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사설] 김건희 녹취록이 언론계에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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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방송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던 '김건희 녹취록'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비공개를 전제로 한 '사적 대화'를 '불법 녹음'하고 방송으로 공개한 것은 위법이라는 주장과 기자와 대선 후보 배우자라는 공인 사이 오고 간 대화를 공개하는 행위는 공공의 이익이 크고, 이는 국민 알 권리에 부합한다는 주장이 맞붙었다.
대표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하고 대법원에서 확정된 '미투' 사건에 대해 김씨와 기자가 서로 웃으며 대화한 내용을 여과 없이 공개한 것이 공익에 부합한 것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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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1335호 사설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MBC 방송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던 '김건희 녹취록'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비공개를 전제로 한 '사적 대화'를 '불법 녹음'하고 방송으로 공개한 것은 위법이라는 주장과 기자와 대선 후보 배우자라는 공인 사이 오고 간 대화를 공개하는 행위는 공공의 이익이 크고, 이는 국민 알 권리에 부합한다는 주장이 맞붙었다. 그리고 법원은 일부 대화 내용을 제외하면 방송을 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우선 김건희 녹취록이 기자와 대선 후보자 배우자라는 지위에서 오고 간 대화라는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녹취록 속 기자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50여 차례 지속적으로 통화가 이뤄졌다는 점에 비춰보면, 기자와 공인 사이 상호 신뢰가 형성돼 그 관계를 바탕으로 공적 대화가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오히려 방송 공개를 사회·정치적 이슈에 대한 김씨의 견해로 제한한 법원 결정이 사전에 방송 내용을 검열하는 효과를 낳진 않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국민의힘이 MBC를 항의 방문한 것도 언론 보도 자유라는 차원에서 부적절한 행위이다. 통화 내용 중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는 내용이 있다고 해도 이는 방송 주체가 데스킹을 통해 걸러내야 할 문제다. 만약 매체 신뢰를 떨어뜨리는 내용을 방송에 내보냈다면 그것 역시 매체가 짊어져야 할 몫이다. 방송 전부터 항의 방문으로 압박하는 것은 언론 보도 자유를 훼손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녹취록을 보면, 정상적인 취재 행위로 볼 수 없는 정황은 우려스럽다. 또 언론에 대한 김씨의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서울의소리 기자가 김씨 모친과 송사를 다투고 있는 사람에 관한 자료를 건넨 정황이 있다. 기자는 신뢰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관심이 될 만한 정보를 전달했고, 관련 정보는 누구나 구할 수 있는 자료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적 취재 과정은 대가 관계가 끼어들 틈 없이 투명해야 한다는 점에서 취재윤리 위반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김씨가 기자에게 캠프직을 제안하면서 캠프 내 역할로 '정보업'을 언급한 것도 전직 언론인을 정보를 받아보는 창구로 활용하겠다는 뜻인데 가벼운 얘기로 흘려들을 수 없는 내용이다. 기자에게 “양쪽(캠프) 줄을 서라”고 하는 발언 역시 언론인을 출세만 좇는 존재로 보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특히 타 매체 기자 실명을 언급하면서 “걔는 아마 감옥 갈 거야”라고 말한 대목은 매우 위험하다. 서울의소리 측이 유튜브에 추가 공개한 녹취록 가운데 “내가 정권을 잡으면 무사하지 못할 거야”, “우리가 안 시켜도 경찰들이 알아서 입건한다. 그게 무서운 거다”라며 언론에 적대감을 드러낸 것도 경솔한 태도다. 근거 없는 의혹 제기에 반발할 수 있지만 정권을 운운한 것은 언론을 길들일 수 있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언론도 김건희 녹취록을 다루는 데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하고 대법원에서 확정된 '미투' 사건에 대해 김씨와 기자가 서로 웃으며 대화한 내용을 여과 없이 공개한 것이 공익에 부합한 것인지 의문이다.
MBC 방송 후 매체들이 입수한 전문이라며 추가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는 가운데, A 매체는 미투 사건 피해자 실명을 언급하며 미투 본질을 훼손하는 김씨 발언을 그대로 게재했다. 반면 B 매체는 “2차 가해를 고려해 생략한다”며 김씨 발언을 전하는 데 신중함을 보였다.
김건희 녹취록은 기자와 공인의 대화를 어디까지 공개할 수 있느냐는 질문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언론 보도 자유라는 화두를 제시함과 동시에 한국 언론에 책임의 의무라는 어려운 숙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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