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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이런 직장이? 직장내 괴롭힘에 대하여 [로앤톡]

윤예림 변호사|법무법인 길도 입력 2022. 01. 2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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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예림 변호사|법무법인 길도

몇 년 전 구치소 접견을 갔는데, 눈에 익은 한 남성 수용자가 보였다. 누구더라…하고 눈을 부비는데, 내 앞의 수용자가 말한다. “그 사람이잖아요. 직원들 때리던 그 사장”.

그 사장님이 쏘아올린 공이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다. 하나의 법은 아니고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호법에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내용이 들어간 것이다. 아직도 이렇게 맞는 직원이 있나 싶을 정도로 직원을 때리던 사장님 덕분에(?)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뜨거워졌고, 법이 제정되었다. 요즘은 상사가 회식하자는 말도 꺼내기 어렵다며, 우리 땐 이러지 않았다며 볼멘소리를 하는데,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과 정도를 보면 그런 말이 쏙 들어갈 것이다.

‘직장내 괴롭힘’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다. 업무야 늘 시간에 쫓기고 압박감을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일에서까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느끼게 된다면 그것은 이제 직장내 괴롭힘의 범위로 들어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을 보면 폭행·폭언·모욕·협박·비하·무시·따돌림·소문·반성문 등을 쓰게 하는 행위, 회식·음주·흡연의 강요, 전가·차별·사적 지시·업무나 의사결정에서의 배제, 컴퓨터나 전화의 차단, 사직종용, 실업급여 절차 비협조, 회사 용품을 사비로 사게 하는 행위, 업무 제외, 특정종교나 단체의 활동이나 후원을 요구하는 행위, 장기자랑 요구, 행사 참석 강요, 태움, 사고위험이 있는 작업 시 주의사항이나 안전장비를 전달하지 않는 행위, 정당한 건의사항이나 의견을 무시하는 행위 등이 있다. 많은 직장인들이 겪을 법한 상황이다. 이러한 행위를 한정된 공간과 사람들 사이에서 매일 겪게 된다면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버틸 수가 없다. 퇴사를 넘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나오는 것을 보면 고통은 인격을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것이다.

폭행, 모욕, 협박과 같은 행위는 과거에도 형법으로 처벌가능했으나,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은 단순 처벌뿐만 아니라 직장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누구든지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사용자는 조사를 실시하여야 하고, 직장내 괴롭힘 발생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할 경우 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사용자는 행위자에 대한 징계, 근무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점이 바뀌었다. 피해자로서는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많아진 것이다.

하지만 당장 밥벌이를 해야하는 공간에서 그 누가 쉽게 상사를 신고할 수 있겠느냐의 문제는 남는다. 사업체의 규모나 공간, 구성인원의 수에 따라 위와 같은 보호장치가 실효성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하여 없는 것보다는 낫다. 사회분위기가 변한 덕도 있지만,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생기면서 회식 강요가 없어졌다는 회사가 많다. 신입사원들을 장기자랑에 올렸다가 언론에 오르면서 큰 곤욕을 치른 회사도 있다. 이렇게 사회는 조금씩 바뀌어나가고 직장내 괴롭힘도 조금씩은 줄어들어 갈 것이라 믿는다. 사장님들은 내부 고객인 직원의 만족도가 오르면 외부 고객의 만족도도 오른다는 경영학의 연구를 신뢰하고 좀 더 직원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직원들의 신고로 조사 받을 일 없게 말이다.

윤예림 변호사|법무법인 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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