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이재익 "K리그에서 검증부터 받고 유럽 재도전할게요"

허인회 기자 2022. 1. 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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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서울이랜드). 서울이랜드 제공

[풋볼리스트=서귀포] 허인회 기자= 이재익(서울이랜드)이 지난 유럽 도전기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흐지부지됐다. 지금은 재도전에 앞서 K리그에서 인정 받는 것이 먼저다.


작년 여름 서울이랜드로 이적하며 K리그 무대에 복귀한 이재익은 동계훈련지인 제주도 서귀포에서 시즌을 준비 중이다. 온전히 동계훈련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벌써 프로 5년 차인데 그 동안에는 대표팀에 소집되거나 해외 구단으로 이적하며 일정이 안 맞았다.


이재익은 지난 2019년 폴란드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준우승의 주역이었다. 주전 센터백으로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대회가 끝난 뒤 알라이안(카타르)으로 이적했다. 알라이안에서도 주축으로 활약한 이재익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도 소집됐다. 당시 벤투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이재익을 극찬하며 한국 축구의 미래로 평가되기도 했다.


이듬해 로열앤트워프(벨기에)로 임대 이적하며 유럽 무대에도 입성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국이 발목을 잡았다. 벨기에 정부의 입국 허가가 나지 않으면서 프리시즌 합류가 늦어졌고, 도착한 뒤 급하게 몸을 끌어올리다가 부상까지 당했다. 이후에는 코로나19에도 감염됐다. 후유증까지 심해 복귀가 계속 지체됐다. 그 사이 앤트워프는 감독 교체가 이뤄졌다. 이재익은 '전력 외'라는 말을 새 감독에게 직접 듣고 결국 체념하기에 이르렀다. 상황의 벽에 부딪친 이재익은 한 경기도 못 뛴 채 K리그로 돌아왔다.


23세 이재익은 나이로만 봐도 유럽 무대에 충분히 재도전할 수 있다. 스스로는 K리그에서 검증받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유럽 재도전 기회도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성공 여부를 떠나 경험을 해봤다는 것도 이재익에게 큰 자산이다.


다음은 이재익 인터뷰 전문


- 모처럼 동계훈련 시작 단계부터 서울이랜드와 한 시즌을 같이 보내게 됐다.


"사실 한 팀에서 동계훈련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지난 4년 동안 대표팀에 소집되거나 이적을 했다. 작년에도 여름에 서울이랜드로 합류했다. 프리시즌을 길게 보낸 기억이 없다. 비교적 여유로운 것 같다. 코칭스태프와 체계적으로 준비 중이다."


- 체계적인 준비라면?


"선수들이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기 때문에 몸상태를 1부터 10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단계적인 틀을 잡고 하루하루 맞춰가고 있다. 선수들은 짜여진 훈련을 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나는 70% 정도 올라온 것 같다. 작년에는 부상 등으로 인해 운동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팀에 합류했다. 100%가 아닌 몸상태로 작년 후반기를 소화했던 것 같다."


- 철저한 준비 때문에 올해가 더 기대될 것 같다.


"엄청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노력하는 만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다."


- 서울이랜드는 작년 9위로 성적이 저조했다. 정정용 감독이 동계훈련 기간 동안 특별히 강조하는 부분은?


"작년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말자고 말씀하셨다.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합류해서 전술적으로 디테일한 부분을 다시 짜야 한다. 조합도 재구성해야 한다. (현재 팀의 완성도는?) 당연히 아직 100%는 아니다. 전체적인 틀을 잡고 있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스포츠다. 디테일적인 부분이 많이 들어간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맞춰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확실한 것은 작년보다 더 디테일하다."


- 지난 2019년 U20 월드컵 당시에도 정정용 감독과 함께한 바 있다.


"감독님이 선수들을 생각하는 마음, 선수들을 존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다만 올해부터 정말 독해지셨다. 모든 것을 걸었다는 다짐이 선수들에게도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 선수들이 더 열심히 준비하게 되는 것 같다. 나도 책임감을 느끼지만, 감독님은 책임감을 더 크게 느끼시는 것 같다."


- 일찌감치 해외를 경험한 뒤 돌아왔다. 알라이안 데뷔전부터 데뷔골을 넣고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줬다. 10경기 출전했더라.


"카타르 리그가 한 시즌 22경기로 비교적 적다. 전반기에 주전 멤버로 경기를 뛰었는데 다리 골절 때문에 6주를 쉬었다. 복귀한 뒤 1경기를 더 뛰었는데 코로나19로 리그가 스톱됐다. 어떻게 보면 한 시즌을 다 뛴 거나 다름없다. 이후 로열앤트워프 임대 이적이 확정됐다. 8~9월 사이 리그가 재개됐는데, 나는 8월 말에 이미 벨기에로 떠나기로 정해졌다. 그래서 카타르 리그의 시즌은 일찌감치 마무리했다."


- 카타르 리그를 통해 해외 무대를 처음 경험했다. 느낀점이 있었다면?


"첫 두 경기까지는 적응이 힘들었다. 선수들의 성향과 문화가 우리나라와 완전히 다르더라. 특히 표현하는 방식과 승부욕이. K리그는 서로 힘내고 같이 하자는 방향이다. 카타르 리그는 못 하면 서로 소리 지르고, 훈련장에서도 많이 싸우더라. 서로 부딪히는 일도 잦다. 흔들리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크게 보면 똑같이 집중을 유도하는 행동인데 방식이 달라서 어려웠다. 당황하기도 했다. 영어를 못 해서 차라리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잘 못 알아들으니까 '쟤가 나한테 뭐라고 하는 구나' 느낌으로만 안다. 유럽도 비슷했다."


- 벨기에 리그에서는 부상과 코로나19 등으로 꼬일 대로 꼬였던 것 같다.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보통의 경우라면 카타르 리그가 7월부터 프리시즌을 시작한다. 그때 이적시장이 열리기 때문에 유럽으로 진출할 수 있다. 근데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된 리그가 8월에 갑자기 재개됐다. 로열앤트워프의 오퍼는 9월에 왔다. 알라이안 측에서 내게 먼저 의사를 물어보더라. (구)자철이 형도 나가보라고 조언하셔서 큰 고민은 안 했다. 나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당시 벨기에 리그는 이미 프리시즌이 시작한 상황이었다. 나는 카타르 리그가 중단되며 운동을 쉬었고, 임대 오퍼도 늦게 온 편이었다. 얼른 합류해서 몸을 끌어올려야 했다. 근데 비자가 계속 안 나와서 비행기를 못 탔다. 세 번이나 공항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벨기에 정부에서 컨펌이 안 난다고 그러더라.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무작정 기다렸다. 그러다가 결국 2~3주 정도 늦게 합류했다. 마음이 급했다. 급하게 몸을 끌어올리려다가 허벅지 근육이 찢어졌다. 가까스로 회복하고 훈련에 합류했는데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이후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는데 후유증에 시달렸다. 폐가 아파 2주 동안 걷는 것 밖에 못 했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그때부터 한계에 부딪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심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운동장에서도 실력이 안 나왔다."


"이듬해 1월에는 나를 영입한 로열앤트워프 감독님이 바뀌었다. 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나를 기용할 계획이 없다고. 체념했다. 상황을 바꿔보기 위해 어떻게든 노력을 했지만 쉽지 않더라."


- 꼬일 대로 꼬여버린 유럽 도전기였던 것 같다. 아쉬움이 클 것 같은데.


"'더 잘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상황도 상황인데 내가 못 한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많이 배우고 왔다. 헛되이 보낸 시간은 아니었다."


- 해당 시기부터 대표팀에도 소집이 안 됐다.


"카타르 리그에서 기량이 좋았을 때 대표팀에 처음 불렸다. 그때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쪽에서 나를 좋게 평가해준다는 말을 들었다. 기분 좋았다. 선수라면 누구든지 국가대표를 꿈꾼다. 월드컵에 나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시 불리지 않는 건 내 문제라고 생각한다. 부족하니까 노력해야 한다. 서울이랜드에서 좋은 경기력 보여주면서 다시 눈에 들고 싶다."


- 유럽을 다녀왔지만 아직 충분히 젋다. 재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클 것 같다.


"한국나이로 스물넷. 어린 나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프로에서 연차도 어느정도 쌓였다. 어린 선수 딱지를 떼고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도전은 당연히 하고 싶다. 기량적으로도 많이 올라왔다고 생각이 들면 그때 또 도전하고 싶다. 경험을 해보긴 해봤지 않나. 유럽 선수들의 프로페셔널한 모습, 팬들의 열정까지. 코로나19 때문에 직접 느낀 기간은 짧았지만 정말 좋더라. 유럽에서 아시아 선수가 살아남는 것은 정말 어렵다고 생각했다. 텃세도 있다. 이겨내야 멋있는 거다. 유럽파 선수들 보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내게 기회가 또 오면 지난 도전과 달리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사진= 서울이랜드,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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