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찌개 탓 재활용 힘든데..음식쓰레기 500kg 먹어치운 벌레

편광현 입력 2022. 1. 18. 05:01 수정 2022. 1. 1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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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 분쇄된 음식물 쓰레기 위에 동애등에 유충이 올려진 모습. 편광현 기자

한국의 음식 쓰레기는 재활용이 어렵기로 유명하다. 국·찌개 국물이 들어가다 보니 다른 나라보다 훨씬 축축한 음식물 덩어리가 된다. 음식 쓰레기의 약 70%를 차지하는 '음폐수'를 제거하는 번거로움이 크다.

각종 양념이 밴 밑반찬도 문제다. 음식 쓰레기에 염분이 많으면 퇴비화가 어렵다. 특히 고춧가루는 음식 쓰레기를 빨리 썩히는 주범이다. 음식 쓰레기를 재활용한 사료나 퇴비가 국내 시장에서 외면받는 이유다.


공장서 남은 채소로 '고급화'


재활용 업계에선 음식 쓰레기를 활용한 제품의 고품질화가 가장 큰 숙제다. 자원화가 쉽지 않은 한국 음식 쓰레기를 최대한 쓸만하게 만들려는 노력이다. 음식 쓰레기를 고품질 자원으로 만들기 위한 핵심 과제는 원료 관리다. 한국에서도 염분·수분이 적은 음식 쓰레기를 별도로 분리할 수만 있다면 고품질 자원화가 가능하단 얘기다.
고양시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시설. 중앙포토
음식 쓰레기 처리 과정.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해진 업체에서 나오는 깨끗한 음식 쓰레기를 확보해 사료로 만드는 '에코피드'(Eco-feed) 제도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재활용사업자가 음식 쓰레기를 배출하는 식품 업체, 사료를 제공할 농축수산업자와 연계해 인증을 받는 제도다. 공장에서 식품을 만들때 나오는 채소 뿌리, 빵 등의 부산물을 공급받아 고급 사료를 만들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에코피드 인증 사료를 먹은 돼지고기가 고급 브랜드로 취급받는다.

주문솔 한국환경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원료의 질이 낮았던 것이 국내 음식 쓰레기 사료화의 문제였다. 활용도가 높은 원료를 별도로 분류한다면 고품질 사료 제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몸값 오른 '음쓰 먹는 곤충'


최근에는 음식 쓰레기 먹는 벌레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주목 받는 건 50g의 애벌레가 열흘간 500㎏의 음식 쓰레기를 먹어치우는 '동애등에'다.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자원화 시설 한울농장의 김용식 대표는 "우리 농장에서만 동애등에가 하루 1t의 음식 쓰레기를 먹고 330㎏의 사료 원료 및 퇴비를 생산한다"고 말했다.
음식 쓰레기를 먹은 동애등에를 일부 원료로 사용해 만든 반려견 사료와 간식. 편광현 기자

업체에 따르면 동애등에는 3~5일간 건조된 음식 쓰레기를 먹고 자란다. 몸집이 커진 유충은 동물 사료 원료로 쓰고 배설물은 퇴비로 변한다. 한국음식물자원화협회에 따르면 국내 음식 쓰레기의 약 10%를 동애등에가 처리한다. 동애등에를 원료로 한 사료는 고단백이라 가축 폐사율이 줄어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분변토(퇴비)도 보통 음식 쓰레기로 만든 퇴비보다 품질이 높다고 한다.

문제는 가격이다. 동애등에를 활용한 사료나 퇴비는 일반적으로 2배 이상 비싸다. 그러다보니 수요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동애등에 부화와 관련한 특허를 취득한 심상수 리얼네이쳐팜 대표는 "전국에 동애등에 사업자가 많은데 큰 기업형은 없다. 음식 쓰레기 성분 검사나 사료 테스트만 정부에서 지원해줘도 지금보다 사업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인천 부평구 부평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감량기 업체 우람 관계자가 음식물 쓰레기 처리 기기를 점검하고 있다. 비료 형태로 처리 완료된 음식물 쓰레기. 장진영 기자

소비자들이 음식 쓰레기의 원료 가치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음식 쓰레기를 가정, 아파트 단지, 사업장 등에서 배출하는 즉시 건조하고 분쇄하는 감량기를 설치하면 된다. 통상 음식 쓰레기는 자원화 시설에 도착하기까지 2~7일이 걸려 부패 우려가 있다. 만약 배출 즉시 건조할 수 있다면 부패 시기를 늦출 수 있다. 한국음식물감량기협회에 따르면 2016~2020년 사이 전국에 판매된 음식물 감량기는 총 1만6696대다. 감량기 업체 가이아는 "100㎏ 용량 기기 한 대로 140세대에서 나오는 음식물을 처리할 수 있다. 1대 가격은 약 3000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재활용 자원의 질을 높이려면 음식 쓰레기를 배출 단계부터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상한 음식으로 동물 사료를 만든다는 건 일반인이 납득하기 쉽지 않다. 배출부터 제품화 단계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인증 체계를 만들어 고품질 자원화로 가야 한다"고 했다.

홍경진 환경부 폐자원에너지과장은 "정부에선 사료화·퇴비화보단 바이오가스화를 통한 에너지 확보를 장기 정책으로 보고 있다. 다만 2030년에도 52%만 바이오가스로 처리되는 만큼 음식 쓰레기로 만든 사료와 퇴비를 고품질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음식쓰레기 무대책 언제까지?

「 하루 음식쓰레기 2만t 비밀…4분의 1은 먹기도 전에 버려진다
12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마트. 생선·정육 등 신선식품 코너에 있는 주방 한편에 200ℓ짜리 음식물 처리기가 있었다.
음식 쓰레기, 12년 전 대책이 마지막…정부·지자체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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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쓰레기는 모든 국가의 고민거리다. 하지만 줄이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장윤서 기자chang.yoonseo1@joongang.co.kr, 김도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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