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무속인 구설에..국민의힘에 드리운 '최순실 트라우마'

오연서 2022. 1. 1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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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17일 이른바 '김건희 7시간 통화 녹음' 공개에 포함한 김씨의 '캠프 개입' 논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김씨가 공식직함 없이 캠프 운영에 개입한 정황이 있고 무속신앙을 언급한 것이 자칫 2016년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을 연상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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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 12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은 17일 이른바 ‘김건희 7시간 통화 녹음’ 공개에 포함한 김씨의 ‘캠프 개입’ 논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김씨가 공식직함 없이 캠프 운영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무속신앙을 언급한 것이 자칫 2016년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을 연상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김씨는 전날 <문화방송>(MBC)이 공개한 통화 녹음에서 국민의힘을 “아마추어”라고 비판하며, 통화 상대방인 인터넷언론사 이아무개 기자에게 “캠프로 데려왔으면 좋겠다” “(캠프에서) 내가 시키는거 해야지” 등 영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또 “캠프를 움직이는 사람이 있을 거 아니에요, 예를 들어서 우리 오빠라든지 몇 명 있어요. 여기서 지시하면 다 캠프를 조직하니까” “선거전략본부장으로 와달라” 등 자신이 캠프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이어 김씨가 이 기자를 자신의 회사(코바나컨텐츠)로 불러 캠프 운영 등과 관련된 강연을 요청한 뒤 105만원을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고, 여러 무속인을 언급하며 이들에게 주요 의견을 구한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김은혜 선대본부 공보단장은 “그 분(이 기자)이 제대로 된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고 하니, 김건희 대표가 본인이 생각할 때 안쓰러워 말한 부분을 가지고 마치 기자를 매수하려 한 것처럼 방송을 낸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희석 상임공보특보는 “배우자 입장에서는 선거를 비공식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좋은 부분을 흡수하기 위해서 그런 활동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안에선 김씨의 이런 발언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주된 원인이 된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을 떠올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씨의 무속인 언급 역시 최순실씨가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식 당시 ‘오방낭’을 등장시켜 무속신앙을 국가 주요 행사에 동원했던 일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다. 비선 실세와 무속 신앙이 결합해 보수 진영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최순실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한다는 얘기다. 한 중진 의원은 “(김씨가) 도사를 많이 만나고, 그 쪽으로 관심이 있다는 얘기가 농담 이상으로 해석될 경우 최순실을 떠올리게 할 수 있어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도사’ 등 무속 신앙과 관련된 용어가 거론된 통화 내용에 대해 국민의힘이 “사적 통화 내용”(김은혜 선대본 공보단장) “사적 대화”(윤희석 상임공보특보) 이상의 의미 부여를 경계하는 것도 김씨의 통화 녹취록이 곧바로 국정농단을 연상시킬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통화에서 “최순실은 대통령이 된 이후에 관여를 한 사람인데, 심지어 선거운동 과정에서 영향력을 미친 게 드러나지도 않은 김씨와 연결을 짓는 건 불편하다. 촛불집회로 (국정농단 세력을) 무너뜨린 경험 때문에 민주당이 과도하게 프레임 화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선대위가 김씨를 ‘관리’하지 못하는데다, 캠프 안에서도 김씨 활동의 정확한 내용이 공유되지 않아 국민의힘 안에선 구체적 대응방안도 마련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후속 보도 내용에도 어떤 게 포함됐을지 몰라 일단은 지켜보고만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중요한 내용은 이미 다 공개됐을 걸로 보인다. 비선 문제로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김씨의 통화 녹음 과정을 ‘정치공작’으로 규정하며 맞불을 놓는 모습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본부회의에서 “불법 녹취가 6개월여에 걸쳐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행해진 것은 취재윤리 위반을 넘어섰다”며 “매우 악질적인 정치공작 행위”라고 규탄했다. 또 이를 방송한 <문화방송>을 겨냥해 “불법 녹취물을 반론권도 제대로 주지 않은 채 대선 목전에 방송함으로써 정치공작의 선봉을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장예찬 청년본부장은 “<문화방송>이 공정한 방송이라면 공정하게 이재명 후보의 가족 욕설과 김혜경씨의 논란이 되는 조카 협박 녹취파일, 얼마 전 돌아가신 고 이병철 씨의 변호사비 대납 증거 녹취도 같이 방송하라”고 주장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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