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불공정거래에 대한 제재수단 다양화 필요성

이민지 입력 2022. 1. 1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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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새해 벽두인 1월 4일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연방법원은 극소량의 혈액 샘플만으로도 수백여개 검사가 가능한 것처럼 투자자를 속인 테라노스의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20대 대통령선거의 유력 후보들도 공통적으로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에 대한 엄벌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차제에 과징금의 전면적 도입뿐만 아니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테라노스에 대한 제재에서 볼 수 있듯이 다양한 행정제제 수단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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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2022년 새해 벽두인 1월 4일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연방법원은 극소량의 혈액 샘플만으로도 수백여개 검사가 가능한 것처럼 투자자를 속인 테라노스의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홈즈는 2003년 테라노스를 창립하고 제2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며 급부상했으나 2015년 월스트리트저널의 탐사보도와 내부고발이 이어지면서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 재판은 비록 코로나19 팬데믹 등 예기치 않은 일들이 있었으나 최초 보도로부터 무려 6년이나 지나 결론을 맺었으며 앞으로 상급심 재판으로 이어진다고 한다면 최종 판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추가로 소요될 것이다. 아무리 미국이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이 높다고 하여도 이렇게 재판이 길어지면 정작 형이 확정될 때 테라노스 사건은 자본시장 참가자들에게 자칫 먼 과거의 일로만 기억될 지도 모른다.

미국의 자본시장규제는 형벌이 중할수록 증거입증 수준도 높아지고 재판 기간도 길어지기 쉬운 형사벌에만 의존하고 있지 않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소권 외에 폭넓은 행정제재 권한을 갖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불공정거래 사건에 대응해오고 있다. 이번 테라노스 사건과 관련해서 증권거래위원회는 이미 2018년 3월 홈즈에 대해 민사적 제재를 내렸다. 홈즈의 테라노스에 대한 지배력을 낮추기 위해 사기행위 기간 취득한 테라노스 주식을 포기하도록 하고 1주당 100개 의결권의 차등의결권 주식을 보통주로 전환하도록 했다. 또 과징금에 해당하는 50만 달러의 민사제재금을 부과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향후 10년 동안 어떤 상장기업의 이사직도 맡지 못하도록 하였다.

이에 비해 국내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은 형사벌 중심으로 신속하고 효과적인 제재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시세조종 행위, 미공개정보이용 행위, 부정거래 행위 등 3대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검찰의 기소를 통한 형사적 제재만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3대 불공정거래 사건 처리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2015~2017년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검찰에 수사통보 또는 고발된 사건들을 분석해 보면 금융규제 당국의 조사가 선행되었음에도 기소까지 평균 260일이 걸렸는데 그 중에서도 시세조종 행위는 296일이나 경과하였다. 더욱이 최종 재판 결과까지는 훨씬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에 국내 자본시장에서 종종 관측되는 동일 기업이 반복적으로 불공정거래에 연루되는 현상마저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2015년 시장질서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도입함으로써 행정제재의 범위를 넓혔으며 최근 불공정거래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점이 긍정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 형사벌 위주의 제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대 대통령선거의 유력 후보들도 공통적으로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에 대한 엄벌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차제에 과징금의 전면적 도입뿐만 아니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테라노스에 대한 제재에서 볼 수 있듯이 다양한 행정제제 수단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 테크놀로지의 발달 속에 계속 진화하고 있는 불공정거래 사건을 적시에 처벌하지 못하는 한 투자자들의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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