 하고, 이상한 울음 소리를 밤새 내구. 그래서 나 매번 이사했잖아. 왜 그럴까, 한참 고민했거든? 근데 알았어. 개들이 보호소나 호텔에선 안 보이던 문제 행동을 집에 와서 하는 이유는 그 행복을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아서래. 소유욕과 집착이 폭발한대.

우천 : (눈빛이 변해 경고한다) 형. 그 여자 건드리지 마. 건드리면 나, 폭발할지도 몰라.

③ 4회 : 인숙, 미도, 세연의 일상. 세 여자는 호스피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청춘'에 대해 말한다. 인숙은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에게 맡겨지고, 평생 가난하게 살아온 인물.

어린 시절엔 왕따를 당해 외로웠고, 자라면서 귀도 들리지 않는다. 묵묵히 일해왔지만 뇌종양 선고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 진창 같은 삶의 끝에서, 다시 시작을 마주한다. 

인숙 : 난 청춘이란 말이 참 싫더라. 청춘은 뭐 반짝반짝하고, 비 뚫고 막 달리고.. 절망하지 않고. 돌진하고. 꿈을 꾸고.. 그런 느끼한 얘기들. 나는 그냥 진창이었거든? 카페 아르바이트 하나 구하려 해도 촌스럽다고, 매장 이미지에 안 맞는다고 안 된다더라. 도통 할 게 없었어.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 뭘 해야 되지, 찾고 찾다 결국 때밀이가 됐지. 남의 때 밀면서 죽어라 적금 모으다가 호스피스에 다 던져주고 죽게 생겼다. 이게 내 청춘이야.

미도 : 그래도 막판엔 다이나믹하네. 사람도 죽이고 사랑도 하고.

인숙 : 그런데 그렇게 죽게 생겼는데.

미도 : 뭐야, 계속 이어지는거야?

인숙 : 뭔가 자꾸 새로운 일들이 벌어져. 이렇게 누군가와 얘기도 하고, 그러니까 친구 같은 거도 생기고. 이렇게 내 얘기도 막 하고. (망설이다) 우천이가 나타나고... 네 (미도) 말이 맞을지도 몰라. 누굴 사귀어 본 적이 없어서 사소한 거에 의미 부여하고 그런 거. 사소한 거, 사소한 것들이 자꾸 떠올라. 그 애 표정, 눈빛.. 말도 안 되는 착각이란 거 아는데, 그냥. 계속 그래. 어쩌면, 어쩌면... 하고.

④ 4회 : 우천은 상처투성이가 돼 호스피스로 와 인숙을 만났다. 인숙은 우천의 우연한 접근을 경계하면서도, 계속해서 다가가게 된다. 우천 역시 이런 감정이 처음이다.

흔한 돌직구 고백이 아니다. 문정민 작가는 "사랑해" 라는 말 대신, "무섭다"는 표현을 썼다. 지렁이와 원의 비유를 들었다. 둘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우천 : 나는 니가 그렇게 보는 거 좋아. 

인숙 : 응?

우천 : 사람들은 서로 잘 안 쳐다보잖아. 근데 너는 날 그렇게 봐. 날 그렇게 보는 사람 없었는데.

인숙 : 가끔 잘 안 들릴 때마다 사람 얼굴 보는 습관이 생겼거든. 근데 보기 싫은 것도 보게 돼. 표정엔 너무 많은 게 있어서. 네 표정은, 모두 슬퍼. 그래서 내가 자꾸 방심하게 돼.

(중략)

우천 : 우리 엄마가 비를 참 좋아했어. 그래서 내 이름도 우천이야. 우천에 태어났다고. 그래서 그런지, 나도 비 오는 날이 참 좋아. 난 내가 지렁이 같애. 원 밖은 쳐다보지도 않고, 원 안에서만 꿈틀대는 지렁이. 그렇게 살았어. 그게 안전하니까. 그런데, 이제 자꾸 원 밖으로 기어나가려고 해. 거기 니가 있어서. 이러다 밟혀 죽겠지, 하면서도 다시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는거야. 그래서 나도 무서워.

⑤ 5회 : 어린 우천의 아빠는자동차에서 번개탄을 피웠다. (어린 인숙이 지나가다 차 창문을 깨고 우천을 살려줬다.) 우천은 성장 과정에서 어떤 이유로 친구를 죽였다.

그 후, 우천의 인생은 멈춰버렸다. 친구 엄마가 평생 우천을 쫓아다니며 사회로부터 고립시킨 것. 우천의 엄마는 병들어 죽었고, 우천은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없어 살인청부업자가 됐다.

그런 우천의 삶에 다시 파동이 일었다. 첫사랑 인숙을 만나 삶의 이유를 찾은 것. 문정민 작가는 검은 '점'을, 인숙의 검은 눈동자에 빗댔다.

우천 : 나에게 살인은 하나의 점이었다. 점은 지우면 그 뿐이다. 죄책감? 글쎄.. 어차피 감옥에 살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언젠가부터였을까, 알아버렸다. 내가 지운 건, 점이 아니라는 것을. 

우천 : (인숙의 분노와 원망의 눈빛을 떠올린다.) 그것은 눈빛, 그것은 사람, 혹은 사랑. 처음으로 후회했고, 부끄러워졌다. 너를 잃을까봐, 무서워졌다.

⑥ 5회 : 인숙은 우천이 살인청부업자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럼 그날 그 놈 죽이러 왔는데 내가 끼어든 거냐"며 "잡혀가서 (나에 대해) 안 분 것도 찔리는 게 있는 거냐"고 따졌다.

우천의 진심어린 마음이 모두 거짓말이라 오해했다. "난 무슨 기대를 했던 거냐"며 "네가 진짜 꿈틀대는 지렁이 같았는데, 전부 거짓말이었냐"고 분노했다.

인숙 : 이제 너만 보면 사람 죽이는 장면 밖에 생각이 안 나. 어떻게 죽였을까. 얼마나 죽였을까. 죽이고 나서 넌 뭘 했을까.

우천 : 밥을 먹었어.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눈을 뜨고. 그랬어, 내가.

인숙 : 그래. 나도 사람을 죽였지. 막상 죽이니까 별 생각 없더라. 산아가 행복하면 됐지, 위안도 했어. 그래도 있잖아, 사람을 죽이면, 뭘 하나 잃는거야. 어딘가 뚫린 것처럼 비는거야. 나는 그래. 그렇더라. 넌 얼마나 잃었을까. 니 안에 뭐가 있긴 할까.

우천 : 애초에 없었어. 그래. 그런데 어쩌면 악착같이 이유를 찾았는지 몰라. 얼마나 나쁜 놈인지. 얼마나 죽어 마땅한 놈인지. 샅샅이 뒤지고 뒤지면서. 이유를 찾았어. 그런데, 그래도. 결국 사람을 죽인거야. 눈을 가진 사람을.

인숙 : (원망 가득하고 눈물 고인 얼굴.)

우천 : 그래서 무서워. 어떻게 해도 돌이킬 수 없다는 게. 어떻게 해도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게. 그리고 이런 내가 너를 좋아하는게. 이런 나는. 너를 좋아할 수 없다는 게.

⑦ 5회 : 우천은 '한 사람만' 1회에서 인숙이 낙서를 하고 날려보낸 만 원 짜리를 우연히 주웠다. 인숙은 우천의 소지품에서 이를 발견한다. 혹시 미행한 걸까. 인숙은 또 무서워졌다. 우천에게 달려가 "이걸 대체 왜 네가 갖고 있냐"고 따져 물었다.

우천 : 주웠어.

인숙 : 말이 돼? 우연히 내가 버린 걸 죽고, 우연히 내가 사람을 죽,

(우천은 밖에 사람이 있다며 인숙의 입을 막는다. 우천은 복부를 다친 상태. 인숙은 반사적으로 밀어내다, 우천이 통증을 느끼는 걸 본다.)  

인숙 : 괜찮아? (우천을 걱정한 자신에 놀라, 몸을 홱 돌려버린다.)

우천 : 미안해. 내가 널 좋아하는 게. 너한테는 무서운 거가 돼서. 그래서....

인숙 : 그럼 니가 책임을 져. 니가 다 덮어쓰면 되겠네.

(우천은 인숙을 위해 자수하기로 한다. 사실 하용근 살인 사건 진범은 산아의 엄마다. 인숙과 우천이 떠난 사이, 산아 엄마가 와서 용근의 목을 졸라 질식사시킨 것. 둘은 당시 인숙이 진범이라 오해하고 있었다.) 

⑧ 7회 : 문정민 작가는 삶과 죽음에 대한 명대사를 에피소드 곳곳 삽입했다. 그 대표적인 장면이 7회, 인숙과 우천의 일기장 신. 인숙이 일기장을 펼친다. 새하얀 종이에 공백이 먹먹하다. 그녀는 꾹꾹 '안녕' 이라는 글자를 눌러 쓴다. 

인숙 : 내 인생이 백지 같아서, 쓸 말이 이거 밖에 없네.

인숙은 독백한다. "인사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바이"라고.

우천은 인숙이 쓴 '안녕.' 뒤에 '?'를 눌러 적는다. 그 후 인숙을 보며 싱긋 웃는다. 

인숙이 다시 내레이션을 한다."그리고, 헬로우."

인숙 : 헤어짐은 만남의 시작이라던가, 헤어짐이 있으면 만남이 있다던가, 그런 진부한 말들이 있다. 그래, 어쩌면 엄마가 그렇게 떠나지 않았더라면. 난 그날 차에서 내리지 않았을 거고.

(가족 동반 자살로) 죽어가는 그 아이(어린 우천)의 손을 잡아주지 못했을 거고. 그랬다면 그 아이는 세상에 없었겠지. 이제 또 다시 인사해야 할 때다. 이번엔, 잘 할수 있을까? 

⑨ 7회 : 인숙은 할머니 육성자(고두심 분)에게 시한부를 알리기로 한다. 할머니는 항상 인숙이 칙칙한 옷 대신 예쁜 옷을 입길 원했다. 인숙은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성자에게 갔다.

성자는 사실,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손녀가 싱가포르 여행을 떠난 게 아니라, 신변에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한 사람만'의 명대사 명장면이다. 

성자 : 늙으면 매일이 똑같아. 근데 나는 그것만 바랬어. 매일이 똑같았으면.. 그것만 바랬다고.

인숙 : 할머니 나, 괜찮아. 아직 괜찮잖아.

성자 : 왜 말을 안했어? 내가 너 죽고 나서 알게 되면, 살 수 있을 것 같았냐? 나한테 제일 먼저 말해야지! 내가. 내가 뭐든 할 수 있게. 해줄 수 있게!

인숙 : 없어. 이미 다 해줬잖아. 이제 아무것도 안 해줘도 돼 할머니. 그냥 할머니가 아는 게 무서웠어. 이럴까봐. 이러면 나는 또 아무 말도 못 할 텐데. 나는 위로도 못할 거고. 좋은 말도 잘 못하고...

성자 : 누가 그런 거 해달래냐.

성자 : 잘 못 먹어서 생긴 병이라냐? 니가 어릴 때 바나나랑 치즈를 그렇게 먹고 싶다는데 내가 안 사줬어. 쬐금 먹을 바에는 아예 안 먹는 게 낫겄다 싶어서 안 사줬지. 괜히 입맛만 버리지 싶어서. 왕창 사주지 못할 바에는. 그렇게 마시기 싫다던 물을 먹여서 그런가. TV에서 넣으라는 걸 죄다 넣은 게 뭐가 잘못됐나. 좋은 것도 너무 섞으면 독이 되지.

인숙 : 할머니. 그런 거 아냐. 알잖아. 그런 거 아니란 거.

성자 : 그럼 뭐땀시. 이유가 있어야 할 거 아냐. 이유라도 줘야 할 거 아니여.

인숙 : 이유가 어딨어. 그냥, 그냥, 내가 재수가 없는거지

성자 : 그러니까 니가 왜 그 재수가 없냐고!

인숙 :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봐! 이런다고! 할머니랑은 이렇게 된다고!! 뭐 좀 좋게 인사 좀 할라고 해도, 뭐 자꾸 말도 안 되는 소리만 하고!

성자 : 이유가 있어야지!! 니가 왜, 니가 뭘 잘못했다고. 내 아가가 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무너질 일이여. 날 데려가라그려.. 차라리!! 못 보낸다, 못 보내! 내 새끼. (오열)

'한 사람만'이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채송화 살인 사건을 지시한 진범 '1'이 드러났다. 성미도의 약혼자인 재벌 구지표(한규원 분)가 그 장본인이었다. 

인숙과 우천은 여전히 서로를 위해 삶을 내놓을 준비가 돼 있다. 인숙과 세연은 미도의 행복도 끝까지 지켜주고만 싶다. 세연은 죽기 전 진짜 자신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죽음을 향해 가지만, 계속해서 삶을 말한다. 안은진의 표현대로,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가는 드라마다. '한 사람만'의 이 장면들을, 한 사람도 놓치면 안 되는 이유다. 

<사진출처=JTBC>

Copyright © 디스패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