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무당 싫어한다" 했지만..주변 어른대는 '도사'와 '법사'들

임인택 2022. 1. 1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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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 <한겨레> 입수한 '7시간 통화' 등 따르면
윤석열 후보와의 결혼, 윤 후보 진로 등
주요 국면서 '도사' 역할..김 "난 무당 싫어"
<세계일보> "건진법사, 윤 선거캠프 활동"
지난해 유튜브채널 보도에 김 "너무 부풀려"
지난해 10월1일 <엠비엔>(MBN) 토론회에 출연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손바닥에 한자로 ‘왕’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엠비엔> 유튜브 채널 갈무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선거캠프에 무속인이 중책을 맡아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자신의 대권을 주술하는 듯한 한자어 ‘王(왕)’을 손바닥에 새긴 채 당내 경선토론회에 임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비과학적 샤머니즘을 가장 투명하고 공적이어야 할 대선 경로에 공식적으로 끌어들여 온 것으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시민들은 박근혜 정권의 ‘오방색’ 최순실씨를 떠올리는 형국이다.

<한겨레>가 16일 입수한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 등을 종합하면,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가 무속에 대한 상당의 신뢰를 보여온 정황이 곳곳서 확인된다. 부부의 연을 맺는 일부터 그렇다. 김씨는 유튜브채널 ‘서울의소리’ 소속 이아무개 기자와 6개월에 걸친 통화에서 “무정스님이 너는 석열이하고 맞는다”며 주선해 결혼하게 됐다고 밝혔다. 무정스님이 “가교역할”을 하고, 나이 차이 등으로 “결혼을 안 하려고 했”던 김씨를 무정스님이 포함된 모임의 사람들이 도와 결혼에 이르렀다는 얘기(2021년 7월20일 통화)다. 김씨는 무정스님을 두고 “말이 스님이지, 진짜 스님은 아니다”며 강원도 출신 등의 이력도 이 기자에게 설명했다. “점쟁이 그런 게 아니라 진짜 혼자 도 닦는 분”이라며 “세간에 내가 무당 많이 만난다고 이렇게 돼있는데, 전혀 아니고 저는 무당을 원래 싫어해요. 제가 더 (점괘 등을) 더 잘 봐요”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김씨 말대로라면, 무정스님은 윤석열 후보 쪽과 30년 이상의 인연을 맺었던 것으로 보인다. 무정스님이 사법고시에 연이어 실패한 20대 시절의 윤석열 후보가 일반 구직을 하려고 하자 “3년 더 해야 한다”고 독려해 “딱 3년 했는데 정말 붙었다. 그래가지고 그분이 우리 남편 검사할 생각도 없었는데 너는 검사 팔자다 해가지고 검사도 그분 때문에 됐다”는 거다. 윤 후보는 32살이던 1991년 사법고시를 통과했다.

다음은 지난해 7월20일 김건희씨의 통화 발언 일부다.

“…스님이라기보다는 제가 말로 가칭 스님이라고 한 거지. 다 우리 주변 분들이에요 … 제가 결혼 안 하려고 했거든요, 계속. 저는 공무원하고 결혼하는 게 부담스러우니까. 근데 이제 옆에서 다들 나섰죠….”

“무정스님이라고. 그분은 이제 너는 석열이하고 맞는다, 미안하지만 나이 차가 너무 많으니까 말을 안 했는데, 맞는다. 그래서 무슨 말이냐고…”

“…중간에 의절했어요. 왜냐면 우리 남편 앞에서 한번 문재인 대통령 되고 나서 갑자기 문재인은 망한다 이러는 거예요. 그 스님이 한번 놀러 오더니. 망하면 우리 남편 망한다는 말밖에 더 돼요. 열 받아가지고 다신 보지 말자고 말이야, 그때부터 인연을 딱 끊었어요…. (무정스님 말대로 부부간) 진짜 성격이 반대더라고. 결혼해서, 도사는 도사구나 그랬어요.”

“제가 더 잘 봐요, 제가 웬만한 무당 제가 봐줘요. 그래서 소문이 좀 잘못 난 게 있는데 제가 무당을 가서 점 보는 이런 게 아니라 제가 무당을 더 잘 봐요.”

“사주 공부하면 좋지. 자기 팔자도 풀고 그렇지. 그런데 이런 영감이 있으니까 군인, 경찰 이런 거 하면 잘 맞죠. 군인, 경찰은 그런 감이 있어야 해요. 그냥 머리만 똑똑하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 우리 남편도 그런 약간 영적인 끼가 있거든요, 저랑 그게 연결이 된 거야….”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방송이 방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세계일보>는 ‘건진법사’로 불리는 전아무개(61)씨가 윤 후보의 선대본부 조직인 ‘네트워크본부’에서 고문으로 사실상 상주하며 인재영입, 주요 의사결정 등에 관여해왔다고 보도했다. 김건희씨가 윤 후보에게 소개했을 가능성을 짚었다. 건진법사의 비선 활동설은 지난해 10월 유튜브채널 ‘열린공감TV’에서 제기된 바 있다. 윤 후보 쪽 비공식 캠프에서 이미 선거를 돕고 있다는 의혹이었다.

윤 후보는 같은 달 첫날 ‘王(왕)’을 손바닥에 새긴 채 국민의힘 5차 대선후보 경선토론회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양강구도를 형성했던 홍준표 후보는 이틀 뒤 페이스북(10월3일)에 “점으로 박사학위 받는 것도 처음 봤고 무속인 끼고 대통령 경선 나서는 것도 처음 봤다”며 “늘 무속인 끼고 다닌다는 것을 언론 통해 보면서 무속 대통령 하려고 저러나 의아했지만 손바닥에 부적을 쓰고 다니는 것이 밝혀지면서 참 어처구니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윤 후보를 비판했다. 김건희씨의 논문 주제(‘온라인 운세 콘텐츠’)와 윤 후보의 무속신앙에 의탁하는 정황을 연결한 것이다.

당시 ‘열린공감TV’ 보도에 대해 김씨는 ‘7시간 통화’에서 “(열린공감TV 쪽이) 좀 너무 부풀리더라”며 “스쳐 지나가는 관계는 다 그렇게 연루된 것처럼 얘기를 하면 어떡하냐”고 말했다. 지난해 10월13일 대화로, <세계일보>가 이젠 윤 후보의 공식 선거캠프에서 건진법사 전씨가 주요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추가한 셈이 됐다.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내용’의 보도 가치에 대해 지난 14일 법원은 “공적 인물에 해당하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견해 내지 정치적 견해는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한다”고 판단(김씨가 <문화방송>을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일부 인용)했습니다. 이에 <한겨레>는 해당 녹취를 입수했으나, 법원의 판단을 1차 보도 기준으로 삼아 제한적으로 전하되, 사적 대화 등도 배제하며 유권자의 알 권리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는 발언에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윤석열 후보의 공식 선거캠프에 무속인이 주요 활동을 했다는 의혹이 17일 제기된 데 따라, 김건희씨의 관련한 발언을 추가로 전합니다.

장필수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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