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고발 논란에도 100m 늘어선 줄..'밥퍼'는 멈추지 않는다

조성준 기자, 김주현 기자 2022. 1. 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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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시 동대문구 밥퍼나눔운동본부 본관 1층 주방에서 봉사자가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조성준 기자


"우리 부모님이라 생각하고 준비한 지가 벌써 14년이 넘었네요."

서울교통공사 기관사로 일하는 A씨(60)는 2009년부터 14년째 밥퍼나눔운동(밥퍼)을 찾고 있다. 한 달 중 20여일을 밥퍼 본부로 출근한다. 매일 봉사하는 그를 봉사자들은 명예 주방장이라 부른다. A씨는 "부모님에게 음식 대접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한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을 때 도와야 하니까 매일 새벽 밥퍼로 나오는 발걸음이 무겁지만은 않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17일 오전 8시 서울시 동대문구 답십리동 554번지 밥퍼 본부에서는 봉사자 20여명이 노인·노숙인 등에게 제공할 도시락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전날 최 목사가 고발됐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주방은 밥 짓는 열기로 후끈했다. 손놀림은 분주했고,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공사는 중단됐지만, 밥퍼는 멈추지 않는다
17일 서울시 동대문구 밥퍼나눔운동본부 옆 답십리 굴다리에서 본부 관계자가 무료 급식을 배급하고 있다. /사진=조성준 기자

이날 준비된 식사는 총 500인분이었다. 김미경 밥퍼본부 부본부장은 주방장에게 "50인분 따로 준비해주세요"라고 외쳤다. 그는 "코로나19 이전에는 1000인분도 부족했는데 요즘은 그때보다 적어 500인분씩 한다"며 "먹고 사는 일인데 계속해야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밥퍼 본부 바로 옆 답십리 굴다리로는 급식 배부를 기다리는 줄이 이어졌다. 줄은 굴다리 끝을 지나 언덕길을 둘러서 100m 가량 이어졌다. 추운 날씨에 두꺼운 겉옷과 목도리, 털모자 속에 몸을 파묻은 시민들이 잔뜩 웅크린 채 순서를 기다렸다.

오전 11시가 되자 급식 배부가 시작됐다. 밥퍼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방문자 명단 확인을 위해 바코드 인식기도 도입했다. 밥퍼에 등록된 방문자는 바코드 확인 후 음식을 받아갔다. 김 부본부장은 바코드 목걸이가 없는 사람에게 "일단 신분증 보여주고 화요일이 등록하는 날이니까 꼭 오라"고 안내했다.

이날 준비한 식사 500인분은 1시간30분만에 모두 배급이 끝났다. 음식을 받아간 B씨(82)는 "이걸로 집에 가서 점심, 저녁 두끼를 해결할 수 있다"며 "항상 고맙다"고 했다. 순서를 기다리던 70대 C씨는 "밥도 밥이지만 이렇게 나와서 사람들 만나는 게 좋다"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

김 부본부장은 "주로 노인들이 아침 일찍 오시는데 한겨울이나 한여름에는 밖에서 줄을 서 기다리는 게 얼마나 곤욕인지 모른다"며 "건물이 완공되면 내부에서 기다릴 수 있고 식사도 쾌적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축하면 식사 공간뿐 아니라 결핵검사 등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수월해질 것"이라고 했다.

최일도 목사 "빈곤한 자 밥그릇 빼앗지 말아야"
17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다일천사병원 3층 강당 최일도 목사가 기자회견 가졌다. /사진=조성준 기자

지난 10일 서울시는 동대문경찰서에 다일복지재단(다일공동체) 대표인 최일도 목사를 고발했다. 서울시 소유인 '동대문구 답십리동 554번지' 일대의 밥퍼 본부 건물 증축공사를 무단으로 진행했다는 이유에서다. 동대문구가 공사중지를 명령하면서 지난달부터는 공사도 중단됐다.

최 목사는 34년 동안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노숙인과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무료급식을 제공해 이른바 '밥퍼 목사'로 불린다. 지난해 6월쯤 밥퍼 본부 공간을 리모델링하고 증축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최 목사는 무료급식을 받으로 오는 사람들이 더위와 추위를 피해 쾌적하게 기다리면서 식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해당 공간을 리모델링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가 증축공사에 제동을 걸자 최 목사는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최 목사는 서울시 동대문구 다일천사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공무원이)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사실을 온 세상에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무단 증축으로 인해 고발은 진행했지만 안전사고 예방 등을 위해 관련 규정에 적합하게 시설물이 사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다일복지재단과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다일복지재단이 기부채납 후 시설을 사용하는 방안 등을 재단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일공동체는 기부채납에 필요한 서류를 이번 주 안으로 서울시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날 오후 서울시는 다일공동체 측에 오세훈 서울시장과 최 목사의 면담을 제안했다. 24일로 예정됐던 오 시장과 최 목사의 면담이 이번 주에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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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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