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값 올리지도 못하고.. 동네 카페 '4중고'

이영관 기자 2022. 1. 18.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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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프랜차이즈점 1년새 16% 증가
②원두부터 빨대까지 다 올라
③최저임금 올라 인건비 부담
④코로나 이후 손님 크게 줄어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에서 4년째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공모(32)씨는 요즘 아메리카노 가격을 올릴지 말지 며칠째 고민 중이다. 강남 한복판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에 2000원만 받으면서 ‘가성비 좋은 커피 집’이란 점을 앞세워 장사해왔는데, 최근 커피 원두 값이 치솟으면서 견디기 힘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하루 평균 300명 넘던 손님은 코로나 사태 이후 100명대로 뚝 떨어진 상황이다. 공씨는 “우리 집에서 쓰는 커피 원두가 작년 중순쯤 1㎏당 2만7000원에서 3만원으로 3000원 올라 한 달에 재료 값만 20만원이 더 든다.여기에 우유, 플라스틱 컵, 빨대까지 값이 안 오른 게 없다”며 “가격 올려야 적자를 겨우 면하는데, 주변에 커피 집만 10곳이 넘어 손님을 뺏길까 눈치만 보고 있다”고 했다.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의 한 동네 카페 벽에 ‘Take-out(테이크 아웃·포장) 1500원 할인’이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 비해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것으로 경쟁해왔던 동네 카페들은 최근 커피 원두값이 치솟는데도 손님이 줄까봐 커피값을 올리지 못해 고민이 크다. /김지호 기자

작년 말부터 국내에 수입되는 커피 원두 가격이 오르면서 시장점유율 기준 커피 프랜차이즈 1위 스타벅스, 맥심 등 믹스 커피 점유율 1위 동서식품이 지난 13일과 14일 각각 제품 가격을 최고 10% 안팎 인상했다. 그러나 원가 상승이라는 똑같은 상황에 처한 동네 카페 중엔 서로 눈치를 보느라 속만 끓이는 곳이 많다. 무엇보다 품질 대비 가격 경쟁력이 좋다는 것으로 버텨왔는데 커피 값 올렸다가 손님만 뺏길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

커피 시장은 대기업·은퇴자, 자영업자 등이 앞다퉈 뛰어들면서 이른바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다. 전국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점만 해도 2019년 1만8350곳에서 2020년 2만1360곳으로 16%나 늘었다. 지난 12월 통계청 조사에서 외식 물가 상승률이 4.8%로 10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 조사 대상 39품목 중 유일하게 커피만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도 이런 경쟁 탓이란 분석이 많았다.

은퇴 후 1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작년 서울 서초구에 커피 집을 낸 김호진(65)씨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혼자 가게 운영하면서 매월 임차료·전기료 등 300만원에 재료 값이 50만~100만원씩 드는데, 월 매출이 몇 달째 400만원을 밑돌고 있다. 그런데 가게 반경 500m 안팎에 프랜차이즈 카페가 7곳이나 있어 쉽게 커피 값을 올릴 생각을 못 하고 있다. 그는 “종일 일해서 내 월급도 제대로 안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개인 카페들은 골목 상권에서 가격을 앞세우며 그나마 경쟁해왔는데, 이제는 물가·인건비 상승 등으로 경쟁력을 잃게 된 상황”이라고 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 회장도 “원두 수입 업체와 2~3년 단위로 가격 협상을 하고 거래도 대규모로 하는 프랜차이즈에 비해 골목 카페 사장들은 원두 가격이 오를 때마다 충격을 받는다”고 했다.

동네 카페 주인들은 1월부터 최저임금이 오른 데다, 오는 4월부터 정부가 카페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막기로 한 것도 충격이 크다고 했다. 서울에서 30석 규모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8)씨는 최근 직원을 7명에서 3명으로 줄였다고 한다. 김씨는 “월세에 인건비 등으로 나가는 고정비용만 매월 1200만~1300만원인데, 물가와 최저임금이 한 번에 오르니 고정비용이 20% 늘어서 결국 직원을 줄였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강모(53)씨는 “겨우 버티는 중인데, 일회용품마저 못 쓰게 한다니 이젠 설거지할 사람이 없어 장사를 못 할 판”이라고 했다. 이런 점 때문에 카페 사장들 사이에서는 요즘 ‘사중고(四重苦)’를 겪는다는 얘기가 많다. 몇 년째 경쟁이 치열한 상황 속에서 코로나 확산세로 손님이 줄어든 데다, 물가가 치솟고 정부 정책으로 각종 비용이 더 불어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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