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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형이 내기로 했잖아" "양아치" 멤버 반목 고스란히 ['대장동' 정영학 녹취록 입수]

이상무 입력 2022. 01. 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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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학 "정재창 협박에 150억, 아깝다"
김만배 "자수한다 하면 정재창 겁 먹어"
김만배, 유동규 '부패 공무원'으로 지칭
남욱에게는 "양아치 기질, 네가 최고 중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욱(왼쪽 사진) 변호사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뉴스1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6)씨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54) 회계사의 대화 녹취록에는 사업을 주도한 '대장동팀'의 반목과 갈등이 자세히 담겨 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 유동규(53)씨에게 흘러들어간 뇌물과 이를 둘러싼 협박, 그리고 입막음용 금전 제공이 대장동 사업 비용 계산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김씨와 유씨, 남욱(49) 변호사 사이의 관계가 틀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정영학 "정재창 협박에 150억"... 김만배 "자수한다니 정재창 겁 먹어"

19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김만배·정영학 대화 녹취록'에는 대장동 사업에 참여했다가 빠진 부동산 컨설팅업자 정재창(54)씨가 김씨와 정 회계사를 지속적으로 협박한 정황이 뚜렷하다. 정씨가 정 회계사, 남 변호사와 함께 유씨에게 3억여 원을 건넨 사실을 폭로할 것처럼 협박하자, 김씨는 정 회계사와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정 회계사는 2020년 4월 4일 김씨를 만나 정씨의 협박을 설명하며 고민을 털어놨다. 정 회계사는 "(정재창이) 계속 협박하면 저(정영학)하고 남욱이가 내놓을 줄 알았거든요. 왜냐하면 합의해 놓고 한 번 더 화를 내니까 150억 원으로 늘어났잖아요"라며 "(그런데) 제 생각에는 너무 아까운 거예요. 형님. 150억 원도요, 협박해서 받아내기에는 큰 금액입니다"라고 말했다.

정씨가 요구한 150억 원은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에게 각각 받기로 한 60억 원과 90억 원을 말한다. 150억 원의 실체는 지난해 5월 정씨가 정 회계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을 통해 드러났다. 정씨는 소송을 통해 "정 회계사가 주기로 한 90억 원 중 30억 원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녹취록을 보면, 김씨 역시 정씨가 자신에게 대장동 수익에 대해 알고 있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그건) 협박"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김씨는 협박에 대한 대응책으로 '자수 협박' 카드를 언급했다.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형(김만배)이 자수한다고 그래서 (정재창이) 겁먹고 있어. 너도 뭐라고 그러면 자수한다고 그래. 만배형이 자수하자고 그런다고"라고 조언했다. 김씨는 이어 "(정재창을 만나게 되면) 만배형이 자수해서 처벌받자(고 한다). 과거에도 공무원들한테 뇌물 준 것 있으면 (함께) 처벌받자고 하자고 한다"라며 "내가 자수한다고 그러니까 (정재창이) 달려온다고 그러잖아"라고 덧붙였다.

김만배·정영학 녹취록 중 대장동 사업자간 반목 정황. 송정근 기자

공통비용으로 커진 갈등...남욱 "재창이 건 형이 내기로 했잖아요"

김씨가 '자수 카드'까지 언급한 이면엔 대장동 사업자들이 부담해야 할 '공통 비용'이 있었다. 2020년 7월 27일 대화를 보면, 김씨는 남 변호사와 얘기했던 내용을 정 회계사에게 설명했다. 그는 "공통비 내라고. 너(남욱)랑 영학이랑 공통비 안 내면 배당 없어. 처음에 영학이 보고 내라고 그런 거 맞어. 그런데 네가 그랬지. '형님, 저도 내야죠, 반 내야 되겠습니다' 이렇게 말한 게 너야"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나는 몰라. 네가 낸다고 했잖아'라고 하니, (남욱이) '그런데 형(김만배)이 처음에 재창이 것도 형이 내기로 했잖아요'라고 반문했다"며 "(그래서) 했지. 그런데 비용을 다 계산하는 줄 알았는데 선(先)배당이 진행돼서 (비용이) 바뀌어서 바꾸자고 한 거"라고 전했다.

요약하면, 정씨 협박으로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가 갹출하기로 했던 공통 비용 계산이 어그러지자, 김씨가 두 사람에게 비용 분담을 재차 강조했지만 남 변호사가 이를 거부하면서 반목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김만배 "시끄러우면 다 징역 가는 게 최고 좋아"

김씨는 남 변호사와 유씨를 향해 격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2020년 7월 6일 김씨와 정 회계사의 대화에서, 김씨는 "욱이(남욱)는 형이 절대로 안 만난다. 너(유동규)는 부패 공무원이다"라고 유씨에게 쏘아붙였다고 정 회계사에게 전한다. 유씨가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똑똑한 공무원이잖아요"라고 하니, 김씨는 "돈 많이 쓰지, 뇌물 받지"라고 유씨에게 말했다고 한다.

2020년 7월 27일 녹취록을 보면, 김씨가 남 변호사를 '양아치'로 부르는 등 '대장동팀' 사이의 갈등은 '심각 단계'로 진입했다. 김씨는 자신이 남 변호사에게 전한 얘기라면서 "너(남욱)는 양아치 기질이 있어. 처음에 돈 준다고 그러다 안 주고. 시끄러우면 다 징역 가는 게 최고 좋아"라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과거 남 변호사와 유씨를 만나 주고받았던 이야기를 정 회계사에게 설명했다. 그는 "(유동규가 말하기를) 징역 가면 자기(유동규)가 1번, 내가(김만배) 2번, 남욱이는 3번이라고 그랬다. 나(김만배)는 징역 가는 거 괜찮아. 네(남욱)가 최고 중범이다"라고 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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