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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여가부 폐지', 그 이후의 시나리오는?

이경원 기자 입력 2022. 01. 19. 11:15 수정 2022. 01. 1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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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은 대선 후보자들의 공약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탈모 보험 적용 공약을 짚었고, 오늘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여성가족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여가부 업무와 예산을 다시 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글자를 남겼습니다. 짧고 강렬했습니다.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의 파장은 컸습니다. 젠더 이슈를 재점화하면서 막판 대선 정국의 변수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지금도 온라인에서는 논쟁이 살을 붙여가며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SBS 사실은팀 역시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과 관련해 여러 차례 팩트체크를 했는데, 이번에는 여성가족부가 폐지될 경우, 그 이후의 시나리오를 정부 조직 개편의 역사에 비춰 차근차근 짚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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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의 업무는?


먼저, 여성가족부 업무부터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실은팀은 지난해 11월 SBS 8뉴스에서 여가부 예산안을 중심으로 업무를 분석해 전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다만, 당시는 2022년도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 수치라서 국회에서 수정된 부분을 감안해 다시 계산했습니다.

일단, 여가부 업무는 여성 정책, 권익 증진, 가족 정책, 청소년 정책으로 분류됩니다. 2022년 편성된 여가부 예산은 1조 4,650억 원으로 전체 정부 예산의 0.24%입니다.


여가부 예산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업무는 가족 정책으로 9,063억 원, 전체 여가부 예산의 61.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부모 가족 지원이 4,213억 원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아이 돌봄 서비스로 2,015억 원입니다. 

권익 증진 예산은 성폭력·가정폭력·강력범죄 피해자 등을 지원하는 예산입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센터 예산이 대표적입니다. 최근 3년 간 여기서 도움을 받은 피해자는 여성이 79.2%, 남성이 20.8%입니다.

가장 논란이 되는 여성 정책 예산은 그 내역을 따로 정리해 놨습니다. 가장 많은 돈이 경력 단절 여성 지원에 쓰이고 있습니다. 임신과 육아로 경력 단절된 여성들의 고용을 도와 가계 소득을 높이기 위한 취지입니다.

 

여성가족부 업무 이관의 역사


여성가족부는 2001년 김대중 정부 당시 출범했습니다. 원래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로 출발했는데,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이 앞다퉈 여성 정책 공약을 내놓으면서 논의가 빨라졌습니다.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도 여성부 신설을 적극적으로 주장했습니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로도 이견이 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보건복지부의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 보호 업무, 고용노동부의 여성 주거 문제 등을 이관 받아 탄생했습니다.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여성부 몸집은 커졌습니다. 통합 가족 정책을 위해 가족 및 보육 업무를 보건복지부에서 이관 받았습니다. 2005년에는 이름을 여성부에서 '여성가족부'로 바꿨습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여성가족부 폐지론은 다시 수면 위에 올랐습니다. 그해 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여성부는 여성 권력을 주장하는 사람들만의 부서"라며 논의가 불붙었습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조직 개편 기조는 부처 업무를 통합하는 '대부처주의' 원칙이었는데, 여가부가 구조조정 대상이 됐습니다.

2008년 1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은 민주당 당사를 찾아 협조를 요청하면서 "여성부는 여성 권력을 주장하는 사람들만의 부서"라고 말했다.

사흘 뒤, 한나라당 의원 130명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여성 정책과 보육 정책을 보건복지부에 이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비대화, 여성 단체의 반발 등 여러 문제 제기가 나왔고 여야가 여성가족부를 존치시키자고 합의를 봤습니다.
 
이명박 당선자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부처수를 최소화 하여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는 대부처주의 원칙을 표방했고, 이에 근거하여 사회복지분야의 모든 업무들을 보건복지 가족부로 통합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따라서 보육업무가 저출산, 고령화 업무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로 이관되는 것은 애초부터 기정사실화 되어 있었다. 
- 원시연, 황인자 <중앙행정기구 조직개편의 정치 : 보육 , 가족정책 담당기구를 중심으로>, 한국정치연구 제19집 제2호, 2010년

결국, 여성가족부는 가족 및 보육 업무를 보건복지부에 이관했습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거대 부처가 됐는데, 국가청소년위원회가 담당했던 청소년 업무, 기획예산처의 양극화민생대책본부 업무까지 받았습니다. 여성가족부는 가족 업무가 떼어져 나가면서 이름을 '여성부'로 바꿨습니다.
 
당시 여성가족부는 부처가 존폐위기에 빠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업무량을 논의할 상황에 있지 못했고, 보건복지부는 소관 업무의 범위가 넓고 방대하기 때문에 업무 이관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느슨한 전략으로 임했다. 
- 원시연, 황인자 <중앙행정기구 조직개편의 정치 : 보육 , 가족정책 담당기구를 중심으로>, 한국정치연구 제19집 제2호, 2010년

하지만, 2년 뒤, 보건복지부와 여성부 간의 업무 불균형 문제가 다시 불거졌습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기존 보건복지부에 이관했던 가족 정책, 나아가 청소년 정책까지 여성부에 다시 이관하겠다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2009년 11월 제45회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이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가족과 청소년 등 여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책을 여성부에 이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듬해, 여성부는 가족 정책, 청소년 정책 업무를 이관 받으면서 '여성가족부'로 간판을 또 바꾸게 됐습니다. 지금 운영되는 여성가족부 업무는 당시의 조직 개편 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 그 이후는?


결국, 여가부 조직 개편의 역사를 참고하면, '폐지'라는 말은 사실상 존재하기 어렵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여성 정책이 아니더라도, 가족 정책이나 청소년 정책, 권익 증진 등의 업무는 어디에서 해야 할 일임은 분명합니다. 당장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 돌봄 지원을 받고 있는데, 여가부가 폐지된다고 이 사업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한부모 가족 지원, 청소년 사회 안전망 구축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세 가지 사업이 여가부 예산의 거의 60%에 달합니다. 업무 담당자를 교체하는 것도 비효율적일 겁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양성 평등, 여성 정책 업무는 7% 정도로 그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결국, 특정 정부 부처를 '폐지'시키자는 말 보다는, 특정 업무를 '이관'시킨다는 말이 정확할 겁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윤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와 관련해 선명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자신의 SNS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이후 아동, 가족, 인구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를 신설하겠다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습니다.


이 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봤습니다. 사실은팀이 가족, 아동, 인구감소, 정확히는 저출산 문제 담당 부서들을 정부 부처 별로 조사했더니, 부처별 칸막이 때문에 통합적인 정책 수립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 업무들이 가족 정책을 담당하는 여성가족부, 복지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심지어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부까지 업무가 분산돼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학계에서도 이런 문제 제기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연령 기준에 근거하여 보건복지부는 아동대상의 보호 관련 업무를,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대상의 보호 정책을 주관하는 이원 체계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 한국의 경우에는 …… 지원 체계들이 모두 분립하여 연계나 통합되지 않고 있으며, 제도구축시부터 민간에 위탁되어 운영되어왔기 때문에 신고와 조사 결정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국가의 공공성과 책무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치명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 류정희 등, <저출산 극복을 위한 아동보호체계 국제비교연구 : 한중일 비교를 중심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보고서, 2015년 

결국, 가족, 아동, 저출산 문제를 통합적으로 운용할 정부 부처를 신설하겠다는 윤 후보의 공약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다만, 이 시나리오 역시 앞서 살펴본 정부 부처 '업무 이관'의 역사와 맞닿아 있습니다.

이미 가족, 아동, 저출산 문제를 추진해 왔던 부서는 여성가족부였습니다. 관련 전문가들도 여성가족부에 가장 많습니다. 그러면 결국, 윤 후보가 말하는 정부 조직 개편은 기존 여성가족부 조직을 중심으로 다른 업무를 이관 받은 뒤, 부서 이름을 교체하는 식으로 이뤄지는 게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가령, 보건복지부의 아동, 저출산 업무를 이관 받고, 여기에 교육부의 아동 업무를 녹여내는 식입니다.

논란이 되는 여성 정책 업무는 보건 복지부에 떼어 주든, 아니면, 기존 신설 부처가 안고 가든,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사실 여성가족부 내에서 여성 정책의 비중이 7% 정도로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변수가 되지는 못합니다.

즉, 윤 후보의 공약은, 기존 여성가족부라는 회사가 다른 부문을 인수 · 합병한 뒤, 회사 간판을 바꾸는 방식 말고는 다른 경우의 수를 연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시나리오는 '정치적으로' 여성가족부 폐지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름을 바꿔 기존 여가부 조직을 확대 개편하는 안에 가깝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로 시작될 정부 조직 개편은, 뭐로 가든, 지금의 여성가족부 조직 기반을 중심으로 풀 수밖에 없다는 뜻일 겁니다. 

물론 공동체 구성원들의 정치적 요구 역시 중요한 문제이며, 필요하다면 정책으로 고려돼야 합니다. 부처 이름도 공동체의 감정선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심히 살펴봐야 합니다. 다만, 언론과 학계는 그 실질적 효과를 정밀하게 가늠할 필요가 있다고 믿습니다. 이런 취지에서 조직 개편의 효율성을 따져본 것이라고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SBS 사실은팀은 단순히 사실과 거짓 판정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다양한 층위를 풀어내는 팩트체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SBS 사실은 치시면 팩트체크 검증 의뢰하실 수 있습니다. 요청해주시면 힘 닿는 데까지 팩트체크하겠습니다.

<주요 자료>
2022년 여성가족부 예산
원시연, 황인자 <중앙행정기구 조직개편의 정치 : 보육 , 가족정책 담당기구를 중심으로>, 한국정치연구 제19집 제2호, 2010년
조성한, <2008 정부조직구조의 영향요인>, 한국행정학회 기획세미나 발표 논문집, 2008년
류정희 등, <저출산 극복을 위한 아동보호체계 국제비교연구 : 한중일 비교를 중심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보고서, 2015년 

(인턴 : 권민선, 송해연, CG : 전해리)

이경원 기자leek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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