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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 못 죽일것 같냐" 3분 뒤 찔렀다..'노래방 고교생 살인' 전말 [사건추적]

김준희 입력 2022. 01. 18. 11:56 수정 2022. 01. 1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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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사건 이미지. 연합뉴스


살인·특수협박 20대…판결문으로 본 사건


노래방에서 여자 친구의 전 남자 친구 목에 흉기를 들이대며 협박했다가 이를 말리던 고등학생을 살해한 20대 남성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전 남자 친구와 통화하던 중 함께 있던 일행이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데도 반말로 대들자 홧김에 범죄를 저질렀다.

전주지법 형사11부(부장 강동원)는 지난 14일 살인과 특수협박·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27)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25일 오전 4시44분쯤 전북 완주군 이서면 한 노래방에서 B군(당시 17세)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은 이 사건이 있기 전까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도대체 이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A씨의 1심 판결문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해 봤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 만성동 전주지방법원 전경. 뉴스1


"너 몇 살이야?" VS "22살인데 어쩌라고"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이날 새벽 전주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여자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여자 친구가 전 남자 친구 C씨(28)와 계속 만나는 것으로 의심하고 말다툼을 했다.

급기야 여자 친구가 '헤어지자'고 하자 A씨는 이 말이 C씨 때문이라고 여겼다. 이에 화가 난 A씨는 C씨에게 전화해 "왜 여자 친구와 연락하고 지내냐"며 따졌다. 당시 C씨와 함께 있던 일행 중 1명이 통화 내용을 듣다가 A씨에게 "전화 끊어"라고 말하면서 싸움이 커졌다.

A씨는 "너 누구냐. 몇 살이냐"고 물었고, C씨 지인은 "22살이다. 근데 어쩌라고?"라고 대꾸했다. 이에 A씨는 "이 XX야, 너 거기 딱 움직이지 말고 있어"라고 말한 뒤 집 주방에 있던 흉기를 손가방에 넣고 C씨가 있는 노래방으로 향했다. 해당 노래방은 C씨가 종업원으로 일하는 곳이었고, 당시 C씨는 노래방에서 후배 등과 술을 마시던 중이었다.

폭력 일러스트. 중앙포토


"어린 놈의 XX들. 내가 못 죽일 것 같냐" 흉기 협박


A씨는 사건 당일 오전 4시22분쯤 술에 취한 상태로 집 앞에 주차된 자신의 외제 승용차를 몰고 노래방 건너편 도로까지 약 11㎞를 내달렸다. 조사 결과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94%였다.

A씨는 오전 4시36분쯤 노래방에 도착하자마자 C씨가 있는 방에 들어가 왼손으로 C씨의 머리채를 잡고 준비해 간 흉기를 그의 목에 갖다 댔다. 그러면서 "너네(너희) 꼬맹이들 어디 있냐. 내가 못 죽일 것 같냐. 어린놈의 XX들 어디 있냐"라고 협박했다.

같은 방에서 이 모습을 본 B군이 오전 4시39분쯤 "너 뭐야"라고 말하면서 A씨에게 달려들어 제지했다. 그러자 화가 난 A씨는 손에 들고 있던 흉기로 B군의 옆구리를 한 차례, 엉덩이를 한 차례 찔러 소파에 쓰러뜨렸다. 이어 쓰러진 B군의 얼굴을 때리고, 발로 걷어찼다.

당시 B군은 심정지 상태로 전주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전 5시48분쯤 숨졌다. 부검 결과 사인은 외상성 복부 손상이었다. A씨는 범행 직후 노래방을 빠져나갔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판사봉 이미지. 사진 셔터스톡


"가해자 '지혈하면 산다' 웃으며 노래방 나가"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22일 결심 공판에서 "A씨는 B군을 흉기로 찌른 후에도 넘어져 있던 B군을 주먹과 발로 때려 정신을 잃게 만들었다"며 "그런데도 별다른 구호 조처는커녕 B군에게 '지혈하면 괜찮다'고 말했고, 수사 과정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는 등 변명으로 일관했다"며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이날 A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죄송하다'고 말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용서받을 수 없는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은 B군 아버지는 "검사님의 구형대로 피고인이 30년을 (교도소에서) 살고 20년 동안 (전자발찌를) 달고 살아도 우리 아들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잖냐"며 울먹였다.

B군 어머니는 지난해 10월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완주 고등학생 살인사건'이란 제목의 청원을 올려 A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그는 "가해자는 쓰러진 아들의 얼굴을 주먹으로 두 차례 때리고 발로 얼굴을 차며 '지혈하면 산다'고 말한 뒤 웃으면서 노래방을 빠져나갔다"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하나뿐인 사랑하는 아들은 차디찬 바닥에서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싸늘하게 죽었다"고 했다. 숨진 B군은 이들 부부에게 외아들이었다.

폭력 이미지. 중앙포토


"유일한 자식 잃은 유가족, 말할 수 없는 충격"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뒤늦게나마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사건 당일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까지 저지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C씨를 만나러 가면서 흉기를 소지한 채 현장으로 간 점, 현장에 도착해 흉기를 C씨 목에 가져다 대고 마치 C씨를 죽일 것처럼 협박한 점, 이를 목격하고 저지하려던 B군의 옆구리를 흉기로 찌르고 재차 엉덩이를 찌른 점, 아직 의식이 남아있던 B군의 얼굴을 주먹과 발로 때리고 걷어차 의식을 완전히 잃게 하고서 현장을 벗어난 점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범행으로 아직 만 17세에 불과한 청소년인 피해자가 제대로 인생을 펼쳐 보지도 못한 채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며 "유일한 자식인 피해자를 잃은 유가족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정신적 충격과 비통함을 겪고 있고, 매일같이 법원에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요청하고 있는 점, C씨로부터도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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