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에서 불신으로..성공에 취한 IT업계, 벼랑 끝에 서다

이승엽 입력 2022. 1. 18. 04:31 수정 2022. 1. 1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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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아이콘'으로 각인됐던 국내 정보기술(IT) 업계가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불공정 이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알려진 경기 판교테크노밸리 내 IT기업의 연매출이 110조 원(2020년 기준)에 달할 만큼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 왔지만 최근 들어선 소비자와 주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특히 IT기업들의 경영 방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거치면서 방만해진 부분도 문제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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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술 발달·비규제 타고 폭발 성장
플랫폼 독과점·노동권 문제 잇달아
최근엔 카카오페이 '먹튀' 논란 등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카카오의 주가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카카오는 지난 17일 한국거래소에서 전 거래일보다 1.06% 내린 9만2,600원에 장을 마쳤다. 한때 17만 원대까지 치솟았던 카카오의 기세를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최고경영자(CEO)의 스톡옵션 행사 논란에서 시작된 후폭풍이다. 앞서 카카오의 차기 사령탑에 지목됐던 류영준 CEO 내정자는 지난달 스톡옵션 행사로 약 469억 원을 현금화, '먹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류 내정자 등 카카오페이 임원진의 주식 매각 이후, 1주일 동안 카카오그룹의 시가총액은 11조 원 가까이 증발했다.

#대체불가능토큰(NFT) 게임업체인 위메이드도 고전하긴 마찬가지다. 위메이드는 17일 코스닥에서 13만7,80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불과 2주 전인 지난달 30일 종가(17만7,900원)보다 23% 급락한 수준이다. 주가 폭락의 원인은 위메이드 자체 암호화폐인 '위믹스' 가격 폭락에서 비롯됐다. 위믹스는 지난해 11월 고점(24달러)을 기록한 후 두 달 만에 80% 가까이 폭락했는데, 그 사이 위메이드가 인수합병(M&A) 자금 확보를 위해 자신들이 보유한 1,600억 원 규모의 위믹스를 매각했기 때문이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각인됐던 국내 정보기술(IT) 업계가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불공정 이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알려진 경기 판교테크노밸리 내 IT기업의 연매출이 110조 원(2020년 기준)에 달할 만큼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 왔지만 최근 들어선 소비자와 주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도덕성 해이 문제 심각...최소한의 윤리적인 기준도 넘어서

IT업계 최근 2년간 논란들. 그래픽=신동준 기자

이처럼 IT업계가 눈 밖에 난 배경은 도덕적인 해이 문제에서 시작됐다는 게 중론이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이 독과점 지위로 올라서면서 초심을 잃고 마땅히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적인 기준마저 넘어섰다는 진단에서다.

이 가운데 기업공개(IPO)는 소수 경영진의 돈 잔치로 전락하기도 했다. 상장 한 달 만에 경영진이 대량의 스톡옵션을 매도하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카카오페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빅테크 기업의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잉태된 독과점 지위도 IT업계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이런 유형이다. 지난해 플랫폼 독과점을 악용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정부·여당의 철퇴를 맞았다. 당시 카카오는 주력 분야 이외에도 문화콘텐츠, 교통·배달, 교육, 헤어숍, 완구, 스크린골프 등에 진출한 상태였다.


코로나19 장기화 흐름 속에 방만해진 경영 방식도 문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한국일보 자료사진

특히 IT기업들의 경영 방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거치면서 방만해진 부분도 문제로 지적된다. 갈 곳을 잃은 투자 자금이 NFT나 돈 버는 게임(P2E), 메타버스 등을 선점한 IT업계로 쏠리면서 수많은 IT상장기업의 시가총액도 급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및 코스닥에 신규 상장한 종목은 역대 최고치인 총 103개였다. 이 중 공모 규모가 1조 원을 넘은 '초대어급' 회사는 6개로, 이 중 절반(크래프톤·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이 인터넷 비즈니스 기업이었다.

확실한 실적 없이 트렌드에 무임승차한 경우도 나왔다. 위메이드는 게임개발 기업이지만, 지금은 게임 플랫폼이자 암호화폐인 위믹스 덕분에 운영되고 있다. 2019년 첫 서비스를 시작한 위믹스의 가격은 0.224달러, 약 267원이었다. 출시한 게임들이 잇달아 실패, 위믹스의 가격은 제자리걸음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P2E 시스템을 도입한 '미르4' 출시에 코인과 주가가 동시에 폭등했다. 지난해 말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주가 하락을 불러온 엔씨소프트도 NFT 시장 진출 선언 이후, 주가 반등을 가져갔다.


과도한 성과주의 또한 선결 과제

지난해 6월 7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 앞에서 열린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동조합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 관계자가 발언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과도한 성과우선주의 역시 IT업계의 아킬레스건이다. 내부 직원들의 희생까지 불러오고 있어서다. 지난해 5월엔 네이버 본사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IT업계가 비교적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지향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현장에선 인격 모독과 실적 압박 등이 만연하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귀띔이다.

권오인 경제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IT업계가 신사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주어진 지나친 혜택이 다양한 부작용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정부에서는 IT업계의 생태계 시스템 정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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