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벼락거지'의 투자 성적표

지연진 2022. 1. 18. 14:2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아무것도 안 한 자가 최종 승자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유동성은 벼락거지를 탈출하려는 개인들의 투자 열풍으로 이어졌다.

양떼 효과는 투자자가 주식 거래 과정에서 학습과 모방을 통해 맹목적으로 다른 사람을 따라 하는 것을 말한다.

새해 벽두 주식시장을 강타한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의 주인공인 재무부장 이모씨(45)는 20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빼돌려 주식에 투자해 75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고 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아무것도 안 한 자가 최종 승자다."

지난해 연말 모임에서 주식계좌가 없다는 지인에게 쏟아진 말이다. 불과 1년 전엔 집을 사지 않고, 주식투자를 안하면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가 붙었는데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장세가 막을 내린 요즘 주변에선 큰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들의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지인 중 하나는 지난해 잡코인에 투자했다 상장폐지되면서 4000만원을 잃었다고 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코인 가격이 들썩일 때 2000만원을 차익실현한 것이 예금 전액을 넣게된 촉매제였다. 천재 과학자 아이작 뉴턴이 영국 남해회사 주식에 투자해 차익을 남긴 뒤 해당 종목이 더 오르자 다시 전재산을 베팅했다 전부 손실을 봤다는 일화가 떠올랐다. 당시 뉴턴은 "천체의 움직임은 센티미터 단위까지 계산이 가능하지만 사람들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었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유동성은 벼락거지를 탈출하려는 개인들의 투자 열풍으로 이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폭락장인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년간 유동성 장세에서 주식계좌수는 2991만개에서 3834만개로 843만개가 증가했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규모는 코스피 69조원, 코스닥 18조원 등 87조원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특히 2030세대는 꿈조차 꿀 수 없는 부동산 대신 주식시장과 코인으로 쏠렸다. 스마트폰 환경에서 자란 이들은 정보 습득이 빨라 인류 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로 꼽히는 만큼 주식투자도 기존의 ‘개미’와 다른 행보를 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실제 성적표는 ‘양떼 효과’를 재연하는데 그쳤다. 양떼 효과는 투자자가 주식 거래 과정에서 학습과 모방을 통해 맹목적으로 다른 사람을 따라 하는 것을 말한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말 펴낸 ‘코로나19 국면의 개인투자자 : 투자행태와 투자성과’ 보고서를 보면 2020년 3월부터 1년간 개인투자자의 투자성과는 거래비용을 고려할 경우 시장수익률을 하회하며, 신규투자자 중 60%는 손실을 봤다. 또 주식 포트폴리오는 중소형주 및 특정 섹터의 비중이 높고 평균 보유종목수가 높은 투자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거래회전율, 일중거래 비중, 종목교체율이 매우 높은 투기적인 투자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행태는 신규투자자, 젊은 투자자, 남성, 소액투자자에게서 현저하게 나타났다.

새해 벽두 주식시장을 강타한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의 주인공인 재무부장 이모씨(45)는 20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빼돌려 주식에 투자해 75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고 한다. ‘슈퍼개미’로 불리던 그는 엔씨소프트와 동진쎄미켐 등의 호재를 믿고 한꺼번에 수천억원을 베팅했지만 주가가 하락하자 손절했다.

벼락거지는 유동성 자산이 급등하며 갑자기 거지가 됐다는 의미다. 하루아침에 부자가 됐다는 ‘벼락부자’의 반대말로, 단기간에 부를 축적하고 싶은 조급증이 담겼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을 새겨볼 시점이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