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고갈 논란..안·심 "개혁해야", 이·윤 "대선 이후"

이재훈 2022. 1. 1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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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2022 대선 콕! 이 공약
대선 후보별 연금개혁 정책 살펴보니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국민연금 가입자는 2020년 2234만3천명에서 2030년 2087만3천명, 2050년에는 1538만9천명으로 줄어든다. 반면 수급자는 2020년 433만6천명에서 2030년 704만5천명, 2050년에는 1432만4천명으로 늘어난다. 이에 적립금은 2055년 고갈된다.’

2020년 7월 국회 예산정책처가 펴낸 ‘4대 공적연금 장기 재정전망’에 실린 추계다. 2018년 정부가 제4차 재정계산 때 추정한 고갈 시기 2057년보다 2년 이르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저출생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나온 결과다.

국민연금법은 5년마다 인구와 경제성장률 등의 변화를 반영해 연금 재정을 따지고 제도를 고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국민연금 가입자가 기준 월 소득액에 견줘 매달 보험료로 내는 금액의 비율(노동자는 사업주와 절반씩 나눠 냄)인 보험료율은 1998년 6%에서 9%로 오른 뒤 24년째 그대로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2018년 12월 △1안: 현행 유지(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 △2안: 현행 유지하되 기초연금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 △3안: 보험료율 12%, 소득대체율 45%로 인상 △4안: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인상 등 네 가지 연금개혁 시나리오를 국회에 제출한 뒤 더는 개혁안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소득대체율은 은퇴 전 생애 평균 소득에 견줘 은퇴 뒤 받는 연금 수령액의 비율을, 기초연금은 만 65살 이상 노인 중 소득인정액 기준 하위 70%에게 주는 연금을 말한다.

적립금 고갈만큼 위험한 노인빈곤율

우선 1안과 2안을 중심으로 보면, 국민연금 적립금 고갈에 너무 큰 위기의식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 담겨 있다. 장기적으로 보험료율을 올려야 할 순 있지만, 국민연금 적립금은 정부의 장기채권 발행 등으로 세대 간 부담을 분산시키면서 고갈되지 않게 대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무엇보다 한국의 경제 규모에 견줘 매우 적은 노인에 대한 공공지출부터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12월9일 발행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오이시디)의 ‘한눈에 보는 연금 2021’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2017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지디피) 대비 노인과 유족들에 대한 공공지출 비율은 2.8%로 오이시디 회원 38개국 가운데 칠레와 함께 공동 34위였다. 오이시디 평균은 7.7%다. 한국 정부가 그만큼 노인에 대해 재정을 쓰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결과로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18년 기준 43.4%로 오이시디 회원 38개국 가운데 압도적인 1위였다. 오이시디 평균(13.1%)의 3.3배를 넘는 수치다. 노인빈곤율은 모든 가구를 소득 순서대로 줄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있는 가구의 소득인 중위소득 50% 이하인 노인의 비율이다. 게다가 같은 보고서에 담긴 2020년 기준 지디피 대비 국민연금 적립금 비율이 43.3%로 역시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였다. 앞서 말한 정부의 2018년 4차 재정계산 때 2020년 지디피 대비 국민연금 적립금 비율이 39.3%가 될 것이라고 추정했는데, 이보다 4%포인트나 늘어날 만큼 적립금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3안과 4안을 중심으로 보면, 적립금 고갈에 대처하기 위해 돈을 더 내게 하되 받는 돈도 늘려 국민연금 가입자의 저항을 줄이자는 입장이 담겨 있다. 정부는 3안의 경우 적립금 고갈 시점을 2063년, 4안의 경우 2062년으로 1~2안보다 5~6년 정도 늦출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지난해 12월 <한국사회정책>에 실린 ‘한국 노후소득보장의 재구조화 연구: 계층별 다층연금체계를 중심으로’ 논문에서 정부의 3~4안보다 더 적극적으로 적립금 고갈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리지 말고 현행 40%를 유지하면서 보험료율을 12% 정도로 올리고, 대신 빈곤 노인층을 위해 기초연금을 올해 기준 30만7500원에서 40만원으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한국의 기초연금 소득대체율은 2021년 30만원 기준으로 추산하면 7.5% 수준에 그친다.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은 2018년 17.5%였다. 오 정책위원장은 “한국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낮지 않지만 보험료율이 낮다”며 “공적연금이 자신의 자식, 손주와 맺는 세대 간 계약이라는 점이 부각된다면 전향적인 방향으로 (보험료율 인상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금개혁 목소리 내는 안·심

결국 오는 3월9일 20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출범하는 새 정부가 이런 시나리오들을 바탕으로 연금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0대 대선 후보 가운데 연금개혁에 가장 적극적인 이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다. 안 후보는 지난 11일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적립금 고갈 문제를 거론하며 “이걸 그대로 둔다는 건 범죄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23일 “덜 내고 많이 받는 연금구조 설계와 관민 연금 간 불평등이 문제”라며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군인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춰서 사실상 통합하는 ‘동일연금제’를 공약으로 내놨다. 이후 ‘통합연금법’을 제정해 4개 연금의 공단까지 하나로 통합하자는 것이다. 다만 안 후보는 “덜 내고 많이 받는 연금구조”에 대한 대안은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달 6일 안 후보와 연금개혁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힘을 모으기로 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조만간 공약을 내놓을 예정이다. 조성주 정의당 정책위 부의장은 “빈곤 노인의 연금 보장성 강화를 위해 기초연금 지급액을 지금보다 인상하거나 저소득층에게 지급하는 보충연금을 도입하는 등의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기초연금과 보충연금을 합쳐서 월 55만~60만원까지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적립금 고갈 문제 등에 대비하기 위해 국민연금 보험료율도 단계적으로 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부의장은 이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단계적 통합을 하되, 공무원 노동3권 보장과 최저임금 수준인 하위 공무원 임금 현실화 등을 함께 추진하는 방향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재정으로 적자를 보전하는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해 재정 적자와 더불어 공무원과 일반 시민들 사이의 연금 격차도 줄이는 동시에 저소득층 노인을 대상으로 한 재정 지출을 늘려 노인의 소득 격차를 줄이는 방안이다.

연금개혁에 소극적인 이·윤

제3지대 후보들과 달리 양대 정당 후보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먼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달 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어느 정당이든 간에 연금개혁을 선거 공약으로 들고나오면 무조건 선거에서 지게 되어 있다”면서도 “결국 많이 걷고 적게 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료율은 올리되 소득대체율은 낮추는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구조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대통령이 되면 공무원연금과 일반연금(국민연금)을 병합할지 계속 분리할지 이런 문제를 포함해서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만들어서 초당적으로 임기 내에 반드시 그랜드 플랜을 제시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연금개혁을 대선 공약으로 내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선대본 정책본부 자문에 응하고 있는 안상훈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연금개혁은 공약 차원으로 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공약으로 내고 나면 정권은 밀어붙일 수밖에 없어서 사회적 합의로 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만들어서 사회적 합의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게 정책 내용”이라며 “연금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의 문을 여는 첫번째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더 유보적인 태도다. 이 후보는 지난달 26일 <한국방송>(KBS) ‘일요진단’에서 “연금개혁은 해야 하지만, 이해관계가 너무 심하게 충돌해서 나라가 들썩거릴 사안”이라며 “선거 국면에서 이런 얘기를 하면 무책임하게 보일 수 있는데, 연금개혁은 해야 하고, 국민들의 논의를 통해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결론을 내야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 건 독선에 가깝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대위 역시 대선 이후에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낸 김성주 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선거 때는 (연금개혁에 대한) 대화와 토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선거가 끝나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 인수위원회 단계에서 사회적 토론을 준비해서 해야 할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국민연금 하나만 놓고 보는 게 아니라 퇴직연금 등을 포함한 다층적 노후소득 보장 체계에 관련된 구조적인 개혁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선대위 내부에서는 이 후보가 과감하게 ‘더 내고 더 받는 구조’를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선대위 차원에서 연금개혁 논의를 진행하지는 않고 있지만,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모두 높이는, 제대로 내고 제대로 받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연금 제도를 만든 목적은 노후 빈곤을 예방하고 은퇴 뒤에도 소득이 급격히 감소하지 않게 하자는 것”이라며 “공무원연금은 그런 기능을 하고 있고 국민연금은 아직 그런 기능을 못 하고 있는데, (안 후보와 심 후보처럼) 두 연금을 통합해서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추자는 건 연금 제도를 만든 목적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이재훈 nang@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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