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수강료 1300만원.. 그래도 미어터지는 '코딩 학원'

황지윤 기자 2022. 1. 18.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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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에서 퇴직자까지.. IT 개발자 과정 열공 중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코딩 부트캠프 학원에서 수강생들이 메모장 격 프로그램인 '코드 에디터'를 켜놓고 코딩을 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학원비가 4개월에 1360만원이나 하지만, 다니길 잘했다 싶어요.”

서울의 한 대학 건축학과를 중퇴하고 스타트업에서 연봉 3000만원 영업직으로 3년간 일한 이모(31)씨는 1년 반 전 서울 대치동의 한 코딩 학원을 다녔다. 단기간에 고강도 집중 훈련을 한다고 부트캠프(boot camp·신병 훈련소)라고 부르기도 한다. 학원비를 만들려고 퇴직금 털고 저축은행에서 1000만원 대출까지 받았다. 이씨는 수료 후 작년 2월 카카오그룹 자회사에 개발자로 취직했다. “지금 연봉은 5000만원 정도라서 학원비가 아깝지 않다”고 했다. 이 학원의 지난해 수강생은 100명 정도였다.

대학에서 아랍어를 전공한 최모(29)씨는 2년 전 졸업을 앞두고 개발자로 취업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지난해 한 코딩 학원을 다니고 올 초 간편 결제 앱 스타트업에 개발자로 취업했다. 180여 곳에 이력서를 넣었고 최종 면접을 본 30곳 중 5곳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최씨는 “취업난이라는데 회사를 골라서 출근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연말인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A 코딩학원에서 수강생 세 명이 강의실 컴퓨터 앞에 둘러앉아 메모장 프로그램 격인 ‘코드 에디터’를 켜놓고 자바스크립트(프로그래밍 언어)로 코딩을 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 일대에는 단기간에 고강도 집중 훈련을 시켜 IT 개발자로 취업시키는 코딩 ‘부트캠프(신병 훈련소)’ 학원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장련성 기자

플랫폼업체, 핀테크업체 등에서 코딩 실무에 바로 투입 가능한 개발자 채용이 늘어나면서 비슷한 강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원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고액 수강료에 하루 12시간 강의

코딩 집중 교육 학원들은 대부분 6개월에 500만원 이상의 고액 수강료를 받지만,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이씨가 다닌 학원 관계자는 “수강생 10명 중 8~9명은 비전공자이고, 군인이나 요리사 등 하던 일도 다양하지만 대부분 수료 후 3개월 이내에 취업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서울 강남 일대 등에 있는 코딩 학원 10여 곳의 연간 수강생이 1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컴퓨터 프로그래밍 관련업 종사자는 2010년 4만4518명에서 2015년 9만618명, 2020년 10만7612명으로 10년 만에 2.4배로 늘었다.작년 12월 말 서울 대치동의 A 코딩 부트캠프 학원 강의실에는 수강생 30여 명이 컴퓨터 앞에 앉아 수식을 작성하고 있었다. 메모장 격인 ‘코드 에디터’ 프로그램을 켜놓고 코딩에 열중하고 있었다. 수강생들은 아침 6~7시쯤 학원에 도착해 밤 9시 넘어서까지 학원에 머무른다.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고, 인문·사회 계열 학과를 졸업한 비전공자 취업 준비생이나, 직장 생활을 하다 개발자로 전직하려는 이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코딩 부트캠프 학원에서 코딩 수업이 진행 중이다. /장련성 기자

◇”무조건 간다! 네카라쿠배”

하루 12시간 강행군 강의와 탈락 시험 등 신병 훈련소라고 할 만큼 교육 강도가 높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역 인근 한 코딩 학원 강의실에서는 수강생 10여 명이 2인 1조로 코딩 프로그램을 짜고 있었다.

한 수강생이 “여행자가 원하는 테마에 따라 식당·카페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만들려고 하는데 장소 데이터가 1만3000곳이나 돼 추려내기가 어렵다”고 했다. 강사는 “‘바다’가 검색 키워드라면 해안선과 거리를 기준으로 바닷가 인근 장소를 추려내는 식의 알고리즘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이 학원은 작년 3월 ‘무조건 간다! 네카라쿠배’라는 슬로건을 내건 강좌를 시작했다. 네이버·카카오·라인플러스·쿠팡·배달의민족 개발자 취업을 목표로 한다. 학원의 명성을 높이고자 이 강좌는 전액 무료로 수강생을 선발했다. 5개월 코스인데 지난해 첫 강의에는 15명 정원에 4185명이 몰려 279: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학원 측은 밝혔다. 강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2시간이다. 3~4시간 코딩이나 머신러닝(기계학습) 수업을 진행하고, 매일 수업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시험 외에 정기적으로 서바이벌 테스트까지 치른다. 점수가 기준에 미달하거나, 평가에서 뒤처지면 낙제다. 현재 진행 중인 강의도 70명으로 출발했지만, 50여 명이 탈락했다.

업계에선 이런 코딩 학원들을 ‘대치동 사교육’에 빗댄다. 고가인 대신 높은 취업률을 보장한다는 뜻이다. 서울 강남의 한 학원 관계자는 “수강생들을 현장 실무에 바로 투입 가능한 1년 차 개발자 수준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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