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사설] 김건희 녹취록이 언론계에 남긴 것

미디어오늘 2022. 1. 1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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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방송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던 '김건희 녹취록'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비공개를 전제로 한 '사적 대화'를 '불법 녹음'하고 방송으로 공개한 것은 위법이라는 주장과 기자와 대선 후보 배우자라는 공인 사이 오고 간 대화를 공개하는 행위는 공공의 이익이 크고, 이는 국민 알 권리에 부합한다는 주장이 맞붙었다.

대표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하고 대법원에서 확정된 '미투' 사건에 대해 김씨와 기자가 서로 웃으며 대화한 내용을 여과 없이 공개한 것이 공익에 부합한 것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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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1335호 사설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MBC 방송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던 '김건희 녹취록'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비공개를 전제로 한 '사적 대화'를 '불법 녹음'하고 방송으로 공개한 것은 위법이라는 주장과 기자와 대선 후보 배우자라는 공인 사이 오고 간 대화를 공개하는 행위는 공공의 이익이 크고, 이는 국민 알 권리에 부합한다는 주장이 맞붙었다. 그리고 법원은 일부 대화 내용을 제외하면 방송을 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우선 김건희 녹취록이 기자와 대선 후보자 배우자라는 지위에서 오고 간 대화라는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녹취록 속 기자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50여 차례 지속적으로 통화가 이뤄졌다는 점에 비춰보면, 기자와 공인 사이 상호 신뢰가 형성돼 그 관계를 바탕으로 공적 대화가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오히려 방송 공개를 사회·정치적 이슈에 대한 김씨의 견해로 제한한 법원 결정이 사전에 방송 내용을 검열하는 효과를 낳진 않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 1월14일, MBC를 찾은 국민의힘 대표단이 후문 주차장 앞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정철운 기자

국민의힘이 MBC를 항의 방문한 것도 언론 보도 자유라는 차원에서 부적절한 행위이다. 통화 내용 중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는 내용이 있다고 해도 이는 방송 주체가 데스킹을 통해 걸러내야 할 문제다. 만약 매체 신뢰를 떨어뜨리는 내용을 방송에 내보냈다면 그것 역시 매체가 짊어져야 할 몫이다. 방송 전부터 항의 방문으로 압박하는 것은 언론 보도 자유를 훼손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녹취록을 보면, 정상적인 취재 행위로 볼 수 없는 정황은 우려스럽다. 또 언론에 대한 김씨의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서울의소리 기자가 김씨 모친과 송사를 다투고 있는 사람에 관한 자료를 건넨 정황이 있다. 기자는 신뢰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관심이 될 만한 정보를 전달했고, 관련 정보는 누구나 구할 수 있는 자료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적 취재 과정은 대가 관계가 끼어들 틈 없이 투명해야 한다는 점에서 취재윤리 위반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김씨가 기자에게 캠프직을 제안하면서 캠프 내 역할로 '정보업'을 언급한 것도 전직 언론인을 정보를 받아보는 창구로 활용하겠다는 뜻인데 가벼운 얘기로 흘려들을 수 없는 내용이다. 기자에게 “양쪽(캠프) 줄을 서라”고 하는 발언 역시 언론인을 출세만 좇는 존재로 보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 1월16일 방송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159회 '김건희 씨는 왜?' 유튜브 방송 갈무리. 사진=MBC 스트레이트 유튜브 채널

특히 타 매체 기자 실명을 언급하면서 “걔는 아마 감옥 갈 거야”라고 말한 대목은 매우 위험하다. 서울의소리 측이 유튜브에 추가 공개한 녹취록 가운데 “내가 정권을 잡으면 무사하지 못할 거야”, “우리가 안 시켜도 경찰들이 알아서 입건한다. 그게 무서운 거다”라며 언론에 적대감을 드러낸 것도 경솔한 태도다. 근거 없는 의혹 제기에 반발할 수 있지만 정권을 운운한 것은 언론을 길들일 수 있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언론도 김건희 녹취록을 다루는 데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하고 대법원에서 확정된 '미투' 사건에 대해 김씨와 기자가 서로 웃으며 대화한 내용을 여과 없이 공개한 것이 공익에 부합한 것인지 의문이다.

MBC 방송 후 매체들이 입수한 전문이라며 추가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는 가운데, A 매체는 미투 사건 피해자 실명을 언급하며 미투 본질을 훼손하는 김씨 발언을 그대로 게재했다. 반면 B 매체는 “2차 가해를 고려해 생략한다”며 김씨 발언을 전하는 데 신중함을 보였다.

▲ 1월16일 방송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159회 '김건희 씨는 왜?' 유튜브 방송 갈무리. 사진=MBC 스트레이트 유튜브 채널

김건희 녹취록은 기자와 공인의 대화를 어디까지 공개할 수 있느냐는 질문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언론 보도 자유라는 화두를 제시함과 동시에 한국 언론에 책임의 의무라는 어려운 숙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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