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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견제 동맹결집 집중.. 미사일 위협에도 대북정책 뒷전 [심층기획 - 바이든 취임 1년]

박영준 입력 2022. 01. 1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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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美 우선주의 지우기 초점
우크라 사태·인도태평양 갈등에
나토·오커스 등 동맹국 복원 나서
北 비핵화 '외교 해법'은 진전 없어
美서도 "무기제재 노력 안해" 비판
종전선언 놓고 韓·美 온도차도 뚜렷
北은 교착상태 타개 잇단 무력시위
바이든 국정지지율 33%.. 취임 후 최저
美 하루 확진 101만명 쏟아져 '비상'
물가는 1년새 7%↑.. 40년來 최대상승
미국인 절반 "바이든 1년간 좌절감"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안보 이슈, 코로나19 팬데믹 등에 정신이 팔려 있다.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에 관여하기 위해서는 많은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지만, 미국은 현재 그런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17일 북한이 올 들어 4번째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미국과 강대강 대결 수위를 높여가는 양상이다. 지난해 1월20일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내 문제와 중동 등 이슈에 발목이 잡혀 대북 문제를 등한시하다시피 하는 상황을 타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CNN은 지난 11일 미사일 발사 직후 미 연방항공청(FAA)이 미 서부 해안지역에 ‘이륙금지’(ground stop) 조치를 내렸다는 속보를 전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에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등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대북정책이 부재한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지난 1년간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은 동맹 복원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 회복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다. ‘미국 우선주의’로 대표되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정책 대신 ‘미국이 돌아왔다’는 구호를 내걸고 국제 질서 재편에 힘을 싣는 중이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세계경찰’로서 미국을 자처하지 않는다. 동맹국가를 규합해 공동 대응하는 전략이다.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국과 함께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집중하는 동시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과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를 관리하고, 이란 핵협상 등을 수습하는 식이다. 지난해 미국이 일본·호주·인도 정상과 ‘쿼드(Quad) 정상회의’를 잇달아 개최하고, 호주·영국과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결성한 것, 12월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도한 게 대표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화면 속)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틀 안에서 한·미동맹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번째 대면 정상회담을 스가 요시히데 당시 일본 총리와 가졌고, 두 번째로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철통 같은 동맹에 대한 공약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특히 공동성명에서 “한·미관계의 중요성은 한반도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라며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구상을 연계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있는 한국 정부의 전략적 외교가 절실한 시점이다.

한국과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북한 문제만큼은 미묘한 시각차가 존재한다. 한국 정부는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 정착의 새로운 계기를 만들려고 하지만 미국 측은 비핵화 협상에 북한이 복귀하기를 종용하기만 한다. 그러다보니 북한문제가 미국의 외교 순위에서 뒤로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4월 대북정책 방향으로 ‘실용적 접근을 통한 외교적 해법 모색’이라는 다소 두루뭉술한 발표를 내놨다. 트럼프 행정부가 했던 ‘정상 간 빅딜’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식 ‘전략적 인내’도 아니다. 외교를 통한 단계적 해법이라는 원칙만 있을 뿐이다. 미국 측은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고 강조하지만 북한은 가능성 없는 협상에 굳이 나올 의사가 없다. 지난 1년간 북·미 관계는 교착상태일 수밖에 없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제재를 발표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 쪽에 기울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3일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발표에 대응해 북한 국적자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북한이 제재 하루 만에 다시 미사일을 쏘고, 다시 이날 발사에 나서 긴장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북한 분석관을 지낸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한국 역사·공공정책 연구센터장은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한은 우선순위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는 한 협상에 열린 자세를 유지하면서 계속 억제력을 강화하고, 위협 감소에 집중하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재무부의 새로운 제재는 옳은 조치”라면서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과 같이 도발에 대한 대가로 북한에 선제적으로 양보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역대급 인플레에 지지율 곤두박질… 역점 추진 법안 민주의원 반대로 지지부진

20일로 취임 1년을 맞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 한 해를 최악의 뉴스들로 시작했다.

17일 미 언론에 따르면 지난 3일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101만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역대 최대 확진자 기록이다. 지난해 1월 최대 일일 확진자 기록 30만명, 지난해 여름 델타변이에 따른 최대 일일 확진자 21만명과 비교하면 압도적 수준이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지난 15일 기준 일주일간 일평균 확진자가 80만명을 기록했다.
12일에는 미국 노동부가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7.0% 급등했다고 발표했다. 1982년 2월 이후 40년 만에 최대 상승폭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매달 새로 쓰고 있는 역대급 ‘인플레이션’ 기록을 경신했다.

같은 날 미 퀴니피액대학의 여론조사(7∼10일, 성인 1313명 대상) 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33%로 나타났다. 여론조사마다 지지율 차이가 있지만 33%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에 가까운 수준이다. 미국 유력 언론이 일제히 해당 여론조사를 보도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워싱턴 권력이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썼다.

13일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중간선거를 겨냥해 사활을 걸고 있는 ‘투표권 확대 법안’이 다시 민주당 내 중도파의 반대에 부딪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법안을 설득하기 위해 상원을 찾았지만 민주당의 조 맨친, 커스틴 시네마 의원에 부딪혀 또다시 빈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바이든의 새해 뉴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지난 1년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1월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을 끝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백신 접종 확대와 방역 조치에 총력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코로나19 상황은 더 악화했다. 백신 접종률(2차)은 아직 63%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 극복 노력은 델타·오미크론 변이의 잇따른 등장으로 벽에 부딪혔다. 대신 공급망 차질 문제 등이 지속하며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상황을 부채질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1갤런(3.78ℓ)당 평균 2.24~2.92달러 수준이던 휘발유 가격이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에도 여전히 4달러 선을 위협하며 그야말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들이붓는 중이다.

코로나19 경기 침체 상황 등을 극복하는 동시에 미국의 중산층을 살리기 위한 바이든의 역점 정책인 ‘더 나은 재건’ 법안은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 중도파 의원들의 반대로 반 토막이 났다. 그나마 해를 넘기며 지지부진한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1월6일 의사당 난입 사태’로 요약되는 미국의 분열상도 여전하다. 워싱턴포스트(WP)가 메릴랜드대와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지난해 12월17∼19일, 성인 1101명 대상)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이 정당한지를 묻는 질문에 10명 중 3명(29%)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공화당 및 트럼프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한 대선 불복 주장이 여전한 셈이다.
국내 정치가 휘청거리면서 지난해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당시 50%대 중반대를 기록했던 국정지지율은 40% 초반대로 떨어졌다. 바이든의 국정운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취임 당시 20% 후반대였던 것이 최근에는 50%에 근접했다.

지난해 8∼9월 델타변이 확산과 경기 침체 등 국내 문제에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과정에서 불거진 자살 테러 등의 영향으로 곤두박질친 지지율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 CBS방송은 16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12~14일, 성인 2094명 대상)에서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좌절’을 느꼈다는 답변이 전체 응답자의 50%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실망’이라는 답변은 49%, ’불안’은 40%로 각각 나타났다. ‘만족’은 25%에 불과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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