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 빛나는 쇼트트랙 희망 이유빈 "평창 때 실수 두 번 안 해요"

김기중 입력 2022. 1.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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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한국 쇼트트랙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이유빈(21ㆍ연세대)이다.

이유빈은 지난해 11월 끝난 2021-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대회에서 1,500m 종합 랭킹 1위를 차지했다.

세계 무대에서 단체전 선수로만 알려져 있던 이유빈이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 단번에 1,500m 랭킹 1위에 오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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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 빙상경기장에서 훈련 중인 쇼트트랙 국가대표 이유빈. 뉴시스

‘세계 최강’ 한국 쇼트트랙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간판스타 심석희의 ‘고의 충돌 논란’ 등 각종 악재로 내부 균열이 심각하다. 심석희는 2개월 자격정지를 받아 코앞으로 다가온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이 쉽지 않다. 대한체육회도, 빙상경기연맹도 이번 올림픽에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빛나는 한줄기 희망이 있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이유빈(21ㆍ연세대)이다. 이유빈은 지난해 11월 끝난 2021-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대회에서 1,500m 종합 랭킹 1위를 차지했다. 1차와 4차 대회 금메달을 땄고, 3차 대회 은메달을 획득했다. 심석희를 대신해 출전한 1,500m에서 간판스타의 부재를 느끼지 못할 만큼 맹활약했다.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베이징 올림픽을 대비해 차분히 훈련 중인 이유빈을 지난 16일 전화통화로 만나봤다. 올림픽 전망에 대한 우려 섞인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지만 선수들은 그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전보다) 훈련에 더 집중하고 있다”며 “재미있게 훈련하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더 노력 중이니까 많은 관심과 응원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 무대에서 단체전 선수로만 알려져 있던 이유빈이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 단번에 1,500m 랭킹 1위에 오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유빈은 ‘경험’과 ‘침착함’을 꼽았다. 그는 “어떤 훈련이나 준비를 더 한 것은 아닌데 시합을 하면 할수록 레이스를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조금 더 침착함이 느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최민정이 2018년 2월 10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3,000m 계주 예선 1조 경기에서 넘어진 이유빈과 터치를 하고 있다. 뉴스1

사실 그는 고교생 시절 대표팀 막내로 처음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쓰린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유빈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예선 레이스 초반에 넘어지는 불운을 겪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사력을 다함과 동시에 언니들의 뛰어난 대처 능력 덕에 상대 팀을 따라잡고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이유빈은 “내 실수로 결승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어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나에 대한 실망과 좌절이 커서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이유빈은 긴 슬럼프에 빠졌다. 후유증과 고질적인 발목 통증에 제대로 된 기량을 펼치지 못하면서 대표팀 선발전에서도 탈락했다. “당시에 쇼트트랙을 그만둘까도 고민했다”는 이유빈은 슬럼프 탈출을 위해 또래 소녀들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을 택했다. 학교 생활과 가족 여행 등 평범한 일상을 통해 아픈 심신을 치유했다.

다양한 표정의 쇼트트랙 이유빈. 이유빈 인스타그램 캡처

특히 그의 회복을 도운 것은 춤과 음악이다. 쉴 때면 코레오그래피(안무 창작) 수업을 듣고, 자신의 춤 영상을 SNS에 올릴 정도로 춤을 좋아한다. 이유빈은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열혈 팬이기도 하다. 멤버 중 지민을 가장 좋아한다는 이유빈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BTS의 응원 메시지를 받은 탁구의 신유빈을 무척 부러워했다. 이유빈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나도 BTS 응원을 받으면 무척 기쁘겠지만 못 받아도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저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괜찮다”고 웃었다.

댄스 복장을 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유빈. 이유빈 인스타그램 캡처

이유빈은 지난해 월드컵 대회에서 1,500m 금메달을 치지한 후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해 화제가 됐다. 이유빈은 “지난해 군에 입대한 오빠가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해달라’고 해서 했는데 오빠가 ‘경례 자세가 0점’이라고 핀잔을 줬다”며 웃었다.

올림픽에서 또다시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오빠에게 이유빈은 “하는 것 봐서 고민해보겠다”고만 답했다고 한다. 베이징 올림픽 시상대에서 울려 퍼지는 애국가와 함께 그의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꼭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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