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싫다"..소방관 250명, 방화복 입은 채 청와대 앞으로

서혜미 2022. 1. 1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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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죽기 싫다.", "우리는 불 끄는 기계가 아니다."

눈발이 날리던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 방화복을 입은 소방관 250여명이 손팻말을 들고 모였다.

당시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소방관들은 잔불을 끄고 인명 수색을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간 뒤 불이 다시 번지며 사망했다.

지난해 6월 소방관 1명이 사망한 경기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와 유사한 비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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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노총 소방노조 대정부 규탄대회
"평택 화재 진상조사·책임자 처벌"
무리한 진압 우선순위, 참사 불러
현장 경험 있는 이가 지휘하도록"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원들이 17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더 이상 죽기 싫다! 공노총 소방노조 대정부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더 이상 죽기 싫다.”, “우리는 불 끄는 기계가 아니다.”

눈발이 날리던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 방화복을 입은 소방관 250여명이 손팻말을 들고 모였다. 소방관들은 “잇따른 순직에 현장은 분노한다”, “더 이상 죽기 싫다.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외쳤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소방공무원 노조는 이날 대정부 규탄대회를 열고, 평택 냉동창고 화재 참사 재발방지를 위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5일 경기 평택시 청북읍의 냉동 물류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소방관 3명이 순직한 사건에 대해 정부와 소방 지휘부의 책임을 물었다. 당시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소방관들은 잔불을 끄고 인명 수색을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간 뒤 불이 다시 번지며 사망했다. 지난해 6월 소방관 1명이 사망한 경기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와 유사한 비극이었다.

정은애 공노총 소방노조위원장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벌써 5명의 소방공무원이 화재진압 도중 순직했다”며 “희생이 계속되는 이유는 정부와 소방당국이 현장의 상황과 괴리되고 책임 회피를 위해 면피성 정책만을 내놓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평택 순직사고 진상조사는 소방공무원 희생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만큼, 노조가 참여하는 진상조사를 통해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소방공무원 황아무개(52)씨는 “현장과 먼 지휘관들이 직원 보호보다는 진압 쪽으로만 우선순위를 두는 경향이 있다. 현장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지휘를 하도록 지휘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50대 소방공무원도 “군과 경찰은 책임자가 징계를 받거나 사퇴를 하지만, 소방은 지휘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해도 늘 유야무야 넘어갔다”며 “앞으로 이런 큰 사고가 날 때는 지휘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지휘부가 현장 인력 투입에 신중을 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소방노조는 정책요구서를 통해 △국가 소방조직에 부합한 완전한 국가 소방조직 마련 △소방공무원 공상추정법 도입 △소방행정과 현장대원 분리채용 △특정직 공무원 별도 보수체계 마련 △소방공무원 연금 혜택 불평등 해소 등을 요구했다.

이날 오후 3시16분께, 집회 참석자들은 두 손을 하늘로 뻗은 뒤 순직 동료를 향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를 외쳤다. 굵은 눈발이 하얗게 탄 재처럼 이들의 검은 머리 위에 쌓였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이 17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효자치안센터에서 대정부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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