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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잃어버린 5년 ③] 결국 국민에게 날아든 탈원전 청구서

유준상 입력 2022. 01.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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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 만에 전기료 두자릿수 인상
인상은 대선 이후인 4월부터 시작
"차기정부에 인상 부담 전가" 지적
올해 4월부터 전기·가스요금 줄줄이 오른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여파는 처참했다. 세계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원전업계는 폐업과 구조조정으로 고사 직전까지 몰렸고 해외원전 수주 실적은 0건으로 탈원전 5년간 성적표는 낙제점이었다. 원전업계에만 국한된 폐해가 아니었다. 원전 가동률이 저조해지면서 국내 최대 전력공기업인 한국전력은 빚더미에 올라 부실기업이 될 위기에 처했고 그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쓰나미처럼 국민에게 몰려오고 있다. 탈원전으로 잃어버린 5년을 되짚어봤다.

전기요금 인상에 산업계 부담↑

부산 사상구에 있는 중견 철강제조업체 D사. 이곳은 전기로를 이용해 건축물에 들어가는 봉형강과 철근을 생산해왔으나 현재는 공장 가동이 멈췄다. 전기요금 부담 때문이다. 전기로 업체들은 전기를 이용해 열을 발생시켜 고철을 녹이기 때문에 전력비가 원가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D사의 작년 전력비는 312억원으로 그해 4분기 영업이익(291억원)보다 높다. D사 사장 방모 씨는 "올해 두 차례 더 인상한다는데 정말 남는 게 없을 듯하다. 철강 신산업이라 해서 전기로에 투자했는데 전기요금에 발목 잡힐 줄은 몰랐다"고 탄식했다.


지난 4분기 전기료를 올린 정부가 4월 이후 또다시 인상을 천명하면서 전력소모가 많은 산업계의 앞날이 캄캄해졌다. 기준연료비는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각 kWh당 4.9원씩 올리고, 기후환경요금은 4월부터 kWh당 2원 인상한 단가를 적용할 예정이다. 현행 단가의 10.6%에 해당하는 인상 폭이다. 두 자릿수 인상은 1981년 이후 40여 년 만이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이 없다"는 공언을 임기 내에는 지켰지만 그 부담을 차기 정부에 고스란히 떠넘긴 꼴이 됐다. 문재인 정부 5년 탈원전 청구서가 전기료 폭탄으로 기업·가정 등 소비자에게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계는 철강과 반도체, 석유화학 등 전기를 많은 쓰는 기업들의 손실은 막대할 것으로 전망한다. 철강업계의 경우 판재류를 생산하는 고로업체는 전 공정에 걸쳐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한다. 일반적으로 원가의 10~15% 수준이 전기요금으로 구성된다. 그중에서도 D사와 같이 전기로 철강회사에 전기료 인상은 치명적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미래 산업 분야도 전기료 인상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크다. 이들 산업은 전력 소모가 많은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이 필수적인 데다 향후 6세대(6G)까지 상용화될 경우 전력 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어서다.

"전기료 인상은 文정부 탈원전 정책 때문"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영구정지된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한국수력원자력

정부와 한전이 올해 대대적인 전기료 인상을 선언한 것은 탈원전 정책의 여파라고 보는 시각이 전력업계 내에서 우세하다. 정부가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전기료 인상 이유는 국제 에너지 가격의 급등이다. 이로 인해 발전용 연료를 사들이는 한전과 가스공사 등 에너지공기업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어 연료비 인상분을 전기료에 반영하는 '요금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겉으로는 연료비 인상이 전기료 인상의 원인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에너지 믹스에 크게 좌우된다고 주장한다. 연료비와 발전단가가 싼 원전 대신 연료비와 발전단가가 비싼 LNG으로 기저발전을 대체하면서 원가 인상 압력이 전기료 상승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발전단가가 비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서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추겼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특정 에너지원의 가격이 오르면 이 에너지원의 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값싼 다른 에너지원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탄력적이고 유연한 에너지원 조합을 통해 전기요금 인상의 위험을 줄여나가야 한다"며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탈원전과 탈석탄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경직된 에너지 정책을 펼친 결과 전기료 인상이 초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간 평균 84.2%를 보이던 원전 이용률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탈원전 5년간 71.5%로 떨어졌다. 전체 에너지 믹스 대비 원전 비율도 앞선 7년간 평균 30%에서 탈원전 5년간 26.4%으로 추락했다. 이에 비해 LNG 비율은 21.6%에서 26.2%, 재생에너지 비율은 3%에서 6.8%로 각각 증가했다.


올해 4·10월 전기료 인상 계획을 한전이 발표한 것을 두고 정부가 '차기 정부에 부담을 떠넘겼다'는 비판을 회피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요금은 항상 에너지정책 실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물가관리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장관 협의에 의해 결정돼왔다. 이제껏 한전 이사회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된 적이 없어 '한전패싱'이란 말이 나돌 정도였다.


이례적으로 이번 4·10월 인상 계획을 한전이 발표한 것은 정부의 의도라는 것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열악한 재정 상황으로 전기료 인상 명분을 갖춘 한전이 인상을 발표하도록 한 것은 정부의 의도로 보인다"며 "정부는 뒤에 숨어 전기료 인상 책임을 면피하려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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