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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英대사 "한국은 절대 멈추지 않는 나라.. 최애 음식은 족발"

김지원 기자 입력 2022. 01. 18. 11:49 수정 2022. 01. 1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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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임기 마치고 떠나는 사이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 인터뷰
지난 14일 서울 중구 영국대사관에서 진행된 본지 인터뷰에서 사이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은 ‘절대 멈추지 않는 나라(a country that never stops)’ 같다”

오는 24일 4년 임기를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가는 사이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는 지난 14일 본지와의 인터뷰 내내 한국의 ‘활기(energy)’에 감명받았다고 했다. 이달 말 정년 퇴임을 앞둔 스미스 대사에게 한국은 35년 외교관 생활을 마감하는 마지막 부임지다. 그는 “조금 더 젊었을 때 한국에 왔다면 어땠을까 생각했을 정도”라며 아쉬워했다.

다음은 스미스 대사와의 일문일답.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은 곱창·족발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엄청나게 활기찬(extraordinarily energised)’ 나라. 조금 더 젊었을 때 한국에 왔다면 어땠을까 생각했을 정도다. 한국은 ‘절대 멈추지 않는 나라(a country that never stops)’ 처럼 느껴진다. 한국 오기 전부터 ‘빨리빨리 문화’에 대해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와보니 정말 모든게 빨리 돌아가고 있었다.”

“한국의 독특한 경제 성장에서도 매우 큰 인상을 받았다. 전에 일했던 다른 나라에서는 경험한 적 없었던 것이다. 6.25 참전용사들에게 현재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말해주면 다들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한 나라의 모습이 70년 동안 변화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정도로 엄청난 변화를 이뤄낸 나라는 흔치 않다. 도전의 기회가 왔을 때 그걸 붙잡아 무언가를 해내는 것이 한국인의 핵심적 성향인 것 같다.”

-한국에서 새롭게 경험한 것들이 있나.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을 꼽는다면?

“곱창과 족발. 족발은 특히 좋아하는데, 아내가 좋아하지 않아서 항상 혼자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노려야 한다(웃음).”

“한국에 있는 동안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안동에서 퇴계 이황 선생 서세 450주년 기념식 축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근교의 도산서원과 부석사를 둘러보며 매우 감명받았다. 훌륭한 자연 속에 깊은 역사 녹아있는 장소들이 인상적이었다. 또 한국에 굉장히 수준 높은 미술관, 박물관 많다고 느꼈다. 틈 날 때마다 서울, 지방 곳곳의 미술관, 박물관에 다녔다.”

-재임 기간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2019년 부산 유엔묘지에 6.25 전쟁 참전용사(윌리엄 스피크먼)의 유해를 안장했던 것. 매우 감동적인 순간이었고, 개인적으로 울림이 컸다. 또 블랙핑크가 COP26(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 홍보를 위해 대사관에 왔던 것도 생생히 기억난다 (웃음). 매우 즐거운 만남이었다. 이외에도 한국 정부가 탄소중립 선언을 하기 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소식을 전해준 것도 생각난다. 영국이 지난해 COP26 의장국으로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반 전 총장이 큰 도움을 줬다.”

◇자유시장·민주주의 국가 사이 협력 강화해야… ‘중국 배제’는 유일한 선택지

-외교안보 차원에서 지금 세계가 당면한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현재로서는 러시아가 가장 큰 위협이다. (스미스 대사는 한국 부임 전 주우크라이나 영국 대사로 재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은 완전히 근거가 없는 행위다. 러시아의 목표는 우크라이나를 ‘실패한 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게 한 나라를 실패한 국가로 만들려는 의도적 전략은 용납될 수 없다.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겠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금 당장 방법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변화 역시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세계는 팬데믹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상태다. 팬데믹에 따른 불평등은 지구 곳곳에서 심해지고 있다. 약하고 가난한 나라들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기후 변화도 마찬가지다.”

-중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영국은 지난 30~40년동안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최근 MI6 등 정부조직에서 중국을 향해 연일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영국을 포함한 서방국가들은 중국이 책임있는 글로벌 파트너가 되기를 희망했고, 2015년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WTO(세계무역협회) 가입 등 중국과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매우 실망스럽게도 중국이 우리와는 다른 비전을 갖고 있는 것이 최근 드러났다. 시진핑의 장기집권 계획이나 홍콩 문제 등 우리가 원했던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지속적으로 우리(영국)의 사이버 시스템을 공격해왔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고, 증거도 있다. 그동안 낮은 수위의 경고를 줬지만 통하지 않았다.”

“영국은 중국과의 대립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협력 관계를 맺는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자유시장과 민주주의 가치를 (중국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지금은 자유시장과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관계 유지와 협력 강화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으로선 중국을 배제(exclude)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다. 물론 중국의 태도가 바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이 글로벌 파트너가 되고 싶다면 투명하고 열린 자유시장, 자유 산업 보장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최근 영국은 미국의 대중 압박 노선에 완벽히 호흡을 맞추고 있다.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의 안보공동체) 결성,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이 대표적 사례다. 영국 입장에서 오커스 참여는 무엇을 의미하나.

“오커스는 영국 안보전략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영국이 유럽연합의 일원이었을 때는 외교·안보 정책 수립에 있어 많은 토론, 협의 등을 거쳐야했다. (오커스를 통해) 동맹국(미국, 호주)들과 좀 더 명확하고 생산적인 논의들이 가능해졌고, (위협에) 더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됐다. 무엇보다 오커스는 어느 특정국가(중국)와 대립하자는 것이 아닌, 우리가 인도 태평양 지역의 자유와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회다.”

◇브렉시트는 “이제 시작”, 영국 코로나 상황은 “봉쇄 단계 지나”

-영국은 최근 몇 년 사이에 EU(유럽연합)를 탈퇴하면서 홀로 서기에 나섰다. 지금까지의 평가와 앞으로의 전략은 무엇인가.

“평가를 내리기에는 아직은 시기 상조다. 브렉시트는 여전히 시작 단계에 있다. 또 영국이 ‘홀로서기’를 한다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영국은 아직 나토 등 많은 유럽 기반 기구의 회원이다. 브렉시트는 유럽과 단절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는 일이다.”

-코로나 초기 영국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증하는 등 큰 고통을 겪었다. 최근에도 오미크론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가 20만명을 넘는 등 연일 일일 최다 기록을 갱신하기도 했다. 그런데 영국 정부는 더 이상 봉쇄 조치 등을 고려하지 않는 듯 하다. 현재 영국의 코로나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현재 영국의 코로나 상황은 전면적 봉쇄 정책을 추진할 단계는 지났다고 본다. 한국의 코로나 대응책과 영국의 대응 전략은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 일단 한국의 일일 확진자 수가 영국에 비해 훨씬 적다. 그 단계에서는 어디서 어떻게 전염이 일어났는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지만, 지금 영국에서 똑같은 방식을 적용할 수는 없다. 다행인 것은 (영국의)백신 접종률도 높고,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를 심각한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영국 국민들 사이에선 영국의 유전학과 감염병학이 굉장히 과학적으로 입증된 분야라는 일반적 인식이 있다. 따라서 정부가 “우리에게 백신이 있고, 접종을 빠르게 시작할 것”이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불신하기보다는 수긍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영국인들은) 스스로 전문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영국)가 기술과학적으로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백신 생산자들을 신뢰한다.”

옛날 그대로의 낡은 북한…핵 포기 약속 기대 못해

-2018년 3월 부임 당시만 해도 평창올림픽,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지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상태다. 어떻게 생각하나.

“2018년에는 북한으로부터 어떤 (긍정적인)신호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 등에 (북한의)응답을 받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북한은 옛날 그대로의 낡은 북한이고, 더 이상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대할 수 없다.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북한의 진정한 약속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우리가 매우 효과적인 핵 억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콜린 크룩스 전 주북한 영국대사가 후임자로 정해졌다. 북한과 남한 주재 대사를 모두 경험한 첫번째 영국 대사라고 들었는데, 어떤 점을 기대할 수 있나.

“콜린 크룩스와는 20년 넘게 함께 일한 사이다. 워싱턴의 영국 대사관에 있을 때 처음 만났는데, 그때부터 콜린은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지역을 담당해왔다. 따라서 이 한반도 정세에 매우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고 경험도 많은 사람이다. 북한의 상황을 알고, 북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속적으로 아는 누군가가 대사로 온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콜린은 1995년부터 한국에 수차례 방문했고 아내도 한국사람이라 한국어를 굉장히 잘한다. 아마도 역사상 가장 한국어를 잘하는 영국 대사로 남지 않을까 싶다.”

-은퇴 후 계획이 있나.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당분간 한국과 관련된 일은 일절 하지 않을 생각이다. 후임자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다만 충분한 휴식 기간을 가진 뒤에(웃음) 우크라이나 관련 외교 안보 자문 프로그램에 참여할 계획은 있다.”

“퇴임하면 일단 아내와 함께 영국 곳곳을 여행할 계획을 갖고있다. 외교관으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느라 정작 영국 내 아름다운 곳들을 많이 못가봤다. 또 예전에 활동하던 오케스트라에서 트럼본 연주를 계속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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