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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동네 문제, 내 손으로 해결하겠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입력 2022. 01. 1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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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치인' 전성시대] (2) 세상을 바꾸려면 동네부터 바꿔야

“집 앞 골목이 어두워요. 가로등을 더 설치해주세요.”

“제가 사는 주택가에 쓰레기를 분리배출할 곳이 마땅치 않아요.”

“아이와 함께 성매매 업소 집결지를 지나다녀야 하는 게 불편해요.”

동네마다 주민의 편의를 위해 처리해야 할 문제들이 매일 쌓인다. 쓰레기 문제와 같은 일상적인 이슈부터 지역 재생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문제까지, 동네 안에서 협의하고 풀어내야 할 크고 작은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내가 사는 지역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 보겠다’며 나선 청년들이 있다. 중·장년층 중심의 정치판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정책을 만들고 동네 풍경을 바꾸는 전국의 젊은 기초의원들이다. 현재 현역으로 뛰고 있는 만 39세 이하 기초의원은 전체 기초의원(2927명) 수의 약 6%인 192명이다. 적지만 동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과 정책을 내놓으며 지역 주민은 물론 기성 정치인들에게도 환영받고 있다.

젊치인에게 정치란 목표가 아닌 수단

젊은 정치인(이하 젊치인)의 관심 분야에는 제한이 없다. 돌봄, 대중교통, 빈집 활용, 기후 문제 등 다양하다. ‘정치 새내기’라고 해서 의정 활동이 마냥 서투르지도 않다.

경북 상주의 민지현(31·더민주) 시의원은 2019년 ‘고독사 예방 조례안’을 만들었다. 도시 지역에서는 고독사가 주목받고 있지만 상주 지역에서는 관심이 높지 않았다. 지역사회가 좁아서 이웃을 속속들이 잘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민 의원이 통계와 기사를 들여다보니 고독사 사망 건수가 꽤 높았다.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조사를 진행했고 시내의 빌라, 고시원에 사는 중·장년층 1인 가구가 고독사 위험에 놓여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현재 상주시에서는 고독사 조례를 바탕으로 1인 가구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전북 전주의 서난이(36·더민주) 시의원은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았던 성매매 집결지를 없앴다. 오후 4시만 지나도 선정적인 분위기가 잡혀 주민들이 지나다니지도 못하던 장소였다. 성매매 관계자들이 지역사회에 뿌리 깊은 이해관계를 두고 있어 누구도 쉽게 손대지 못했다. 서 의원 주도로 여성 단체, 주민, 도시 재생 전문가, 경찰 등 지역사회 구성원이 논의한 끝에 집결지를 없앴다. 그 자리에는 업사이클링 센터나 공원 등 주민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탈성매매 여성의 자립 지원 조례도 마련했다. 이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국내외 지자체에서 견학을 올 정도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젊치인에게 정치는 목표가 아닌 문제 해결 수단이다. 꼭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을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정치를 선택하는 것이다.

“서울 구로구에서 교육 격차를 해결하고 싶어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 봉사를 해왔어요. 사회적기업에서도 일했고요. 하지만 변화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공적인 영역의 노력이 함께 가야겠더라고요. 민간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행정 영역에서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어서 출마를 결심했어요. 정치 자체는 큰 욕심이 없어요. 재선을 꿈꾸지도 않고요. 문제가 해결되면 원래 삶으로 돌아갈 거예요.”(조일연·31·국민의힘 예비후보 등록 예정자)

“사회복지사로 오래 일했어요. 현장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장애인은 집 구조만 살짝 바꿔도 훨씬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요. 그래서 공간정리사라는 전문가가 직접 집 구조 배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책을 만들었어요.”(김철현·38·부산 남구·국민의힘)

“대학생 때부터 청년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지금도 청년 주거나 안전 보장을 위한 일을 많이 하고 있어요. 대전에는 20·30대 1인 가구가 많거든요. 그래서 1인 가구 맞춤형 지원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1인 가구 기본 조례안’을 만들었어요. 제가 만든 조례로 주민들이 혜택을 본다고 생각하면 그동안 고생한 걸 다 보상받는 느낌이 들어요. 세상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고요.”(황은주·31·대전 유성구·더민주)

의회에서 청바지 입으면 안 돼요?

청년 정책을 만들 때 젊치인의 진가는 더욱 빛을 발한다. 기성 정치인들에게 ‘선생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청년에게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설명하고 생소한 청년 정책 용어를 알려주는 식이다. 청년에게 꼭 필요한 정책 수요도 바로 파악할 수 있다.

인천 송도에서 서울로 가는 광역 급행버스 노선이 적자 누적으로 없어진다고 했을 때 발 벗고 지원 조례를 만든 것도 조민경(30·인천 연수구·더민주) 구의원이었다. “한 대학생한테 울면서 전화가 왔어요. 버스가 사라져서 큰일 났다고요. 우리 지역 대학생에게 그 광역 버스는 정말 소중해요. 제가 알아요. 왜냐면 제가 그 버스를 타고 서울로 대학을 다녔거든요. 자차 타는 어른들은 모를걸요?”

젊치인들은 선배 정치인들에 비해 인맥과 노련함이 부족하다. 지역사회에서 탄탄한 인맥을 갖춘 정치인들이라면 전화 한 통으로 금세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젊치인은 우선 현장으로 달려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이런 단점은 장점이 되기도 한다. 인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건 달리 말하면 이해관계에 덜 얽혀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철현 구의원은 “청년들은 아는 게 많이 없으니까, 더 열심히 배워야 한다는 마음으로 요령을 피우지 않고 정치에 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은주 구의원은 “청년이든 주민이든 지방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방 정치는 삶을 직접적으로 바꿀 수 있다”면서 “지방 의회가 활성화되면 주민들 정치 효능감이 높아지고, 그러다 보면 정치 혐오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난이 시의원은 “의회가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고, 의회 안에서 다양성이 보장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의회에서 청바지를 입었다고, 발가락이 보이는 신발을 신었다고 꾸지람을 들은 적도 있다”면서 “법과 제도를 만드는 의회는 세상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해야 하고, 그러려면 구성원의 다양성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젊치인 부족 국가’다. 2018년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전체 당선자(4016명) 중 만 39세 이하는 5.9%(238명)에 불과했다. 73%가 50대 이상이었다. 만 39세 이하 당선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기초의회가 226곳 중 절반가량이었다. 광역·기초자치단체장, 교육감 중에는 만 39세 이하 당선자가 아예 없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젊치인을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젊치인이 실력 있는 의사결정권자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설립된 정치 스타트업 ‘뉴웨이즈’의 활동이 대표적이다. 정치인이 되려는 청년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준다. 정당과 청년을 연결하고, 유권자에게는 젊치인 후보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전달한다.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는 “지금은 정치적 의사결정에 청년의 관점이나 경험, 우선순위가 반영되기 어렵다”면서 “올해 지방선거에서 만 39세 이하 기초의원 비율을 20%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더나은미래×뉴웨이즈 공동기획

글 싣는 순서

<1>20대는 정치에 관심 없다?

<2>세상을 바꾸려면 동네부터 바꿔야

<3>기울어진 운동장에 등판한 ‘어린 것’들

<4>우리도 ‘젊치인’ 한번 키워볼까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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