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장률, 日에 밀린다
올해 일본 경제성장률이 외환위기 이후 24년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공식 전망이 나왔다. 양국 중앙은행이 내다본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일본은 3.8%, 한국은 3%로, 일본이 0.8%포인트 높은 것이다. 한국의 경제개발이 본격화한 1970년 이후 50여 년 동안 일본 경제 성장률이 한국을 앞섰던 적은 1·2차 오일 쇼크를 겪은 1972년과 1980년, 외환위기였던 1998년 등 단 3차례뿐으로, 모두 국제경제에 초대형 충격이 발생했던 경우에 한정됐다. 올해는 글로벌 경제가 큰 위기 없이 코로나 사태에서 회복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양국의 성장률이 실제로 역전될 경우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일본 3.8%, 한국 3% 성장 전망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18일 ‘경제·물가정세 전망’ 보고서를 내고 2022년 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성장률을 3.8%로 전망했다. 작년 10월 2.9%였던 전망치가 석 달 만에 0.9%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가장 최근인 작년 11월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을 3%로 전망했다.
2021년 성장률은 아직 집계가 안 됐지만, 예상치는 한국 4%, 일본 2.8%로 한국이 1.2%포인트 높은 상태다. 불과 1년 만에 일본 성장률이 한국보다 0.8%포인트 높아지는 역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어디까지나 예상치이기 때문에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가장 엄정하게 성장률을 내다보는 중앙은행의 전망치가 0.8%포인트 차이가 나는 것은 실제로 양국 간 성장률이 뒤바뀔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올린 이유로 일본은행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서비스와 소비가 줄어드는 압력이 완화되는 가운데 수요 증가나 정부의 경기 부양 대책이 효과를 내면서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올해 일본이 주력 상품인 자동차를 중심으로 제조업 분야 생산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특임교수는 “글로벌 공급망 병목에 따라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 지난해 일본의 자동차 생산량이 저조했지만 최근 들어 생산량이 회복되는 추세”라며 “자동차 산업이 내수와 수출에서 작년 대비 큰 폭의 활황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본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달 35조9895억엔(약 373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일본의 역대 최대 규모 추경이다. 한은 관계자는 “막대한 양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경기 부양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일본 자동차 생산 올해 호조 보일 듯
금리 인상을 서두르는 한국과 달리 엔화라는 기축통화(글로벌 거래에 사용되는 통화)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초저금리를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4차례 이상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0.1%인 단기금리를 동결했다.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겪어온 일본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무풍지대로서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1.1%에 그치기 때문에 당분간 금리를 올리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일본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이례적으로 상향 조정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경기가 예상보다 나빴던 탓에 그에 따른 기저효과로 올해 경기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날 일본은행은 작년 성장률에 대해 기존 전망치(3.4%)에서 0.6%포인트 낮춰 2.8%가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은 관계자는 “(일본은행이) 작년 성장률 추정치를 낮춘 만큼 상대적으로 올해 전망치를 크게 높인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본은행의 전망대로 4%에 가까운 고성장을 이뤄낼지에 대해 일본 안에서도 다소 회의적인 시각은 있다. 일본은 글로벌 금융 위기에 따른 기저효과로 4.1% 성장을 이뤄낸 2010년을 제외하면, 마지막으로 3%대 성장을 이뤄낸 때가 1996년(3.1%)이었다. 지난 13일 일본 내 경제 전문가 36명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3.07%였다. 작년 하반기에 일본에 코로나 환자가 급감했다가 최근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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