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협박 때문에 만들어진 대장동의 모든 것 ['대장동' 정영학 녹취록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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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사업과 수익 구조를 설계한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54) 회계사의 녹취록은 대장동 사업 전모를 보여주는 '사초(史草)'와 같았다.
정 회계사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10여 차례 만나면서 △2009년부터 진척된 사업이 어그러진 사연 △화천대유 설립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사업 길목마다 물밑에서 도와준 정관계 및 법조인들 △수익 배분을 놓고 벌어진 암투 △대장동 이후 새로운 사업 등과 관련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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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서 빠진 정재창이 뇌물 폭로 협박하자
김만배-정영학 협박 대응 논의하는 과정에
화천대유 도와준 정관계·법조인 등 언급
화천대유 설립부터 정산까지 전모 담겨
대장동 개발사업과 수익 구조를 설계한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54) 회계사의 녹취록은 대장동 사업 전모를 보여주는 '사초(史草)'와 같았다.
정 회계사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10여 차례 만나면서 △2009년부터 진척된 사업이 어그러진 사연 △화천대유 설립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사업 길목마다 물밑에서 도와준 정관계 및 법조인들 △수익 배분을 놓고 벌어진 암투 △대장동 이후 새로운 사업 등과 관련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1년간 모은 대장동 개발 설계자의 녹취록
한국일보는 18일 정 회계사가 김만배씨와 대화하며 녹음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입수해 분석했다. 녹취록은 2019년 12월 23일부터 2020년 7월 27일까지 총 10회 분량으로 A4 용지 500페이지가량이다. 두 사람은 주로 서울 서초동과 성남시 판교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정 회계사는 지난해 9월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녹취파일 19개를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에 제출했다. 그는 이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지난 10일 법정에 나올 때까지 외부에는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언과 소문으로만 알려졌던 녹취록 내용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그동안 파편 형태로 전해졌던 '정영학 녹취록'이 전문 형식으로 자세히 드러나기는 처음이다.
녹취록은 대장동 사업 동업자였던 부동산 컨설팅업자 정재창(54)씨의 협박이 계기가 돼 만들어졌다. 정씨와 정 회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49)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 초기 핵심 멤버였다. 하지만 사업이 지지부진해지자 정씨는 남 변호사의 위례신도시 사업 지분과 자신의 대장동 사업 지분을 교환해 대장동 사업에서 발을 뺐다.
정씨는 화천대유가 속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자, 김만배씨 등을 접촉해 150억 원을 요구했다. 정씨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 유동규(53)씨에게 뇌물을 건넨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대장동팀'을 압박했다. 김씨가 정 회계사를 호출해 잦은 만남을 가졌던 직접적인 배경이다.
로비 자금 분배와 제2 대장동 사업도 논의
녹취록에는 협박을 받은 김만배씨가 정 회계사와 대응 방안을 논의하면서, 틈틈이 수익 분배 계획을 언급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화천대유가 직접 시행을 맡은 대장동 사업지구 내 'A12 블록' 수익을 '50억 클럽' 인사들과 성남시의회 관계자, 박영수 전 특별검사 인척 등에게 나눠주는 이른바 '공통비용 부담'에 대해 논의한 게 대표적이다.
녹취록에는 대장동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바탕으로 '제2의 대장동 사업'을 추진하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대장동 사업 때와 마찬가지로 정관계 인사와 법조인들 이름을 언급하며, 이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것이란 내용도 담겨 있다.
이익 배분을 위해 1년 가까이 이어진 두 사람의 만남에서 오간 대화 내용은 2020년 10월 말 유동규씨와의 ‘3자 대면’에서 보다 구체화됐다. 4,000억 원대 배당금과 아파트 분양 수익을 어떻게 분배할지 논의한 내용이 그대로 실현됐기 때문이다. 검찰이 '대장동팀'을 재판에 넘기는 데 결정적 단서가 됐던 대화 내용이 이미 1년 전에 녹음돼 있었다는 얘기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을 주도한 '4인방' 가운데 유일하게 정 회계사에게만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그만큼 '정영학 녹취록'을 대장동 사업 로비·특혜 의혹을 규명할 핵심열쇠로 본 것이다. 정 회계사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내에서 '5차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특급 도우미' 역할을 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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