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앞둔 현대엔지니어링 "친환경 기업으로 변신"
국내 6위 건설사 현대엔지니어링이 다음 달 15일 증시에 상장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분 11.7%를 보유하고 있는 알짜 기업으로, 증권가에서는 상장 후 몸값이 1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상장으로 자금 최대 3000억원을 조달, 탄소 포집⋅청정 수소 생산 등 미래 신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현대차그룹 지배 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일부를 매각해 조달하는 최대 4000억원의 자금을 지분 승계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 입장에선 정 회장의 지분 매각으로 인한 논란을 우려해 기업 가치 제고와 주가 관리에 상당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내달 3~4일 공모주 청약
현대엔지니어링은 내달 3~4일 공모주 청약을 받고 15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달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밝힌 공모 희망가는 주당 5만7900~7만5700원. 이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시가총액은 4조6300억~6조500억원이다. 현재 건설업종 1위 현대건설의 시가총액(14일 종가 기준 4조8607억원)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공모가는 이달 25~26일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번 공모로 풀리는 주식은 총 1600만주로,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주식 약 534만주도 포함된다. 공모가 상단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정 회장의 지분 가치는 4000억원이다. 정 회장은 이 자금으로 현대차그룹 지배 구조의 핵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추가 취득하거나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을 승계받는 데 필요한 세금으로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공모가를 두고 증권가 일각에서는 ‘기업 가치보다 과도하다’는 말도 나오지만, ‘수소 등 미래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 보는 의견도 많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신사업을 통해 얼마나 가시적인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존 건설주들과 전혀 다른 기업으로 평가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 신사업 매출 비율 10%로 확대”
현대엔지니어링은 상장을 기점으로 ‘친환경’과 ‘에너지’ 분야의 신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폐플라스틱이나 이산화탄소에서 수소 등 자원을 추출하는 자원 순환 사업을 키우고 태양광, 초소형 모듈 원전 등 다양한 미래 에너지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공격적인 투자로 3년 후에는 신사업의 매출 비율을 10%까지 높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신사업 중 가장 속도가 빠른 것은 이산화탄소 포집 및 자원화 분야다. 이산화탄소에 전기화학 반응을 일으켜 오염물질 배출 없이 수소와 탄산염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작년 12월 자원 순환 전문 기업 GT와 협력해 현대제철 인천 공장에 10㎾급 설비를 갖췄고 내년부터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폐플라스틱과 암모니아를 가공해 수소를 추출하는 사업도 주요 신사업 아이템이다. 올해부터 설비를 건설하고 2024년 상업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연간 생산량은 2만2000t으로 수소차 15만대를 운행할 수 있는 양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조직 구조도 친환경·에너지 사업 육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작년 7월 G2E(Green Environment & Energy) 사업부를 신설했고, 최근에는 수소 사업 총괄팀을 G2E 사업부에 편입시켰다. 한대희 현대엔지니어링 G2E사업부장(전무)은 “친환경 수소 생산 기술에 대한 선제적 연구⋅개발과 투자로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향후 태양광, 초소형 모듈 원전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글로벌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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