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조선비즈

"中의 EU 길들이기, 다음 타깃은 체코"..EU는 보복 입법 검토

이슬기 기자 입력 2022. 01. 18. 13:22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동유럽 국가 리투아니아가 최근 자국의 대만대사관 명칭으로 ‘타이베이(대만 수도)’ 대신 ‘대만대표부’를 채택해 중국의 경제적 보복에 직면한 가운데, 유럽연합(EU) 내부에서 중국의 공세에 공동으로 맞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직결된 군사 분야와는 달리 무역·통상은 EU가 단일 시장으로서 글로벌 영향력을 갖춘 부문인 만큼, EU 회원국에 대한 중국의 압박에 공동 전선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 오성홍기와 유럽연합(EU)기. /로이터 연합뉴스

17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에 이어 올해 EU 순회 의장직을 승계한 프랑스는 최근 EU 차원의 별도 입법을 통해 ‘강제노동 결부 상품 수입 금지’를 채택하기 위한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가 EU 회원국을 상대로 강압적 무역 조치를 취할 경우 EU도 투자와 관세 부문에서 적절한 보복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합법적 틀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신장위구르 자치구 소수 민족 등을 탄압해 강제 노동으로 생산한 제품을 정면 겨냥한 법안이다. 현재 강제노동 결부 상품 수입 관련 사항은 EU의 기업지배구조 및 공급망 실사 의무화 법안의 부속 사항에 불과한데, 이것을 별도의 법률로 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대되는 상황이다. 지난달에는 유럽의회 및 회원국 의회 소속 300여 명이 EU 집행위에 서한을 보내 별도의 EU 수입금지 법안을 신속하게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해 11월 18일(현지 시각)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공식 개관한 대만의 외교공관 '대만대표부' 앞에 명판이 설치돼 있다. /AFP 연합뉴스

FT는 이날 ‘중국과 러시아는 EU파워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유럽의회가 EU 회원국인 리투아니아에 대한 중국의 경제 제재에 맞서 해당 법안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소송을 제기하면 수 년이 걸리기 때문에 EU 차원의 입법을 주도하자는 취지다. FT는 “지정학적 문제인 우크라이나 사태로 EU는 국제 무대에서 소외됐지만, 무역 분야에서는 세계 3대 경제 주체라는 EU의 지위를 적극 활용해 중국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리투아니아는 지난해 11월 빌뉴스 주재 대만대사관을 개설하고,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대만대표부’라는 명칭 사용을 허용했다. 40여 년 간 소련의 압제를 경험한 리투아니아 특유의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반감과 반중국 여론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당시 홍콩인들이 리투아니아의 과거 독립운동을 모방했고, 리투아니아 국민들도 반중 시위에 동참하며 화답했다.

중국은 대만대사관 사태 직후 리투아니아와의 외교 관계를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급으로 낮추고 즉각 항의했다. 특히 리투아니아 제품의 수입을 돌연 제한했다. 중국 세관에는 갑작스레 통관을 거부 당한 선박들이 몰리기도 했다. 또 독일계 차량 부품회사 콘티넨탈에 리투아니아산 부품을 사용하지 말 것을 압박하고, 리투아니아 독일 등 외국계 투자자들에 압력을 행사해 리투아니아 정부의 ‘항복’을 촉구하도록 했다고 FT는 전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오른쪽)이 2020년 9월 3일(현지 시각) 타이베이 소재 총통부에서 밀로시 비스트르칠 체코 상원의장(왼쪽)을 만나 중국의 압력에 맞서 '민주주의 방어선'을 수호하겠다는 공동의 입장을 교환하고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외교협의회(ECFR) 아시아 프로그램 담당자인 얀카 오어텔은 “중국은 EU의 공급망을 겨냥해 EU 경제와 전략적 포부의 중심인 유럽 단일 시장 공동체를 노리고 있다”며 “이 문제를 유럽화하는 방식으로 EU 전체에 대한 시험대로 만들었다”고 했다. 특히 EU 내부에선 중국이 리투아니아 다음 목표물로 대만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체코를 겨냥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체코의 제조업은 EU 공급망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중국이 체코산 부품에 압박을 가하면 EU 단일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FT는 EU 규정상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한 외교 정책과는 달리 무역에 관한 부문은 다수결로 결정한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회원국이 동의할 경우 중국의 우방국인 헝가리와 그리스가 강제노동 결부 상품 수입 금지 법안의 채택을 막을 수 없다는 의미다.

한편 중국 정부는 체코와 대만의 우호적 관계를 적극 견제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지난해 10월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이 체코 측의 초청으로 자국 기업인들과 체코를 전격 방문한 것에 대해 양국 간 ‘불법 무기 거래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미국이 각종 무기와 군용 로봇 등을 체코 공장에 발주한 뒤 대만에 판매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체코 주재 중국대사관은 우 장관의 체코 방문에 대해 성명을 내고 “대만 문제의 민감성을 인식하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