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난민 계속 쏟아질것.. 임대차법 없애고 1주택자 규제 풀어야"

이미지 기자 2022. 1. 18. 04: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차기정부에 바란다] [下] 서민 주거 안정 대책
"임대차 3법 당장 없애기 힘들면 유예기간 두고 폐지하는 방법도
1주택자 대출규제 등 완화해야 꽉 막힌 임대매물 나올수 있어
부모봉양 등 어쩔 수 없는 2주택, 투기용 다주택자와 구분할 필요"

문재인 정부는 서민 주거 안정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강조했지만, 역설적이게도 무주택 서민들이 주거 문제로 가장 고통을 받았다. 2017년 5월 이후 전국 아파트 값은 배(倍)로 뛰었고, 2020년 7월 정부와 여당이 강행한 임대차법 개정을 기점으로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전세·월세 가격까지 급등했다. 전세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전셋집에서 월세로 밀려난 세입자가 대거 늘었다.

새해 들어 본지가 진행한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 과제’ 설문에 응한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임대차 3법의 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세입자 보호를 위한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 정부가 양도소득세 감면 조건으로 강화한 1주택자의 실거주 의무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17일 서울 상계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매물표가 붙어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월세 난민 양산한 임대차법 폐지”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주택임대차법 개정은 문재인 정부의 최대 부동산 패착”이라며 “폐지는 아니더라도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는 “임대차 시장이 불안하면 주택 매매 시장은 절대로 안정되지 않는데, 집값 안정시키겠다며 전셋값을 올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으로 재계약 때 계약금을 올려 받지 못할 거라 예상한 집주인들은 신규 계약 때 전세금을 대폭 올렸다. 실제로 지난 2020년 7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작년 12월까지 전국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18.4%로 앞선 1년 반 동안의 변동률(0.82%)의 23배에 달했다. 서울·수도권은 각각 22.7%, 23.2% 올라 앞선 기간 상승률(2.44%, 1.89%)의 10배에 달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전셋집 부족과 대출 규제 등으로 목돈을 마련하지 못한 세입자는 월세로 내몰렸다. 2017년 32.3%, 2019년 28.1%였던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 비율은 작년 12월 42%까지 치솟았다.

부동산 칼럼니스트 아기곰(필명)은 “집주인은 강자, 세입자는 약자라는 도식 아래 만든 임대차법이 전셋값 폭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며 “새 정부는 세입자 보호와 임대차 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규제가 아닌 시장의 자율 기능에 의해 가격이 조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차법 개정에다 임대주택사업자 혜택 축소가 맞물려 전세난이 더욱 가중됐다는 진단도 있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민간이 임대주택을 운영할 유인을 없애면서 다가구·다주택 같은 임대주택을 상가로 바꾸는 등 주택 수 자체가 줄어드는 부작용까지 나타났다”면서 “당장 임대차 3법을 없애기가 부담스럽다면 유예 기간을 두고 해당 법률은 폐지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1주택자 실거주 규제 풀어야

양도세 감면을 위한 1주택자의 실거주 요건 강화도 세입자의 주거 불안으로 이어졌다. 이전엔 1주택자가 아파트를 10년간 보유하면 양도 차익의 80%까지 세금이 면제됐지만, 작년부터 10년간 보유하고 실거주까지 해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지역에서 전세로 살던 집주인이 양도세 감면을 위해 실거주하면서 세입자들의 연쇄 이동이 일어나고, 급등한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외곽 지역이나 월세로 밀려났다. “실수요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거주 요건을 강화한 것이 1주택자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한 것은 물론 임대차 시장 불안으로 확산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공공 택지에 대한 4차 사전 청약 접수가 시작된 17일 경기도 남양주 별내동 현장 접수처를 방문한 한 남성이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에 대한 안내문을 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는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만 고집할 게 아니라 민간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1주택자에겐 실거주 규제 대신 혜택을 줘야 주택 시장에 매매·전세 매물이 늘어난다”고 제안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다음 정부는 한시적으로라도 집주인의 실거주 요건을 완화해 해당 주택들이 전·월세용 임대주택으로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원하는 지역으로 이주하거나 집을 넓히고 싶은 1주택자까지 대출을 틀어막고, 양도세와 취득세를 대폭 부과하는 건 ‘거래 절벽’만 심화할 뿐”이라며 “1주택 보유 기간이 긴 사람에겐 무주택자나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상응하는 혜택을 주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1주택 실수요자가 적어도 ‘갈아타기’는 가능하도록 대출 규제를 풀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모 봉양이나 가족이 따로 떨어져 살아야 하는 경우처럼 불가피한 2주택자와 투기용 다주택자를 구분하는 제안도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민간 임대주택 공급자인 다주택자에게 실거주 규제 완화 혜택을 줘 임대주택 물량을 늘리고 세입자 주거 안정을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