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도 못자는 고통..정부 사과까지 분향소 지킬 것"..코백회 사람들을 만나다

김효숙 2022. 1. 18.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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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분향소 설치..백신 인과성 인정·피해자특별법 제정 요구
유족 "건강하던 아들 얀센 접종 후 사망, 입사사진이 영정사진 돼..치아 빠지는 고통"
"두 달 기다려 '인과성 없음' 결과지, '부검 왜 했나' 후회..서울시·국회로도 해결책 모색할 것"
'철거 예고' 중구청 "분향소 취지 충분히 이해, 대화로 풀 것"..코백회 "공무원 원칙 이해"
서울 중구 청계광장 앞에 설치된 코백회 합동분향소 ⓒ데일리안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가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백신 피해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한파 속에서도 정부에 진상규명과 대책을 촉구하며 엿새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때, 서울시 중구청이 도로법상 자진 철거해달라는 통지서를 보내 '철거 논란'까지 야기된 가운데, 18일 오후 중구청 관계자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코백회는 백신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데도 백신과의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에 제대로 된 원인 규명과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12일 분향소를 설치했다. 코백회는 ▲백신 안전성 재검토 ▲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심의내용 공개 ▲만12~17세 코로나19 백신 의무접종 및 방역패스 철회 ▲백신 피해자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장에 있는 피해자 가족들은 정부가 백신 인과성을 인정할 때까지 떠나지 않겠다고 입을 모았다.


분향소에서 만난 김점순(61)씨는 지난해 6월 얀센 1차 접종 이후 18일 만에 세상을 떠난 아들 신동주(당시 31세)얘기를 하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김씨는 "아빠가 암투병 할 때 휴학까지 해가며 엄마 일을 돕던 착한 아들이었다"며 "학교 졸업 후 2년 넘게 취업 준비를 하다가 이제 막 취업한 지 6개월 됐는데 입사사진이 영정사진이 됐다"고 울먹였다.


그는 "한라산도 등반할 정도로 건강하고, 사망 3일 전까지도 친구들과 즐겁게 놀던 아이가 갑자기 이렇게 돼 잠도 못자고 치아가 빠질 정도의 고통을 겪고 있다"며 "아들이 간 뒤 아들 휴대폰에 얀센 접종 후 예비군 훈련에 나오라는 문자가 왔는데 정말 화가 났다"고 토로했다. 이어 "더 이상 아들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코백회 회원들과 돌아가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김점순(61)씨가 공개한 故 신동주씨. 왼쪽부터 신씨의 입사사진, 한라산 등반사진, 사망 3일 전 동영상 속 신씨의 모습 ⓒ데일리안

이주형(66)씨도 지난해 연극 배우를 꿈꾸던 외아들 이재석(당시 31세)씨를 잃었다. 이씨는 지난해 8월 28일 화이자 1차를 맞고 9월 3일 숨을 거뒀다.


이씨는 "매일 저녁 아버지 저녁을 챙기던 애였다. 사망 전날에는 '아빠, 저 친구 만나러 가니까 혼자 식사하세요'라고 말했는데 그게 마지막 대화였다"며 울먹였다. 그는 "두 달 넘게 기다려서 백신 인과성 없다는 허무한 부검 결과를 받았는데, 이럴 거면 가는 길이라도 편안하게 '부검하지 말 걸'이라고 후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저는 정부와 싸우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다만 정부가 피해를 본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 정확한 사망 원인 규명만을 바랄 뿐"이라고 호소했다.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도 분향소 설치 취지에 대체로 공감하며, 추모의 뜻을 전했다.


시민 김모(43)씨는 "백신이 안전하다던 정부가 부작용이 나와도 인과성을 인정해주지 않고, 분향소조차 차려주지 않으니 유족, 피해자 가족들이 나서서 행동하시는 것 같다"며 "이런 피해 사례는 언제든지 나, 내 가족, 이웃의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직장 근처라 잠시 들렀다는 박모(36)씨는 "평소 백신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이 많아 들리게 됐다"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백신 독려만 할 게 아니라 백신의 위험성과 부작용도 정확하게 설명하고 투명하게 통계를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합동분향소 벽 한쪽에 붙어있는 노상적치물 강제정비 예고통지서. ⓒ데일리안

한편, 청계광장을 담당하는 서울시 중구청은 지난 11일 합동분향소에 도로를 무단으로 점거하고 있다며 자진 철거를 요구하는 통지서를 보냈다. 분향소 한켠에는 '1월 12일까지 자진 정비해주시길 바란다'는 노상적치물 강제정비 예고통지서도 붙어 있었다.


그러나 중구청은 합동분향소의 취지를 고려해 일방적 철거보다는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18일 "당장 철거를 논하는 단계가 아니라 코백회 측과 합의점을 찾고 있는 단계"라며 "합동분향소는 추모 의미가 있는 특수한 시설이고 함부로 철거를 밀어붙일 사안은 아니기 때문에 가급적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고, 이는 코백회 측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보통 비슷한 사례에서도 당장 철거보다 여러 번 대화를 시도하고 계도기간으로 상당한 기간을 주는데 그 기간이 수개월이 될 수도 있고, 1년이 넘어갈 수도 있다"며"예고통지서는 원칙적인 절차 가운데 하나이고, 관련 철거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김두경 코백회 회장도 "공무원들도 원칙에 따라 할 일을 하는 분들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10일 정도만 시간을 달라고 한 상태"라면서 "서울시, 구청, 국회 등을 통해 다방면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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